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죽여야
지하철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 쿠로노는 우연히 어릴 적 친구 카토를 본다. 그때 지하철 선로에 취객이 떨어지고, 카토가 구하기 위해 뛰어든다. 외면하고 있던 쿠로노가 카토를 구하려고 하는 순간 지하철과 충돌하고 만다.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눈을 떠보니 이상한 방이다. 방 중간에는 수수께끼의 검은 구(球)가 놓여있고, 그 주위에 수상한 사람들이 서 있다. 그들 또한 쿠로노와 카토와 같이 죽음의 끝에서 온 사람들이다.
검은 구 간츠는 성인(星人'외계인)과 싸우라는 미션을 내린다. 영문도 모른 채 서바이벌 게임에 투입된 그들은 목숨을 걸고 싸운다. 간츠를 탈출하는 유일한 방법은 성인을 죽일 때마다 획득하는 점수를 100점까지 채우는 것이다.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일본 영화 '간츠'는 죽음의 문턱에서 끌려온 인간들이 괴생명체와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을 그린 영화다. 만화가 오쿠 히로야의 대표작 '간츠'는 2000년 연재를 시작해 현재까지 누계 판매부수가 1천600만 부를 넘긴 대 히트작. 폭발적인 인기 덕분에 시리즈가 완결되기도 전에 영화로 제작됐다.
시리즈의 1편 격인 '간츠'가 28일, 속편인 '간츠-퍼펙트 앤서'가 다음 달 각각 개봉될 예정이다.
'간츠'는 수수께끼의 검은 구를 중심으로 복잡한 차원을 이동하는 세계관과 암울하고 그로테스크한 이미지, 괴 대상체와의 서바이벌 게임 등 SF와 액션 요소가 강한 작품이다. 할리우드에서도 영화화를 시도했지만 재현이 쉽지 않다는 이유로 좌절되었다가 이번에 사토 신스케 감독의 연출로 영화로 빛을 보게 됐다.
'간츠'는 원작에 비교적 충실한 편이다. 흥미로운 캐릭터는 물론 인간들이 폭발해 피범벅을 하는 잔혹한 장면까지 고스란히 재현했다.
여느 SF만화처럼 설정이 독특하고 흥미롭다. 간츠가 구(球)의 표면에 처치해야 할 대상의 모습과 주어진 시간 안에 미션을 수행하라는 지시가 뜨고, 사람들은 간츠에 의해 미지의 장소로 전송된다. 이곳에서 살아남은 사람들만이 원래 있던 방으로 돌아온다.
외계인을 죽인 사람에게는 5~10점, 활약을 하지 못한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0점을 준다. 미션은 끊임없이 되풀이 되고 100점을 획득하는 사람에게만 기억을 지워 원래의 일상으로 복원되거나, 죽은 사람들은 살아날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진다.
영화는 자신이 살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죽여야 한다는 절망적인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타깃도 파성인, 로봇, 불상 등 희한하게 생긴 외계인이다. 만약 타깃을 죽이지 못할 경우엔 이들의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하지만 정작 왜 외계인과 맞서야 하는지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단행본 31권 중 1~7권의 내용만 담고 있어 작품 전체가 품고 있는 철학적인 메시지를 충분히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오히려 비슷한 미션이 반복되면서 지루한 측면도 있다.
그래도 전체 분량의 40%를 CG로 구현한 영상은 볼 만하다. 후반작업에만 1년여의 긴 시간이 투입됐다. 사지가 잘린 것처럼 인간들이 전송되는 장면과 그로테스크한 배경과 캐릭터, 전투장면 등은 꽤 실감난다.
일본의 대표 아이돌 그룹 아라시의 멤버 니노미야 카즈나리가 주인공 쿠로노역을, '데스노트' '상실의 시대' 등의 작품으로 국내에도 많이 알려진 마츠야마 켄이치가 카토 마사루로 나온다.
원작의 팬이라면 사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다음 달 개봉되는 시리즈 2편을 기다려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것이 영화 제작의 의도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상영시간 130분. 15세 관람가
김중기 객원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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