"규율 엄한 陸士에 자식 보낸 보모들끼리 마음이라도 나눠야죠"
"대한민국 육군 장교 양성의 요람인 육군사관학교는 입교 전 5주간 강도 높은 기초 군사훈련을 거쳐야 하고 입학 후엔 사관학교의 특성상 한 학기 동안 외부와 연락도 못 할 정도로 규칙이 엄합니다. 따라서 처음 육사에 자식을 입학시킨 부모들은 아들 혹은 딸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궁금하고 걱정이 될 수밖에 없지요."
특히 육사 새내기들의 부모는 육사에 대한 사전정보를 몰라 더욱 애를 태우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가장 도움이 되고 의지할 곳은 바로 한 해 혹은 두 해 전 미리 자식 걱정에 애를 태워봤던 선배 부모들의 모임인 '육군사관학교 학부모모임 대구경북지회'(이하 육학모 대경지회)이다. 2005년 결성돼 등록회원이 100여 명인 육학모 대경지회는 노남우(54) 씨가 회장직을 맡고 있다. 노 회장의 아들은 육군사관학교 2학년(70기)에 재학 중이다.
"보통 3학년 부모 중 한 사람이 회장직을 맡게 되어 있는데 대구경북엔 3학년(69기) 생도 부모가 없어 제가 회장직을 맡았지요."
본래 육학모는 전국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상의 카페모임으로 전체회원이 1천20여 명이지만 대경지회를 포함한 몇 곳은 오프라인상에서도 활발한 모임을 갖고 있다.
노 회장에 의하면 새내기 육사생도 부모들의 최대 관심사는 어렵게 입학한 사관학교인 만큼 까다로운 규율과 엄한 교칙은 물론 훈련 도중 부상으로 인해 중도 퇴교하는 일이 생길까 하는 것. 매년 240여 명이 입교하는 육군사관학교는 임관 때까지 기수별로 평균 40여 명은 이런저런 이유로 퇴교 조치를 당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줄곧 학업수석을 달리던 3학년 여생도가 무감독 시험 중 종료벨이 울렸음에도 연필을 바로 놓지 않고 몇 글자 더 쓴 후 시험지를 제출했었는데 이게 몇 달 후 우연히 다른 생도의 말을 통해 번지면서 결국 상벌위원회가 열려 퇴교 조치된 적이 있었죠."
이뿐만이 아니다. 공수훈련과 같은 강도 높은 군사교육과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육사의 특수성으로 인해 혹여 다치기라도 하면 안 되기 때문에 부모 된 입장에선 늘 불안이 앞서기 마련이다. 육학모 대경지회 회원들은 이런 경험을 잘 알기 때문에 선배 부모는 후배 부모를 위로함으로써 자녀들이 무사히 학업을 다 마칠 수 있도록 서로 힘이 되어주고 있다.
"저 역시도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입학 초기가 되면 카페에 글을 올려 새내기 부모들에게 너무 큰 걱정을 말라고 전하기도 하며 학교 일정 및 학사 프로그램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전달하기도 합니다." 이 덕분에 성주에서 참외농사를 짓는 노 회장은 컴퓨터 타이핑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웃음을 지었다.
한편 육학모 대경지회 회원들은 측면에서 육국사관학교를 지원하는 데도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지난달 31일 칠곡 학남고등학교에서는 대구경북 육사 지원 학생들의 1차 필기시험이 있었다. 이날 회원들은 아침 일찍부터 수험생들에게 생수와 커피를 제공하는 자원봉사활동을 펼쳤다. 또 올 6월 육사 입시설명회 때는 안내와 궁금한 점을 알려주는 도우미 역할도 했다.
"최근엔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육사 지원 및 경쟁률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뜻있는 학생들이 육사에 많이 지원했으면 합니다."
이러한 부모들의 측면지원에 대해 육사 측에서도 매년 봄 생도의 날 체육대회와 가을 예술제인 화랑제가 열리면 생도 부모를 초청, 부자대결과 먹을거리 장터를 열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에 육학모모임에서는 육군사관학교 발전기금 모금에도 앞장서고 있다.
육학모 대경지회는 봄과 가을에 산행과 야유회를 열어 군인의 길을 가는 자녀를 둔 부모로서 우의를 다지기도 한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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