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학생 5만 명이 대부업체에서 800억 원의 빚을 지고 있다는 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래를 빚에 저당 잡히고 있는 우리 젊은이들의 우울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비싼 등록금과 물가고가 빚어낸 생활비 증가, 자녀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부모가 갚아줄 것이라는 점을 노린 대부업체의 무책임한 영업이 빚어낸 결과다.
빚이 많아도 갚을 능력만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직업도 재산도 없는 대학생이 갚을 능력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러니 법정 최고 이자율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돈 많은 부모를 뒀다면 모를까 평범한 아르바이트 같은 수입원으로는 이런 고금리를 견딜 재간이 없다. 이 때문에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린 대학생의 연체율이 14.7%로 전체 대부업체 연체율보다 두 배나 높고 대학생 신용불량자가 2007년 3천785명에서 지난해 2만6천 명으로 3년 만에 7배 가까이 늘어난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대학생이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는 이유는 학자금과 생활비 충당이 대부분이었다. 돈에 꼬리표가 달리지 않은 이상 대출금이 당초 목적대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다. 일부는 유흥비나 사치품 구입 등 대학생 신분에 맞지 않는 용도로 쓰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대학생 대부분은 이런 과소비를 위해 빚을 질 만큼 '무개념'하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대학생이 빚을 지고 신용불량자라는 주홍글씨를 붙이게 된 것은 비싼 등록금과 생활고를 해결해 주지 못하고 있는 정부와 사회의 책임이다. 빚을 지기는 싫지만 현실적으로 어쩔 수가 없어서 그렇게 되고 있다면 정부와 사회가 나서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미래인 대학생이 사회에 진출하기도 전에 빚에 짓눌리도록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 첫 단추는 대학생 본인과 부모 모두를 힘들게 하는 등록금 문제의 해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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