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독일군은 러시아군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러시아의 혹독한 추위와 물량공세에 밀려 패배는 눈앞까지 다가온 상태. 독일군의 신화적인 존재이자 마지막 희망이라 불리는 슈타이너 중사(제임스 코번 분)는 부하들을 이끌고 소련군을 기습적으로 공격한 후 러시아 소년병을 포로로 잡아온다. 마침 이 부대에 새로 부임해온 귀족 출신의 슈트란스키 대위는 포로를 총살할 것을 명령한다. 슈타이너와 슈트란스키는 첫눈에 서로가 서로에게 가시 같은 존재임을 직감한다. 그런데 가문의 영광을 위해 철십자 훈장을 타러 러시아전선에 왔다는 슈트란스키는 지레 겁을 집어먹고 제대로 된 지휘를 하지 못한다. 결국 반격을 지휘하던 마이어 중위는 자신의 생일날 처절하게 전사하고 슈타이너도 부상을 당해 병원에 실려 간다. 지옥 같은 전장의 환영에 시달리던 슈타이너는 귀향 대신 복귀를 선택한다. 그런데 귀대한 슈타이너에게 슈트란스키는 한 장의 서류를 내민다. 자신의 지휘로 러시아군을 물리쳤다는 보고서에 증인으로서 서명을 하라는 것. 슈타이너의 서명이 있어야만 자신이 철십자 훈장을 탈 수 있다는 것인데….
수많은 전쟁영화가 있지만 이 작품은 한 가지 독특한 점이 있다. 바로 미국에서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독특하게도 독일군의 시선으로 바라본 내용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전우애'라든지 '장교와 부사관의 갈등''공훈에 대한 집착''막사 내의 동성애' 같은 단골 소재들을 다루고 있지만 이질감이 느껴진다.
영화는 베테랑 전쟁영웅 슈타이너 상사가 적과 아군 모두의 적이 되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는 폭격을 받는 와중에도 동료를 구하기 위해 참호 속을 뛰어가는 뜨거운 가슴이 있지만 살아남은 대원들의 안전을 위해 실종된 대원을 포기하는 냉혹한 면도 있다. 그래도 부하들은 누구보다 그를 믿고 따르고 그의 상관들조차 그를 경외한다. 하지만 새로 부임한 슈트란스키 대위에겐 불패의 러시아군이나 불사조 같은 슈타이너 모두 깨트려야 할 신화에 불과하다.
샘 페킨파 감독이 1977년에 연출한 전쟁 영화로, 그의 유일한 전쟁영화이기도 하다. 샘 페킨파의 작품답게 병사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슬로모션으로 담아내고 있는데 피를 내뿜으며 나가떨어지는 모습이라든지 시체를 짓밟고 전진하는 차량과 같은 디테일한 묘사는 단순히 폭력의 쾌감을 위한 장면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와 함께 생각할 시간을 주기도 한다. 러닝타임 132분.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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