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빨래·다림질 '주부 9단' 필수… 젊은 싱글族

입력 2011-08-06 07:17:34

싱글족 민보라 씨가 한 주치 먹을 분량의 식재료를 구매하고 있다. 보라 씨는 미리 대충의 식단을 짠 뒤 꼭 필요한 것만 구매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인다.
싱글족 민보라 씨가 한 주치 먹을 분량의 식재료를 구매하고 있다. 보라 씨는 미리 대충의 식단을 짠 뒤 꼭 필요한 것만 구매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인다.
자취생활 9년째라는 서승민 씨는 청소와 빨래는 미루다 보면 더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이틀, 사흘에 한 번씩 자주자주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고 했다.
자취생활 9년째라는 서승민 씨는 청소와 빨래는 미루다 보면 더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이틀, 사흘에 한 번씩 자주자주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고 했다.

나 홀로 사는 싱글족이 급증하고 있다.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독신, 기러기 아빠, 노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가구 형태가 1, 2인 가구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것. 지난해 연말 통계청이 발표한 '2010 인구주택총조사' 가구'주택 부분 전수집계 결과에 따르면 2인 가구 비중이 24.3%로 가장 많았고, 1인 가구도 23.9%를 차지했다. 1980년만 하더라도 5인 이상 가구가 절반(49.9%)을 차지했었지만, 지난해는 1, 2인 가구가 절반(48.2%)를 차지한 셈이다.

하지만 싱글족으로 사는 일은 녹록지 않은 일이다. 지켜보고 돌봐주는 이 하나 없는 외로운 생활이다 보니 자기관리에 철저한 성격이 아니고서는 나태한 생활을 하기 십상이다. 싱글족 마케팅이 크게 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사회'문화의 많은 부분에서 가족이 기본 단위가 되다 보니 혼자서는 끼니를 챙겨 먹는 일조차 쉽지 않다. 그래서 싱글족에게는 그들만의 생활 노하우가 필요하다.

◆냉동실 활용의 기술

싱글족들의 가장 큰 숙제는 끼니 해결이다. 회식이나 야근 등이 겹치다 보면 며칠씩 밥하는 것을 건너뛰는 일이 잦다 보니 애써 사다 놓은 재료를 묵혀 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아예 장을 보지 않고 냉장고를 텅텅 비워뒀다간 갑작스레 집에서 식사를 해야 할 경우가 생기게 되면 라면 등으로 대충 끼니를 때우게 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이럴 때 가장 든든한 '조력자'가 바로 냉동실. 냉동실만 잘 활용해도 밥 굶는 일은 피할 수 있다.

국립대구박물관 학예사로 일하고 있는 민보라(33'여) 씨는 3년 전 대구로 직장을 옮기면서 혼자 살기 시작했다. 그녀는 "집안일이 많아진 점은 불편하지만 혼자만의 자유로움이 생겼다는 점에서는 좋다"며 "왠지 홀로서기에 성공했다는 뿌듯한 기분도 있다"고 했다.

아무리 바빠도 아침은 꼭 챙겨 먹는다는 보라 씨는 냉동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밥은 5끼분을 미리 해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먹는다. 싱글족을 위한 2인용짜리 작은 전기밥솥을 사용하지만 워낙 한 끼 식사량이 적다 보니 2인분을 하면 5끼 정도를 먹을 수 있다는 것. 보라 씨는 "갓 지은 밥을 일회용 비닐팩이나 플라스틱 용기에 1인분씩 담아 얼려 둔 뒤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금방 한 것과 같은 밥을 먹을 수 있다"며 "밥솥에 오랜 시간 밥을 보관하게 되면 밥알이 굳어버리기 때문에 냉동실을 사용하는 편이 유용하다"고 했다.

대파나 고추 등 아무리 소량을 구매한다 하더라도 재료가 남기 십상인 경우에는 미리 사용할 용도대로 썰어 냉동실에 넣어두면 편리하다. 보라 씨는 "재료를 깨끗하게 다듬어 어슷썰기로 썬 뒤 용기에 넣어 냉동실에 얼려두면 찌개나 국을 끓일 때 조금씩 넣기에 좋다"고 했다.

자취생활 3년차인 직장인 김진희(27'여) 씨는 아예 주말에 큰 맘 먹고 국이나 찌개 재료를 대량으로 만들어 냉동실에 넣어둔다. 어릴 적 캠프 갔을 때 엄마가 야외에서 식사를 장만하기 쉽도록 지퍼백에 미리 재료를 담아 둔 뒤 물에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되도록 해주었던 기억을 활용한 아이디어다. 진희 씨는 "멸치를 넣고 육수를 끓인 뒤 미리 장만해 둔 재료만 넣으면 국이나 찌개를 먹을 수 있도록 한 아이디어"라며 "이렇게 하면 갑자기 집에서 밥을 해먹게 될 경우 재료가 없어 대충 굶게 되는 불상사를 피할 수 있다"고 했다.

요즘은 마트 등에서 한 번 먹을 수 있는 양만큼 각종 채소를 진공포장해 판매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지만 직접 손질하는 것과 비교해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 흠이다. 진희 씨는 "즉석밥이나 진공포장된 채소 등 싱글족들을 위한 상품들이 늘어나고 있어 혼자 사는 일이 편리해지긴 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다 보니 한 달에 한 번쯤 냉동실을 차곡차곡 채워두는 편이 생활비를 절약할 수 있다"고 했다.

◆먹고사는 데도 전략이 필요하다

보라 씨는 일주일에 한 번 장을 본다. 대략의 식단을 짠 뒤 꼭 필요한 것만을 구매한다. 보라 씨는 "혼자 살다 보니 자칫하면 음식이 남아돌아 버리게 되는 경우가 잦다"며 "이런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한 주 동안 뭘 해 먹을 것인지를 미리 고민해 본 뒤 장을 보게 됐다"고 했다.

그녀가 주로 구매하는 것은 아침식사를 위한 국 재료와, 저녁 시간 간단한 요기를 위한 고구마나 호박 등이다. 그리고 남아서 재료를 버리는 경우를 막기 위해 가끔은 카레를 해먹는 것이 그의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노하우. 보라 씨는 "갖가지 남은 채소를 다 넣을 수 있는 메뉴로 가장 손쉬운 것이 카레인 것 같다"고 추천했다.

진희 씨는 밥이 남을 경우에는 아예 누룽지로 만들어 보관한다. 이렇게 하면 속이 불편할 때 죽 대신 간편하게 끓여 먹기 좋다는 것. 그녀는 "밥을 밥솥 바닥에 펴준 뒤 취사 버튼을 한 번 더 눌러주면 고소한 누룽지가 된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아무리 급히 필요할 때를 대비한다고는 하지만 냉장고에 너무 이것저것을 잔뜩 넣어두면 자칫 먹는 것보다 버리는 것이 더 많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냉장고 속에 뭐가 들어 있는지, 유통기한은 언제까지인지를 정리해두는 센스가 필요하다. 이것은 싱글족뿐만 아니라 주부들에게도 필요한 생활의 팁. 이를 위해서는 냉장고 앞에 리스트를 만들어 두면 편리하다. 진희 씨는 "음식물을 냉장고에 넣을 때는 견출지에 유통기한을 표시해 넣어두고, 냉장고 앞에 메모판을 붙여 뭐가 들었는지를 적어두면 잊어버리고 방치하는 일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주위에 싱글족 친구가 있다면 생활이 훨씬 윤택해진다. 양이 부담스러워 망설이기 일쑤인 제품들을 맘껏 구매해 나눠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진희 씨는 "친구와 함께 장을 보러 가면 1+1 행사 제품도 부담 없이 구입해 나눠 쓸 수 있고, 집에서 엄마가 보내주신 반찬 등도 나눠 먹을 수 있어 상부상조할 수 있다"고 했다.

◆청소하기 싫다면 친구를 초대해 보세요.

빨래와 청소는 싱글족들이 가장 귀찮아하는 집안일 중 하나다. 특히 빨래는 아무렇게나 세탁기에 한꺼번에 쑤셔넣고 돌리다 보니 옷이 손상되는 경우도 잦다. 학생 때부터 자취생활을 시작해 혼자 산 지가 벌써 9년째라는 직장인 서승민(28) 씨는 청소는 이틀에 한 번, 빨래는 사흘에 한 번꼴로 한다는 원칙을 정해두고 있다. 그는 "색깔별로 옷을 분류해 최소한 사흘에 한 번은 빨래를 해야 물 빠짐으로 인해 밝은 색상의 옷이 오염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청소 역시 한꺼번에 몰아서 하면 부담감이 크지만 자주 하는 습관을 들이면 간단하게 쓸고 닦는 것만으로도 방을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다림질 역시 싱글족에겐 곤혹스러운 집안일이다. 게으름을 피우다간 아침 출근길에 입을 옷이 없어 낭패를 보게 될 수도 있는 것. 이 때문에 승민 씨는 아예 그날그날 입을 옷만 다려 입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한꺼번에 다림질을 다 하려면 고된 노동이지만 아침 출근길에 10분 일찍 일어나 그날 입을 옷만 다려 입으면 훨씬 부담감이 적다는 것이 그의 노하우다.

보라 씨는 아예 다림질이 필요한 옷은 사지 않는다. 여성들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의상 선택의 폭이 넓다 보니 아예 다림질이 필요한 옷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녀는 "부득이하게 다림질이 필요한 옷을 살 때는 가급적 링클 프리 처리가 된 옷을 사고, 다림질 없이 입을 수 있는 블라우스나 셔츠 등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했다.

아무리 깔끔 떠는 성격일지라도 혼자 살다 보면 청소에는 소홀해지기 십상이다. 이럴 때는 친구를 자주 초대하면 그나마 청소를 미루는 것을 피할 수 있다. 대학생 한소영(23) 씨는 "아무리 친한 친구라지만 지저분한 모습은 보이기 싫다 보니 친구들이 놀러올 때는 미뤄둔 청소를 한꺼번에 하게 된다"며 집을 깔끔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소개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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