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인천공항공사를 포스코처럼 국민주 공모 방식으로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야권으로부터는 반발을 사고 있다.
홍 대표는 1일 기자들과 만나 "1988년 포항제철과 같이 인천공항공사를 국민주 공모 방식의 매각을 추진하겠다"며 "지분 49%를 국민들에게 블록 세일하고, 나머지 지분 51%는 정부가 보유해 인천공항의 경영권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주 매각 방식은 그 자체로 서민정책인데다 특혜 시비에서 벗어날 수 있고 국부 유출도 방지할 수 있다"며 "3년째 매각 작업이 지지부진한 것에 대해서도 국민주가 새로운 물꼬를 틀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알짜 공기업'인 인천공항공사의 민영화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정부도 원칙에 동감하고 있다. 홍 대표는 지난달 30일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조찬을 겸한 비공개 회동 자리에서 인천공항공사 민영화 방안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홍 대표의 제안 전화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홍 대표를 만나 인천공항공사의 국민주 공모 방식 민영화에 대해 공감한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공항공사의 감독 기관인 국토해양부 측은 매각 방식을 놓고 재정부와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홍 대표가 '국민주 시리즈'를 잇따라 꺼내들고 있는 것은 표면적으로 서민정책 강화이다. 서민들에게 싼 가격으로 우량 공기업 주식을 살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하지만 속내는 내년 총선 표를 의식한 정책이란 시각이 많다. 당내 지지기반이 약한 홍 대표가 연이은 이벤트로 세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홍 대표가 앞서 제기한 우리금융지주와 대우조선해양 등의 국민주 매각에 대한 반대 여론도 누그러뜨리겠다는 포석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야권은 홍 대표의 발언에 대해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침과 정면 배치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정부는 외국계 기업에 15% 이상의 지분을 팔아 선진경영기법을 도입, 허브공항으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국민주 매각은 선진경영기법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비판했다. 자유선진당 임영호 대변인도 "인천공항은 세계적으로 가장 훌륭한 공항이면서도 흑자를 내고 있는 곳인데 굳이 민영화를 해야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