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꼭두새벽, 안개 속으로 마차 한 대가 출발한다'로 시작하는 기 드 모파상(1850~1893)의 '비계덩어리'는 참혹한 내용의 단편소설이다. 전쟁의 와중에 피란 마차에 탄 10명의 승객들을 통해 인간의 위선, 특히 가진 자의 이중성을 예리하게 해부하고 있다.
'비계덩어리'라는 별명의 매춘부가 주인공이다. 귀족, 부자, 성직자, 공화주의자와 동행하면서 조롱을 받다가 승객들의 배고픔을 해결해준다. 중간 기착지에서 적국인 프러시아 장교의 '하룻밤' 요구를 끈질기게 거절했으나 그곳을 떠나고픈 다른 승객들의 집요한 설득에 못 이겨 희생하는 마음으로 몸을 허락한다. 다음날 그곳을 떠나며 '비계덩어리'는 오열한다. 그러자 그들은 "아마 자신의 행동에 대한 수치심을 견디지 못해 저렇게 우는 걸거야"라고 한다. 잔인하고도 슬픈 소설이다. 나이가 들어 다시 읽으면 여운이 더 오래 남는다. 우리 사회가 아직도 그런 모양이다.
1850년 오늘,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태어난 모파상은 사실 매춘부들과 친근한 관계였다. 20대 때 매독에 걸려 신경쇠약으로 일찍 죽는다. 컬럼부스, 베토벤, 슈베르트, 슈만, 보들레르, 고흐, 니체처럼 매독을 앓다 죽은 유명인 중 한 명이다.
박병선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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