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외국인 여성들의 삶] 만학 아줌마들의 꿈

입력 2011-07-28 14:19:47

주부·직장인·대학생 1인다역…전문가 돼야죠

까르르. 티 없이 웃는 표정들이 맑고 밝다. 대학생이 되면서 한국 생활에 자신감도 생겼다. 주부, 직장인, 대학생 등 세 가지 일을 모두 당차게 해낸다. 2, 3년 후엔 교사, 교수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들은 자신과 같은 처지의 다문화가족을 위한 전문가가 되기를 원한다.

김명월(40·대구시 수성구 범물동) 씨는 중국 하얼빈 출신이다. 결혼 전 학원에서 영어 강사를 했다. 10년 전 언니가 먼저 한국으로 시집와 광주에서 살고 있다. 그 인연으로 한국에 올 용기를 냈다. 남편과 맞선을 본 후 6개월 정도 사귀다가 결혼했다. 개인택시 기사인 남편은 성격이 조금 무뚝뚝하지만 씩씩해서 좋다고 한다. 4살 된 딸 현정이와 3명이 함께 산다. 중국동포(조선족)여서 한국말에는 크게 불편함이 없지만 들안길다문화센터에서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 하얼빈사범대 중어중문학과 출신이라 올해 방송통신대 중어중문학과 3학년에 편입했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원에도 진학하고, 졸업 후에는 중국어 통역과 번역 일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다. 이번 학기에는 '올(all) A' 학점을 받는 등 성적도 우수하다. 그의 꿈은 곧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 시집온 후카 가요코(47·서구 평리동) 씨는 결혼 20년째다. 겉모습도, 말하는 솜씨도 한국 사람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베테랑 주부다. 자신도 "이제는 한국 아줌마 다 된 것 같다"고 자연스럽게 말한다. 3년 전 시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오랫동안 병시중을 든 효부다. 가요코 씨는 벌써 20살 된 딸과 10살 아들을 둔 고참 주부로 영진전문대학에서 13년째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다. 일본에서 대학을 졸업했지만, 하고자 하는 일과 전공이 달라 지난해 방송통신대 청소년교육과 2학년에 편입했다. 가요코 씨가 뒤늦게 '청소년 교육'에 대해 열정을 품고 있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중'고등학생이 되면 점차 자존감이 낮아지고, 아버지와 어머니의 두 나라에 대한 정체성 혼란으로 방황하는 경우가 많다"며 "청소년 교육을 전공해서 이들을 위해 분명히 해야 할 일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추해와(34·달서구 송현동) 씨는 중국 연길 출신 조선족이다. 2001년 6월에 결혼해 한국생활 11년째다.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한창호)을 두고 있지만 아직 귀여운 모습이다. 자그마한 체구에도 부지런한 악바리 주부다. 방송통신대 중어중문학과 2학년이면서 어린이집, 유치원 다문화 홍보강사에다 달서구다문화센터에서 희망근로자로 일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면 중국어 강사와 중국어학원까지 경영하는 것이 꿈이다. 백두산에 여행 온 남편을 친구가 소개해줘서 결혼까지 하게 됐다. "결혼해서 시댁에 6년 6개월이나 함께 살았는데 처음에는 비행기만 보면 친정에 가고 싶어서 눈물이 났다"고 말한다. 하지만 친정 부모님이 한국에 와서 일하면서 마음이 안정됐다. "분가도 해서 이제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돼 정말 좋아요"라며 해맑게 웃는다.

강성(27·수성구 범어동) 씨는 중국 심양 출신이다. 조선족인 부모님이 평소 한국어를 사용해 언어는 전혀 불편함이 없다. 지난 2008년에 회사원 박재윤(36) 씨와 결혼해 한우(3) 군과 세은(1) 양 등 두 자녀를 둔 엄마다. 하지만 한국의 멋쟁이 아가씨 같다. 결혼 전에는 고교를 졸업하고 심양에서 화장품업체 직원으로 일했다. "처음엔 한국사람과 결혼한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지만 신랑을 보는 순간 정말 잘생겨서 결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말하는 모습에서 비교적 부유한 집에서 귀엽게 자란 티가 풍긴다. 처음엔 한국생활에 대해 불안감이 많았지만, 한국 생활에 적응하면서 대구가 좋아졌다고 한다. 남편은 결혼 초부터 대학 진학을 제의하는 등 강 씨의 면학에 적극적이다. "시험도 많고, 컴퓨터로 공부하는 것도 어렵지만 열심히 해야죠. 그래야 아이들이 커서 실력 없는 엄마라고 무시하지 않지요."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