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삶] 지적 장애인 위한 등산 봉사 '아름다운 동행' 기획자 차진철 씨

입력 2011-08-01 09:55:24

"산행 나선 장애인들 '환호'가 되레 내게 큰 힘"

"봉사는 나 자신과의 약속이기에 멈출 수가 없습니다."

지적장애인과 함께하는 등산행사인 '아름다운 동행'을 처음 기획한 차진철(43) 씨는 지난해까지 8차례 행사를 치렀다. 차 씨는 대한산악연맹 대구시연맹 전무이사를 맡고 있고, 유명 햄버거 프랜차이즈 대곡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의 '아름다운 동행'은 지인이 들려준 이야기에서 시작됐다.

"프랑스에서 중산층으로 분류되려면 세 가지 기준을 만족시켜야 하는데 외국어 하나는 능통해야 하고 예술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식견을 갖춰야 하며, 사회봉사활동도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이 말을 듣는 순간 내가 너무 안일하게 산 것이 아니냐는 반성을 하면서 봉사할 마음을 갖게 됐습니다."

차 씨는 10년째 고령 성요셉재활원에 매달 한 차례씩 햄버거 170여 개, 50만원어치를 간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재활원생들은 그를 '햄버거 아저씨'라고 부른다. 여름엔 직원들과 함께 얼음을 싣고 가 직접 팥빙수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차 씨는 2003년 경일대 산악회 동문 7명과 함께 파키스탄 8,000m 이상급 가셔브룸 1봉과 2봉 등정에 나섰다. 하지만 등반 중 폭설로 길과 통신이 두절되면서 그와 대원들은 베이스캠프에 모여 "만일 이번 등반을 무사히 마치면 이후엔 반드시 의미 있는 봉사활동을 하자"고 약속했다. 귀국 후 그와 등반대원들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구상한 것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산을 오르는 '아름다운 동행'이었다.

"첫해에 재활원생 15명과 가산산성 등반에 나섰습니다. 장애인 1명에 도우미가 4, 5명이 함께하는 등산이었죠. 그동안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참여 장애인과 자원봉사자들이 늘면서 지난해엔 장애인 35명과 봉사자 140여 명이 참가했죠."

8차례 아름다운 동행을 하면서 우여곡절도 적지 않았다. 비장애인들에게는 약 2시간 걸리는 산행이 '아름다운 동행' 때는 평균 8~10시간이 걸린다. 지적 장애인들은 등반 도중 풀을 뜯어 먹거나 대소변을 제대로 못 가리기 때문에 필수 등산용품 중 하나가 성인용 기저귀다. 특히 여성 장애인의 경우는 여성도우미 외에 남성도우미가 함께 배정된다. 정상인의 등에 업혀 산을 오르는 장애인이 실례(?)를 하는 경우도 있다.

도우미들은 대구'경북대학산악연맹 회원들과 경일대 자원봉사자, 재활원 봉사자들이 맡고 매회 300여만원 드는 경비는 경일대 산악회가 부담한다.

차 대표는 행사를 총괄하고 안전한 등반에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잠시도 한눈을 팔 수 없다. 매년 그는 이 행사의 간식을 지원하고 있다. 아름다운 동행은 가산산성과 비슬산에서 번갈아 열린다.

"산행에 나선 장애인들은 거의 비명에 가까운 환호를 질러댑니다. 그만큼 즐겁다는 거죠. 저와 도우미들은 그 즐거운 비명에 피곤함을 잊어버립니다. 봉사는 없던 힘도 쏟게 하는 마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차 대표는 지난달 22일 봉사활동과 성실납세를 인정받아 국세청장으로부터 '아름다운 납세자상'을 수상했다. 형편이 어려운 매장 아르바이트생에게 대학등록금을 일부 지원하는 등 '몰래 하는 도움의 손길'에도 적극적인 그는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2011세계육상선수권대회 성공을 기원하는 네팔 마칼루(8,400m)봉 등정때 등반대장을 맡아 정상을 밟기도 했다.

"삶의 미래에는 두려움도 있지만 희망도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도 자연스럽게 남을 돕는 봉사의 길이 더욱 넓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름다운 동행'이 행복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작은 밀알이 되도록 하고 싶습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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