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현장의 또다른 주역 섀도 아티스트] (2)대구 오페라하우스 김주호 조명감독

입력 2011-07-29 07:49:14

"작품·배우를 더 빛나게 만드는 '빛'의 마술사"

김주호 대구오페라하우스 조명감독이 대구시립무용단의 멕시코 살리나스시(市) 라스아르 극장
김주호 대구오페라하우스 조명감독이 대구시립무용단의 멕시코 살리나스시(市) 라스아르 극장 '청산별곡' 공연에 앞서 현지 조명감독과 함께 조명을 프로그래밍하고 있다.

무대공연에서 조명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관객의 시각적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니 그야말로 밋밋하고 맥빠지는 공연이 되고 말 것이다. 대구오페라하우스 김주호 조명감독은 1990년 조명감독으로 데뷔했다. 20여년 동안 오페라, 뮤지컬, 무용 등 300여 개 무대공연 작품의 조명을 맡았다. 비교적 조명 비중이 낮은 음악회까지 포함한다면 이보다 훨씬 많다. 첨단 기술의 등장과 다양한 표현 요구로 무대공연에서 조명의 역할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조명을 예술로 볼 것이냐, 기술로 볼 것이냐에 대해 김 감독은 "단순히 보여준다면 기술이겠지만, 어떻게 보여줄 것이냐, 무엇을 통해 관객의 감동을 끌어낼 것이냐에 주목한다면 예술"이라고 말했다.

무대공연 작품 중 조명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장르는 뮤지컬과 무용이다. 오페라나 콘서트와 달리 무용은 무대세트가 상징적인데다가 비교적 간단하기 때문에 조명을 통해 장면 변화를 꾀하기 때문이다. 장면 전개가 빠른 뮤지컬의 경우 평균 10초당 한 번의 조명변화, 무용은 40초에 한 번, 오페라의 경우 5∼10분마다 한 번 정도 조명변화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조명은 '감칠맛 나는 조연'

무대공연의 주인공은 당연히 무대에 서는 배우다. 그러나 성악가들로만 오페라를 보여줄 수 없고, 무용수들로만 무용작품을 완성할 수는 없다. 무대, 의상, 조명 등 감칠맛 나는 조연이 있을 때 비로소 공연 작품은 완성된다.

김 감독은 "조명 담당자는 연출자나 안무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하고 빠르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작품전체를 완전히 이해하고, 더 나은 연출이 가능하도록 조명 시나리오를 짤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연출자, 의상 디자이너, 세트 디자이너와 많은 대화를 통해 시행착오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대 디자이너, 의상 디자이너, 연출자, 조명 감독 모두 각자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어디까지나 작품의 균형을 중심에 두고 펼쳐져야 한다는 말이다.

무대와 의상이 공연장에 들어오는 순간 작업이 거의 끝나는 데 비해 조명은 공연장에 들어온 순간부터 작업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공연장 장비가 있어야 조명세팅이 가능하고, 대관료가 비싼 만큼 공연시작 직전에 세팅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기계적 세팅 전에 전체적인 조명 시나리오는 완성되어 있어야 한다.

무대와 의상은 공연보다 한 달, 두 달 혹은 서너 달 전부터 제작을 시작하지만, 조명은 보통 1주일, 짧으면 단 하루 만에 세팅을 끝내는 경우도 있다.

◇무대환경의 변화 빨리 읽어야

조명분야는 작품에 대한 완전한 파악 못지않게 극장환경에 주목해야 한다. 순회공연의 경우 극장 환경파악이 가장 중요하다. 김 감독은 "극장의 크기와 보유 장비, 작품의 성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조명장비는 달라진다. 한정된 조건에 맞춰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집중할 것은 집중해야 성공적인 연출이 가능하다. 같은 작품이라도 극장의 크기와 모양에 따라 조명 장치의 위치나 사용법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무대 바닥의 색깔에 따라, 무대의 넓이와 후미의 깊이에 따라 조명의 위치와 색깔을 조절할 수 있어야 완성도 높은 무대조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조명은 공연시작 전 모든 연출을 프로그래밍해 두고, 공연 때는 시행만 시킨다. 예상치 못한 변화가 발생할 경우 수동으로 진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드물다. 예상치 못한 전개나 실수를 없애기 위해서는 리허설이 중요하다. 한 작품에 100개 혹은 수백 개의 조명메모리를 하는데, 잘못된 프로그래밍으로 무대가 아니라 관객을 향해 조명을 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김 감독은 "공연작품의 예술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주연뿐만 아니라 조연이라고 할 수 있는 무대, 의상, 조명분야에 대한 경제적,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 수도권을 제외할 경우 대구는 공연작품을 종합적으로 제작할 수 있는 유일한 도시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라고 했다. 이어 "공연문화중심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무대, 의상, 조명 등 협연분야에 대한 실제적인 지원과 인식변화, 교육시스템 확보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구경북지역 대학에는 음악, 연기, 무용 등을 가르치는 학과는 많으나 무대조명, 무대의상, 무대디자인 등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학과는 없다. 수도권 일부 대학에서 무대디자인과를 개설하고 이 분야를 교육하고 있다. 멕시코 살리나스에서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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