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3시 중구 염매시장 입구. 잘 정비된 시장 간판이 눈에 띄었다. 부슬비가 내렸지만 산뜻했다. 시장 안을 밝히고 있는 세련된 조명들도 산뜻함을 더했다. 전통시장 특유의 침침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고 바닥도 말라있었다. 알록달록한 오색 벽돌이 인상적이었다. 주부 임영숙(47) 씨는 "시장 골목이 좁은데다 건물들이 오래되다 보니 특히 비가 오는 날엔 음산해서 장을 보러오기가 꺼려졌었다"며 "지금은 시장 안팎이 깔끔하게 정리돼 비가 와도 장 보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도심 개발에 밀려 쇠락했던 중구 남성로 염매시장이 제2의 부흥기를 맞고 있다.
몇 해 전부터 중구청이 시행하고 있는 도심근대문화골목투어가 인기를 얻고 있는데다 이달 19일 현대백화점 개점으로 영남대로 등 주변 정비 작업이 끝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상권 위축으로 비어 있던 빈 상가에 다시 간판이 내걸리고 이곳을 찾는 고객의 발길도 늘고 있다.
염매시장은 1900년대에 대구성벽이 헐리고 남성로 일대로 약령시가 들어오면서 자연적으로 생기기 시작했다. 1980년대 이전만 해도 500여 개의 상점이 들어서 있을 정도로 시장이 번창했다.
한 상인은 "근처에 고급 요정들이 많아서 주로 고급 식료품 가게들이 많았다"며 "도심 알짜 상권에 위치하고 있어서 사람들로 항상 북적였다"고 예전을 추억했다.
하지만 1984년 동아쇼핑 개점으로 상당수 점포가 빠져나가면서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런 염매시장이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시작된 현대화 공사는 비가 오는 날에도 시장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시장 입구에 비가림막을 설치하는 것부터 시작됐다. 올 들어서는 동아쇼핑 뒤편에도 비가림막을 설치했고 삼성생명빌딩 쪽에도 9월까지 설치를 완료할 예정이다.
올해 1월에는 시장의 얼굴인 간판을 정비했고 지난달에는 도로포장 공사와 조명공사까지 마쳐 어둑어둑하던 예전 시장 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장을 보러온 주부 신미숙(52'여) 씨는 "예전에는 비가 오면 바닥이 온통 물바다였다"며 "지금은 비가 오는데도 땅이 질척이지 않고 비를 맞지 않고도 장을 볼 수 있어서 편리하다"고 말했다.
근대역사골목 투어도 염매 시장의 인상을 바꿨다. 염매시장에 이어지는 현대백화점 뒷길은 영남대로 정비 공사로 기와와 벽돌로 예스럽게 꾸며진 후 골목투어 코스에 들어갔다. 이곳 길은 자연스레 염매시장으로 이어져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염매시장의 간판을 만날 수 있다. 정비된 영남대로는 골목투어 코스를 따라 걷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자연스레 염매시장으로 이끈다.
이날도 비가 오는 와중에도 한손에는 우산, 한손에는 카메라를 들고 영남대로는 찾은 관광객들이 눈에 띄었다. 몇몇 관광객들은 길을 따라 시장 안쪽으로 들어섰다. 휴가를 맞아 골목투어 코스를 찾았다는 윤정희(27'여) 씨는 "비도 오는데 때마침 빈대떡을 굽고 있는 가게가 있어 시장에 들어왔다"며 "시장도 코스 안에 들어가 있어 꼭 한번 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이 들어선 것도 염매시장의 인상을 바꿨다. 백화점 공사와 더불어 염매시장 주변 도로와 환경이 눈에 띄게 깨끗해졌다. 백화점이 들어서고 주변이 깨끗해지니 새롭게 가게를 여는 이들도 늘고 있다. 현재 염매시장 상가는 100여 개 수준. 비어 있던 가게들에도 점포를 내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이날도 5곳 이상의 가게가 개점을 준비하고 있어 500여 점포에 달하던 옛 염매시장의 모습을 기대하게 한다.
염매시장번영회 현욱찬 회장은 "시장 상인들이 쇼핑하기 좋은 시장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시장 정비로 염매시장의 전성기를 재현하리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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