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행사, 경북도는 오리알 신세?

입력 2011-08-03 10:12:03

불빛축제 도지사 인사말 빼, 박시장 발전소 외자 유치 道와 사전 협의 없

포항시가 최근 대규모 투자유치나 주요 행사에서 경상북도를 배제하거나 사전에 협의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 광역-기초단체 간 갈등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포항시는 최근 국제불빛축제를 앞두고 대구시장을 초청해 불빛퍼레이드 행사를 벌일 것이라고 홍보하는 대신 경북도지사에 대해서는 인사말조차 허용하지 않아 결국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모두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결과를 낳았다.

경북도 관계자들은 지난달 30일 밤 포항 북부해수욕장에서 열린 '제8회 포항국제불빛축제' 메인행사를 앞두고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축사나 인사말을 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수차례 주문했으나, 포항시는 "박승호 포항시장만 개회선언 겸 인사말을 하고 다른 인사들은 영상메시지로 대체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포항시는 또 행사에 앞선 지난달 28일 언론에 배포한 '불빛축제와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상호 시너지 마케팅 효과를 거둔다'는 홍보자료에서 "김범일 대구시장이 세계육상선수권대회 홍보사절단과 함께 불빛축제 불빛퍼레이드 행사에 참가한다"고 했고, 공원식 경북도 정무부지사는 "경주문화엑스포 홍보 내용은 왜 포함시키지 않느냐"고 포항시 관계자들을 질타하기도 했다.

결국 김 지사는 30일 오전 봉화은어축제 개막식과 31일 오후 하회'양동마을 세계유산 등재 기념식에만 참석한 채 30일 밤 국제불빛축제에는 참석하지 않았고, 김 시장도 "지사가 참석하지 않는데 나만 가는 게 어색하다"며 역시 불빛축제 메인행사에 불참해 박 시장 혼자 연단에 올랐다.

박 시장은 또 지난달 중국을 방문해 7조원대의 복합화력발전소 외자 투자유치를 언론에 발표했으나, 포항시는 사전에 경북도와 업무협의를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도 관계자는 "이번 투자유치는 국가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반영해야 하는 국가적 사안임에도 포항시는 도와 협의를 하지 않고 시장의 중국 출국 2일 전 외자 투자양해각서 체결 방침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지난 6월 국무총리실이 주관한 포스코 파이넥스 3공장 착공식에서 김 지사가 환영사를 하고, 김황식 국무총리가 축사를 한 것에 대해 "국무총리실은 지방자치의 근본도 모른다. 포스코 행사 환영사는 포항시장이 우선이다"며 우회적으로 김 지사를 비판했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지난해 9월 인사교류를 두고도 마찰을 빚었다. 박 시장은 당시 포항 부시장이 경북도에서 내려오던 인사 관행에 문제를 제기하며 "행정안전부나 국토해양부 등 중앙부처 관료를 찾거나 자체 승진으로 부시장 자리를 채우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부 공직자들은 "포항시장이 잠재적인 경북도지사 선거출마 후보로 꼽히기 때문에 포항시와 경북도가 사사건건 갈등을 빚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포항'강병서기자 kbs@msnet.co.kr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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