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 말 성적처리 실수…내달 대입 수시 앞두고 수험생·고교마다 대혼란
올해 3월 도입된 차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의 1학기 말 성적처리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면서 다음달 시작하는 대입 수시모집을 앞두고 학교와 수험생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동점자 처리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 1학기 석차'내신 등급이 바뀐 경우가 대구경북에서만 4천 건이나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적처리 오류 얼마나 되나=교육과학기술부는 성적을 정정해야 하는 고교생은 전국적으로 2만9천여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교육청에 따르면 1학기 성적을 정정해야 하는 학교는 25일까지 대구는 일반계고 절반 이상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계고 71개 교 가운데 37개 교, 특성화고 5개 교 등 모두 42개 학교가 성적 정정 대상 학교로 발표됐다. 경북은 일반계고 47개 교 등 68개 교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류 건수는 대구 2천700여 건, 경북 1천200여 건 등 모두 3천900여 건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시'도교육청 측은 "이번 오류 건수는 과목별로 동점을 받은 숫자인데 학생 1명당 여러 과목 시험을 치르는 만큼 실제 해당 학생 수는 이보다 적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성적처리 오류 원인은=교과부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컴퓨터 연산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엉뚱한 값(쓰레기값)을 누락하는 바람에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점자 등수를 매기기 위해 소수점 이하까지 성적을 비교하는데 이때 생긴 쓰레기값을 정정하지 못해 발생한 것. 나이스는 동점자가 있을 경우 석차를 매기기 위한 45가지 방법을 제시, 각 학교가 선택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소수점 이하 자리에서 불규칙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쓰레기값이 끼어들어 석차가 뒤바뀌는 오류가 생긴 것이다. 가령 A, B 학생의 총점이 90점으로 같다면 지필고사 점수가 높은 A학생이 90.002점, B학생이 90.001점으로 표시돼 A학생이 앞선 석차를 받는 게 정상이지만 B학생의 총점에서 쓰레기값(1)이 발생해 90.011점으로 나타나면서 등수가 뒤바뀌게 된 것.
교과부는 "쓰레기값의 정확한 발생 원인은 알 수 없지만 프로그램을 개발한 삼성SDS가 쓰레기값을 바로잡는 과정을 빠트리는 실수를 저질러 생긴 문제"라고 밝혔다.
◆현장에선 혼란 가중=학교 현장은 혼란에 휩싸였다. 성적 정정 대상 명단에 오른 고교에는 학부모들의 문의전화가 줄을 잇고 교사들은 성적을 재점검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고 3년 아들을 둔 이화연(47'여) 씨는 "국가 교육시스템에서 이런 일이 생기다니 어이가 없다"며 "이미 받은 점수로 진학 목표를 잡았는데 혼란스럽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수성구 한 고교 3학년 담당교사는 "당장 다음달부터 수시모집이 시작되는데 내신 성적을 다시 검토해야 할 판이다"며 "염두에 둔 지망 대학을 급히 바꿔야 하는 등 진학지도에 혼선이 생기고 있다"고 했다.
교원단체들은 시스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교총은 "학교 관련 통계처리 전담기관을 지정, 운영하고 각 시'도 교육청별 나이스 지원센터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시간이 갈수록 정보의 종류와 양이 많아져 프로그램 오류 등 다양한 문제가 야기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최소한의 내용만 담아 전산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나이스 운영을 맡은 한국교육학술정보원 관계자는 "각 학교 교사들의 협조로 성적 재산출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늦어도 29일까지는 성적통지표가 모든 학생에게 재발송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나이스(NEIS)=전국 초'중'고교와 특수학교, 16개 시'도교육청과 산하 교육지원청, 교육과학기술부가 학생 성적을 비롯한 모든 교육행정 정보를 전자적으로 연계 처리하기 위해 만든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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