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 40배 '몰빵' 고기 대신 돈 낚기

대박의 유혹 둥둥 불법 사행성 낚시터

3일 오후 대구 인근의 야외낚시터에서 일명 \'몰아주기(몰빵)\' 낚시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1등 하면 150만원이야. 고기도 잡고 돈도 벌고, 한번 재미들이면 빠져나갈 수 없어."

3일 오후 경북 고령군 한 야외 낚시터. 330㎡(100평) 남짓한 저수지에 80여명이 1m 간격으로 앉아'월척'을 기다렸다. '게임을 시작한다'는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낚시꾼들의 눈은'찌'에 집중됐다.

30여 분쯤 지나자 한 남성이 잉어 한 마리를 낚아올렸다."여기 고기 좀 빼도"라는 말에 나무눈금자를 손에 든 직원이 부리나케 달려갔다. 이후 여기저기서 물고기의 길이를 재달라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게임은 2시간 30분 동안 계속됐다.

'바다 이야기'에 이어 낚시꾼들 사이에서 성행했던'민물 이야기'가 수년 전 검·경의 집중단속으로 자취를 감췄다가 최근 다시 활개치고 있다. '하우스 낚시터'로 이름을 바꿔 달고 대구 인근 지역에서 영업하고 있는 것.

일주일에 두 번 이곳을 찾는다는 한 낚시꾼은 "한 게임당 입장료 4만원을 내고 2시간30분 동안 낚시한다. 제한시간 동안 가장 큰 고기를 잡은 사람이 150만원을 탄다"며 "처음엔 재미삼아 했는데 지금은 그동안 잃은 돈을 만회하려는 생각에 발길을 끊을 수가 없다"고 했다.

또다른 이용객은 "시간을 때우기 위해 하우스 낚시터를 찾았는데 지금은 매일 출근하다시피 하고 있다"며 "도박낚시를 하는 곳이 인근에만 3곳 있다"고 귀띔했다.

대구낚시연합회 한 관계자는"지역에 유료 낚시터가 20곳 정도 되는데 이 중에서 불법 사행성 낚시터 영업을 하는 곳이 정확히 얼마인지는 알 수 없지만 최근 불경기로 손님이 줄자 일부 낚시터 업주들이 상금을 미끼로 불법 영업을 하고 있다"며 "월 수입이 1천만에서 2천만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게임 방식은 입장료 명목으로 손님들에게 일정한 금액을 걷어 수수료를 뗀 후 정해진 순위에 따라 고액의 현금을 지급하는'몰아주기(몰빵)' 방식이 대부분. 또 물고기 등지느러미에 옷핀으로 순위 등이 매겨진 꼬리표를 달아 이를 낚는 손님에게 해당 경품을 지급하는 방식도 있다.

최근엔 '로또' 방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손님이 '0'부터 '10'까지의 숫자카드 중 석 장을 뽑아 조합한 세 자리 숫자에 가장 가까운 무게의 물고기를 잡은 사람이 상금을 독식하는 방식이다. 가령 '3, 4, 9' 세 장의 카드를 뽑으면 349g에 가장 가까운 물고기를 낚으면 승자가 되는 것이다.

변종 낚시터가 활개치고 있지만 단속은 쉽잖다. 일정 요건만 갖추면 쉽게 낚시터 영업허가를 받을 수 있는데다 주로 한적한 시골에 자리를 잡고 단골에게만 문자메시지를 보내 게임을 하기 때문.

경찰 한 관계자는"어떤 방식이든 돈을 걸고 이익금을 주는 것은 불법이고 '도박개장죄'에도 해당된다. 단속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경열기자 bky@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