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못가누는 1-3등급만 혜택…저소득층 노인들엔 무용지물
기초생활수급자인 강민자(가명'67'여) 씨는 밥상을 들 힘도 없다. 조금만 걸음을 걸어도 금세 숨이 차오른다. 강 씨는 15년 전 자궁경부암으로 수술을 받은 데 이어 올해 4월 자궁내막암 진단을 받고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병원비를 겨우 마련해 수술을 받았지만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혼자 손자(15)를 키우는 그를 도와줄 사람도 거의 없다. 강 씨는 "요즘은 방학이라서 손자가 집안일을 거들어줘 그나마 다행이다. 돈이 없으니 간병인을 부를 수도 없고 살길이 막막하다"고 힘들어했다.
정부는 2008년 7월부터 치매 등 노인성 질병으로 혼자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노인들을 돕기 위해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시행 중이다. 하지만 정신이 건강하고 스스로 몸을 가눌 수 있는 강 씨는 이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장기요양보험은 요양 등급이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1~3급에 한해서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
결국 강 씨처럼 장기요양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수십만 명의 지역 노인들은 복지 사각지대로 밀려나 힘겨워하고 있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대구에 사는 65세 이상 노인은 총 25만2천84명. 이 중 장기요양보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노인은 전체 노인 100명 중 5명 정도에 불과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대구본부는 지난해 기준으로 대구 노인 1만2천172명만이 이 혜택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현재 6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가 2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 중 중증환자가 아니더라도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노인들이 많지만 비용 부담 탓에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범물종합사회복지관 관계자는"요양등급이 1~3급 이상 되지 않더라도 혼자 생활하기 힘든 어르신들이 너무 많다"고 했다.
이런 민원이 쏟아지면서 보건복지부와 대구시는 올해부터 장기요양보험에 탈락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노인돌봄종합서비스 사업을 운영 중이다. 총 42억여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이 사업으로 저소득층 노인 1천450여 명이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대구시는 전망했다.
시는 또 내달부터 38억원의 예산을 들여 '재가노인지원서비스센터' 사업을 할 예정이다. 이들을 보살필 노인복지시설 40곳도 지정했다. 대구시 저출산고령사회과 관계자는 "요양 등급을 받지 못해도 주민센터나 복지관에서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저소득층 노인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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