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후폭풍 부나
미국 국가 신용등급이 70년 만에 최고 등급(AAA)에서 한 단계 아래(AA+)로 떨어졌다.
미국의 더블딥(이중침체) 우려와 유럽 재정위기의 확산으로 신음하던 세계 경제가 S&P의 미국 국가 신용 등급 강등 결정으로 다시 충격에 휩싸이게 된 것.
세계금융가는 잇단 악재에 따라 세계 경제와 국내 금융시장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경제 카오스
국제금융센터는 7일 '미 신용등급 강등 파장 및 시장영향 점검'이란 보고서에서 미국의 금리 부담이 크게 증가하면서 세계 경기 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럽 재정위기의 수혜로 미국 정부는 낮은 금리로 재정적자를 보전하고 경기부양에 나설 수 있었으나 미 국채에 대한 투자자 신뢰도 약화와 수요 감소로 이런 효과가 약해지게 됐다는 것.
국제금융센터는 또 과거 일본 신용등급 하향조정 사례에서 보듯 외환보유액에서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S&P가 일본의 신용등급을 2001년 2월 'AAA'에서 'AA+'로 내리고 2002년에도 두 차례에 걸쳐 'AA-'까지 하향조정하는 동안 글로벌 외환보유액에서 엔화 비중은 6%대에서 2003년 3%로 급감한 바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또 미 연방정부의 암묵적 또는 명시적 보증기관과 주 정부들에 대한 신용등급이 연쇄적으로 하향조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재정위기가 심각한 주 정부의 경우 9개 주 정부가 'AAA' 등급인 상태다. 주 정부의 신용등급이 연쇄적으로 하향조정되면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으며 조달금리 수준도 급격하게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 경제에 후폭풍 부나
미국의 신용등급 한 단계 강등에 따라 한국 경제는 비상경계령 태세에 돌입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경제당국은 설마했던 사상 초유의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이 현실화된 데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향후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미국 경제불안이 심화됨에 따라 미국 경제와 연동성이 강한 한국 경제가 적지않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단 가장 우려되는 것은 경제불안 심리의 확산이다. 그리스 등에서 시작된 유럽발 경제위기가 유럽 전역으로 퍼지는 양상인 가운데 세계경제의 기둥 역할을 해온 미국에서도 경제불안이 현실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국내에서도 근거 없는 경제불안감이 확대재생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미국의 경제 불안이 달러 변동성을 키우면서 우리나라 증시나 환율은 물론 금융시장과 수출기업, 나아가 한국 경제에 상당한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가신용등급 하락으로 미국 내 경제불안이 커지면 경기가 더 위축될 가능성이 있고, 미국시장에 진출한 국내 수출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증권업계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이 한 번도 없던 일이어서 이번 사태에 적절한 모범답안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모든 나라 모든 자산의 기본 자산인 미국 국채 등급을 강등했다는 것은 혼란을 부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영향 미미할 것
그러나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7일 오후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과 함께 경제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국내 외환시장이 어느 때보다 양호한 만큼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며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위기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은 전례가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무디스와 피치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유지하기로 결정했고, 미 국채를 대신할 안전자산을 찾기도 어렵다는 것.
또 미 연준이 국채 보유에 따른 위험 가중수단, 그리고 자본금 규모를 변동시킬 필요가 없다고 발표한 만큼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고 시장에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단기적으로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강세(원화 약세) 가능성이 다소 크겠지만 충격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 원화는 다시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대법원장 탄핵 절차 돌입"…민주 초선들 "사법 쿠데타"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