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仁術과 상업주의

입력 2011-08-03 07:58:20

우리 선조 의사들은 어진 형이 동생을 돌봐 키우듯이 어진 마음으로 환자를 돌보았다. 그래서 의술을 인술(仁術)이라 불렀다. 아이가 음식을 잘못 먹어 배탈이 나면 어머니는 "니 배는 똥배고 내 손은 약손이다"면서 한 시간 정도 주무르면 거뜬히 낫게 된다.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와 사랑이 아이의 배를 낫게 하는 것이다.

의사의 진료행위도 고도의 전문지식과 수많은 증례를 통한 완숙한 경험과 사랑의 손으로 환자를 거뜬히 낫게 만드는 것이다.

인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도덕심이다.

도덕심의 첫째는 생명 자체에 대한 외경심이고, 둘째는 생명 자체의 의지에 대한 존중이다. 셋째는 경제적인 진료다. 생명에 대한 외경심은 비단 의술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적용되어야 한다. 사형, 낙태 등에 대해 논쟁이 많지만 어쨌든 생명은 존중되어야 하며 인술을 베푸는 의사는 더욱더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

의사가 마음을 잘못 먹으면 매우 위험하다. 강도나 깡패가 선량한 사람에게 칼을 휘둘렀다면 유죄가 된다. 칼을 사용해도 유죄가 되지 않는 의사에게는 '도덕심'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의사의 손 또한 깨끗해야 한다. 깨끗한 손이야말로 병을 낫게 하는 최고의 명약이다.

경제적인 진료라 함은 최소한의 비용과 시간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야 한다는 뜻이다. 아스피린은 해열, 진통, 혈액응고방지 등 뛰어난 약효가 있어서 인류가 발명한 최고의 약이라 할 수 있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아스피린은 위장장애를 일으키는 등의 부작용이 있다 하여 싸구려 약으로 취급했고, 대용할 수 있는 다른 비싼 약들을 선호했다. 최근 뇌졸중 등 혈액응고로 인한 사고가 많이 발생하자 아스피린을 혈액응고 방지약으로 널리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고가 약이 아니어도 아스피린처럼 뛰어난 약이 많은데, 우리는 너무나 값비싼 약을 선호하는 것 같다. 경제적인 진료라는 것은 꼭 치료비가 저렴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비싼 진료비가 들어가더라도 치료 효과가 더 크면 경제적인 진료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의사들이 어려운 여건하에서도 경제적인 진료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의사들 사이에서 일확천금을 노리고 오직 광고나 덤핑에 승부를 거는 지나친 상업주의가 만연하고 있다. 이쯤 되면 의술이 인술이라기보다는 돈을 벌기 위한 전술(戰術)이라 해야겠다. 개업한 지 5년도 채 안 된 치과가 임플란트 명문그룹이라고 버젓이 광고를 하고, 기존의 고객도 없는 곳에서 수없이 많은 맘모스 네트워크 치과를 개업하고 있다. 우후죽순처럼 뻗어나는 그런 형태의 치과도 문제지만 불나방처럼 네트워크 치과를 찾아가는 환자들 역시 문제이다.

얼마 전 우연히 케이블TV를 보았는데, 잘생긴 젊은 치과의사가 임플란트를 설명하고 있었다. 내비게이션 임플란트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X-ray 사진으로 판독하여 뼈가 단단한 곳에 심으면 작은 숫자의 임플란트로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부산 광안대교 사진과 보통의 한강철교 사진을 보이면서 광안대교가 단단한 지반을 찾아 그 위에 세웠기 때문에 교각이 서로 멀어도 괜찮다는 설명을 했다.

다리가 무너지게 되는 대부분의 경우는 다리 상판의 취약함 때문이다. 지반이 물러서 침강하는 경우는 무거운 무게를 지탱해야 하는 고층건물에서는 가끔 있는 일이지만 교각의 침강은 중요시되지 않는다. 광안대교는 적당한 각도의 아치형 튼튼한 철근구조로 설계되어 있어서 가능했다.

임플란트를 심는 치조골도 단단한 특별한 곳이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임플란트가 단단한 뼈에 심어야만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너무 단단한 하악 전치부 쪽은 혈액순환이 덜되어서 오히려 실패율이 높다. 케이블 TV에 나온 그 치과의사는 관리만 잘하면 임플란트의 수명은 영구적이라 했는데 틀린 말이다.

대체로 사람들은 하루에 약 한 시간 반 동안 4천 번 정도 저작을 하는데 음식을 씹을 때는 30~40㎏ 정도의 막강한 힘으로 씹기 때문에 임플란트의 개수가 충분해야 한다. 치아는 막니(사랑니)를 빼면 모두 28개가 있는데 터무니없이 적은 개수의 이를 심으면 '매에 장사 없다'는 말이 있듯이 임플란트는 무리가 되어 결국 수명이 짧아진다. 임플란트는 반영구적이지 않다. 잘 관리하고 운이 좋으면 20~30년쯤 갈 수 있다. 의료상업주의가 우리 삶과 의술에 지나치게 많은 돈과 에너지를 쏟아붓게 하고 있다.

이재윤(덕영치과병원장)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