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당 지지율보다 낮으면 탈락시켜야"…
한나라당이 차기 총선에 나설 현역 국회의원들의 교체 폭을 둘러싸고 홍역을 치르고 있다. 공천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당내인사들의 '물갈이 불가피' 발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진'다선 의원들은 객관적인 공천'낙천 기준 제시를 요구하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공천관련 논의가 너무 일찍 나온 것이 아니냐'며 갈등 봉합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 당직자들은 작심이라도 한 듯 내년 총선 공천과 관련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달 28일 주호영 인재영입위원장이 "내년 제19대 총선에서도 대략 40% 중반대의 공천교체는 있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는 발언을 시작으로 이달 2일에는 김정권 사무총장이 "(제18대 총선 때 불출마한) 김용갑 전 의원처럼 총선이 다가오면 연말연초쯤 스스로 결단을 하는 중진 의원들 나올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두 당직자 모두 내년 총선 공천과 관련해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사들이다.
이와 함께 4일에는 김용태 기획위원장이 "지역구 내에서 대통령이나 당 지지율보다 현역 의원의 지지율이 낮을 경우 이들은 공천에서 탈락시켜야 한다"며 구체적인 공천 배제 기준까지 제시했으며 주호영 인재영입위원장은 또 한번 "경쟁력, 인지도, 지역구 활동과 의정활동 평가 등에서 기준을 마련해 이에 부합하지 못하는 분들은 경선자체에 나갈 수 없도록 하는 틀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밝혔다. '공천 물갈이'를 위한 수순을 또박또박 밟아가는 모양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지금까지 나온 당직자들의 발언들을 잘 살펴보면 허공에다 대고 하는 말이긴 하지만 모두 맞는 말이다"며 "공천과정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입장에선 공천분위기는 띄우면서도 직접적인 반발은 피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 같은 주요 당직자들의 '간 보기'에 다선'중진 의원들은 상당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주요 물갈이 대상지역으로 지목되고 있는 영남지역 고령'다선 의원들의 경우 겉으로는 '누구를 두고 하는 발언이냐'며 의연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속은 타들어 간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물갈이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공천기준에 따라야 하며 선수와 나이는 국정운영과 관련된 경륜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영남지역 중진의원들에 대한 당의 압박은 텃밭인 호남을 뒤로하고 수도권과 영남에서 결전을 벌이겠다는 민주당 중진의원들의 '발표'가 이어진 뒤부터 더욱 거세지고 있다.
공천 물갈이론에 대한 반응은 나이와 선수는 물론 소속 계파에 따라서도 다르다. 미래권력으로 평가받고 있는 '친박계' 의원들과 현재 권력인 '친이계' 의원들이 느끼는 불안감에는 분명 온도 차이가 존재한다.
영남권 친이계 중진인 안경률 의원은 4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당이 지나친 물갈이를 하다 큰 것을 잃을 수 있다"며 "지도부에서 그런(물갈이) 얘기를 쏟아내고 있는데 공천 문제로 내부 전력을 소진할 때가 아니다"고 했다.
역대 총선에서 현역 국회의원들의 교체율이 30%를 웃돌았던 점을 감안하면 고령'중진의원들의 물갈이는 어느 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물갈이 대상 가운데 중진과 초선의원들간의 비중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의 과제가 남아 있다.
공천물갈이를 둘러싼 당내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움직임도 일고 있다. 유승민 최고위원을 비롯한 지도부에서는 "현재 당이 몰두해야 할 사안은 공천이 아니라 민생과 복지다"며 "새 지도부 선출 이후 공천이야기가 먼저 나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공천문제의 경우 어느 정도 갈등과 충돌이 불가피한 사안인 만큼 개봉 시기를 당길 필요는 없다는 주문이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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