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960년대 '소수집단 우대 정책'(affirmative action)을 폈다. 여성과 소수집단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미국의 야심 찬 정책이었다. 초기에는 주로 고용에 대한 '인위적 장벽'을 없애는데 초점을 두었다. 즉 인종이나 성(性), 장애를 이유로 고용상 차별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미국 정부의 행동 계획이었다.
인종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미국으로서는 불가피한 조치였다. 그러다가 우대 정책이 교육계로까지 번지는 바람에 흑인과 동양인들의 대학 입학을 부추겼다. 백인 입학 기준보다 20% 낮은 성적으로도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히려 소수민족에게 유리하다는 '역차별'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지금은 상당수의 주(州)가 이를 폐지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차별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모양이다. 1970년, 미국의 경제 주간지인 '월스트리트 저널'은 '유리 천장'(glass ceiling)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유리 천장에 막히면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듯이 미국 여성들에게는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장벽이 있다는 뜻이다. 이후 '유리 천장'은 남녀차별의 대표적인 용어가 됐다.
최근에는 '대나무 천장'(bamboo ceiling)이라는 새로운 말이 생겼다. 미국 내 아시아인들은 다른 인종에 비해 많은 수가 일류 대학을 졸업하고 기업에 성공적으로 취직을 한다. 하지만 드러나지 않는 주위의 편견 때문에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받아 최고경영자(CEO)로까지 올라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인 워크라이프정책센터(CWLP)가 보고서를 통해 동양인을 대나무에 빗대 만들어낸 그럴듯한 용어다.
조사 결과 아시아계 전문직 종사자 64%가 CEO로 올라가기를 열망, 백인들의 52%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아시아계가 미국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인 데 비해 500대 기업에서 CEO 자리를 차지한 비중은 1.5%에 불과, 대부분 '대나무 천장'에 막혀 제대로 뜻을 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63년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연설 이후 미국사회의 차별 정책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상류사회, 특정 집단의 '보이지 않는 손'은 여전히 없어지지 않은 모양이다. 그까짓 대나무 천장, 파죽지세로 뚫고 나가는 동양인의 지혜를 기대한다.
윤주태 객원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