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지역신문 필요성 일깨웠다

입력 2011-07-25 07:58:53

서울지역 신문 구독자 100명중 66명이 10점 만점에 4점 이하…지역지

대구의 한 시민단체가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정부의 서울지역 신문에 대한 일방적인 밀어주기에 항의하는 행사를 열었다. 매일신문 자료사진
대구의 한 시민단체가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정부의 서울지역 신문에 대한 일방적인 밀어주기에 항의하는 행사를 열었다. 매일신문 자료사진

이명박 정부 들어 터진 지역의 현안들은 지역신문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절실하게 일깨워줬다. 지역의 이익을 대변할 신문이 없다는 사실은 지역민에겐 서글픈 현실이다. 그나마 지역 언론이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해 줄 때, 서울(수도권) 공화국이 되어가는 폐해를 막을 수 있다.

서울지역 신문만 보는 지역의 한 독자가 지난 동남권 신공항 유치 실패와 관련, 대한민국 1등 신문이라는 조선일보를 끊어버렸다. 이 독자는 지역지 구독신청을 새로 하면서 조선일보를 비롯한 서울지역 신문의 보도 태도를 보면서 화가 하늘 끝까지 치밀었다고 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논리를 대변해 지역의 염원을 짓밟는 경제논리로 뒷받침하고,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마인드는 눈꼽만치도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매일신문 독자서비스국과 기자가 대구를 중심으로 한 지역 신문 구독자를 대상으로 5월 1일부터 15일까지 설문조사를 했다. 각 집단별로 분류해 '지역지, 서울지역 신문, 병독(지역지와 서울지역 신문을 함께 구독하는 경우) 구독 선택에 미치는 지역민의 성향분석' 관련 설문조사 결과, 조사 대상자 대부분은 지역 현안에 대한 지역신문의 역할을 중요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지 구독자, 지역신문 '10점 만점에 8점'

지역지만 보는 구독자들은 지역의 주요 현안에 대한 지역신문의 논조와 활약에 대해 높은 점수를 매겼다. 100명의 구독자 중 45명이 7, 8점을 줬으며, 30명은 9, 10점을 매겼다. 신공항이나 과학비즈니스벨트 등이 정부의 지역 균형발전 마인드의 부재로 무산됐지만, 지역신문은 그 과정에서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여기고 있었다.

5, 6점으로 다소 낮은 점수를 준 구독자들도 21명으로 적지 않았다. 하지만 3, 4점으로 낙제 점수를 준 구독자는 4명, 1, 2점 또는 0점을 매긴 이들은 단 1명도 없었다.

또 지역지 구독자가 서울지역 신문을 구독하지는 않지만 신공항에 대해 이 신문들이 수도권 논리만을 대변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 점도 이번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지역지 구독자들 100명 중 서울지역 신문의 논조와 보도행태에 대해 0점을 준 응답자는 33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 2점으로 낙제점을 준 이들도 29명이나 됐다. 평균 정도(5, 6점)로 점수를 준 사람은 31명이었다. 이는 지역지 구독자들이 서울지역 신문의 보도행태에 대해 지역민은 안중에도 없으며, 수도권 이익만을 대변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지역 신문 구독자도 '지역신문 잘 했다'

서울지역 신문만 보는 사람들도 지역의 중요 현안과 관련해서는 지역신문에 높은 점수를 줬다. 서울지역 신문 구독자들은 최근 불거진 지역 현안만큼은 서울지역 신문의 논조나 보도 행태에 대해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지역에 살면서도 지역지를 구독하지 않고, 별 관심이 없었지만 막상 지역의 현안이 터지자 우리 지역을 대변할 신문이 어떤 신문인지가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100명의 서울지역 신문 구독자 중 지역신문의 역할에 대해 가장 많은 38명이 5, 6점을 줬으며, 27명은 7, 8점을 매겼다. 11명은 9, 10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3, 4점으로 낮게 평가한 이들도 20명이나 됐지만 1, 2점은 4명밖에 되지 않았고, 0점이라고 평가한 구독자는 아예 없었다.

서울지역 신문 구독자들은 지역지를 구독하지 않지만 지역 현안을 지켜보면서 지역신문이 중앙정부에 맞서 잘 해줬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들은 서울지역 신문의 신공항 관련 보도에 대해 44명이 거의 낙제점수인 1, 2점으로 평가했다. 3, 4점, 5, 6점을 준 응답자는 각각 18명이었다. 그리고 7, 8점이 15명, 9, 10점은 1명도 없었다. 0점을 매긴 구독자도 4명이나 됐다.

◆병독자, 지역신문에 후한 점수

지역지와 서울지역 신문 중 하나만 선택한 구독자들은 구독하지 않는 신문에 대해서는 대략의 논조와 보도 태도에 대한 점수를 줬다고 볼 수 있지만, 병독자들은 양쪽 신문의 보도 행태를 정확하게 비교분석한 것이기에 더욱 의미를 둘 만하다. 병독자들은 지역신문에 더 큰 점수를 줬다. 9, 10점이라는 최상의 점수를 준 응답자들은 25명, 7, 8점으로 우수한 점수를 준 이들이 39명, 5, 6점으로 중간 점수를 준 이들은 15명이었다. 낮은 점수를 준 사람들은 적었다. 3, 4점은 9명, 1, 2점은 8명, 0점은 4명이었다.

병독자들은 서울지역 신문에 대해 다양한 점수를 줬다. 9, 10점이 2명, 0점이 13명이었다. 또 7, 8점이 21명, 5, 6점은 19명, 3, 4점은 20명, 1, 2점은 2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설문조사는 지역의 대표 신문인 매일신문 구독자 100명, 다음은 조선'중앙'동아 등으로 대표되는 서울지역 신문 구독자 100명, 그리고 지역신문과 서울지역 신문을 동시에 보는 구독자 100명 등 300명을 대상으로 했다. 만족도는 10점 척도를 기준으로 사용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