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인보면 무조건 신고?…경찰 '마을지킴이' 부작용

입력 2011-08-09 10:53:40

"외지인이 동네에 들어오면 파출소에 신고부터 합니다."

경북경찰청이 지난해 5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마을지킴이' 제도에 대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경찰이 경찰관 확충 등 근본적인 농어촌지역 치안 대책에는 소홀한 가운데 마을지킴이 제도로 인해 자칫 외지인을 무조건 적대시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경북경찰청은 농어촌지역 빈집털이와 농축수산물 절도를 예방하기 위해 주민들을 '마을지킴이'로 위촉해 수상한 사람을 발견했을 경우 경찰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A(53'경주시 북군동) 씨는 지난 4월 동네 펜션 공사현장에서 낯선 두 사람이 자재를 화물차량에 싣고 있는 광경을 목격하고 파출소에 신고했다. 경찰은 차량조회를 통해 공사자재를 훔친 혐의로 두 사람을 절도죄로 검거했다. 이 사건 뒤부터 A씨는 동네에서 낯선 차량이 보이면 일단 파출소에 신고부터 한다고 털어놨다.

B(54'안동시 북후면) 씨는 "낯선 사람들이 마을에 오면 일단 경계를 하고 외지차량의 경우 날짜와 시간, 차번호를 무조건 적어둔다"며 "외지인들이 어떤 범죄를 저지를지 모를 일"이라고 주장했다.

마을지킴이 수와 범죄신고 건수에 비해 검거율은 낮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경북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마을지킴이는 4만5천172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이 지난 14개월 동안 1천147건의 범죄신고를 했지만 검거 건수는 61건으로 5.3%에 불과하다.

신고내용도 외지인이나 외지차량에 대한 신고가 609건(53%)으로 가장 많았고, 불법주차'주취자'가출인 등의 신고 320건, 교통사고(90건), 음주운전의심(54건), 절도(38건), 도난 의심차량(14건), 지명수배자(8건), 폭력(6건) 등의 순이었다.

경북지역 23개 시'군 가운데 도시와 농촌은 범죄유형이 서로 다른데도 제도를 일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포항과 경주, 구미 등 인구밀도가 높고 규모가 큰 도시와 상주, 문경, 청송, 예천 등 인구밀도는 낮지만 면적이 넓은 소도시의 치안수요는 다르다는 것이다.

한국인권행동 오완호 사무총장은 "마을지킴이 제도가 외지인을 의심해 무분별하게 경찰에 신고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경찰인력을 충원하고 CCTV 등의 치안시설을 확충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고 말했다.

계명대 경찰법학과 김택수 교수는 "마을지킴이 제도를 통해 주민들이 협력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관광객 등이 도둑으로 오인받을 수 있는 데다 사생활도 침해받을 수 있다"며 "범죄판별요령과 신고 정확성을 위해 교육용 책자를 만드는 등 지속적인 교육과 조직화 등 제도적 장치를 정교하게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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