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오후 2시 대구 북구 칠성시장. 문구상점들이 모여 있는 '문구시장'에는 양 길가로 튜브, 구명조끼 같은 물놀이 용품들이 주렁주렁 걸려 있었다. 한 가게 앞에는 바람을 넣어 탈 수 있는 보트도 전시해 뒀다. 임은혜(32'여) 씨가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그려진 튜브 하나를 보고선 "이건 얼마예요?"라고 묻자 "6천원요"라는 상인의 대답이 돌아왔다. 임 씨는 "다음 주 휴가를 떠나는데 아이들 물놀이 용품을 준비하러 나왔다"며 "대형마트에서는 튜브가 만원이 훌쩍 넘어 시장에 한 번 나왔는데 너무 싸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칠성시장 청과시장. 10㎏은 훌쩍 넘어 보이는 큰 수박들이 가게마다 한가득 쌓여 있었다. 지나가던 손님 이 수박 값을 묻자 상인이 "만5천원이요"라고 답했다. 손님이 꼭지만 떨어진 수박 하나를 가리키자 상인은 "저건 만원만 주고 가져가요"라며 웃음 지었다. 이 고객은 "멀쩡한데 꼭지만 떨어져서 금방 먹기만 하면 문제가 없다"며 "물건을 싸게 살 수 있고 마음만 맞으면 에누리도 되니 이런 게 시장의 매력 아니겠냐"고 웃었다.
지난달 25일 대구 북구의 대형마트 두 곳과 칠성시장의 휴가용품 가격을 비교했더니 시장 물건 가격이 최대 40%가량 저렴했다. 싼 가격뿐 아니라 마트보다 다양한 제품 종류를 보유하고 있고 휴가 특수를 잡기위한 시장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 대형마트보다 최고 40%까지 저렴한 전통시장 휴가용품
본지 취재진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장보기 체험'에 나섰다.
여름휴가를 위해 구매한 물건은 삼겹살 600g, 상추 1단, 김치 1㎏, 9㎏의 수박, 옥수수 10개 등 식품 5종류와 아이스박스, 캠핑용 매트, 물놀이용 튜브, 모기장, 모자 등 공산품 5품목이다.
10가지 상품을 구매하니 홈플러스의 경우 총 17만6천370원, 이마트는 20만3천250원, 칠성시장은 12만2천원이 들었다.
특히 차이가 많이 나는 품목은 아이스박스, 캠핑용 매트, 모기장 등 공산품 종류였다.
32.2ℓ 용량의 아이스박스가 대형마트 두곳은 각각 5만8천240원과 5만8천200원인데 반해 칠성시장에서는 이보다 큰 용량인 38ℓ 용량(국내산)이 4만5천원으로 상당히 저렴했다. 아이스박스 생산지는 칠성시장은 국내, 대형마트는 외국산이었다.
캠핑용 매트도 홈플러스가 2만3천900원, 이마트가 2만9천원, 칠성시장이 1만3천원으로 반값 수준이었다.
식료품도 국내산 삼겹살 600g이 대형마트는 2곳은 모두 1만3천680원이었던 반면 칠성시장은 1만2천원으로 저렴했다. 수박의 경우 시장에는 10㎏가량의 수박 하나가 홈플러스와 이마트는 각각 1만6천800원, 1만7천900원이었는데 칠성시장은 1만5천원이었다.
◆선택의 폭 넓고, 특가상품까지
가격이 저렴한 점 외에도 전통시장을 이용하면 선택의 폭이 넓은 장점이 있다.
마트에 비해 다양한 종류의 상품들이 있어 취향과 필요에 따라 상품을 고를 수 있고, 비슷한 물품을 취급하는 점포들이 모여 있어 가게마다 가격과 물건을 비교하면서 살 수 있다. 정수경(34'여) 씨는 "발품을 조금만 더 팔면 마트보다 저렴하면서도 내게 꼭 맞는 상품을 살 수 있다"며 "아이들과 함께 시장을 구경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시장 쇼핑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쇼핑 환경도 대형마트 못지않다.
최근 많은 전통시장들이 현대화사업을 통해 비가 와도 쾌적하게 쇼핑을 할 수 있도록 아케이트를 설치하고 바닥을 정비했다. 또 상인 교육을 통해 진열방법을 바꾸거나 서비스 개선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장 상인들도 휴가 특수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력상품인 휴가용품들을 가게 앞 쪽에 진열해 손님들의 눈길을 끌고 특가용품을 내놓기도 한다. 완구용품을 파는 한 상인은 "아이들이 이용하는 튜브 중 몇 제품을 다른 물건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가족들이 함께 탈 수 있는 보트도 특가상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칠성시장 상가번영회 윤상철 회장은 "싸고 품질 좋은 물건을 손님들에게 선보일 수 있도록 상인들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많은 시민들이 휴가 준비를 전통시장에서 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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