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저렴한 항공료, 항공승객 열 중 넷 이용
저가항공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국토해양부 발표에 따르면 국내선 항공 승객 10명 중 4명이 저가항공을 이용했다고 한다.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 5대 저가항공사의 국내선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포인트 늘어난 40.5%를 기록한 것. 초기만 해도 한성한공과 영남항공, 인천타이거항공이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과연 될까?'라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지만, 합리적 가격으로 이제는 기존 대형 항공사들을 위협하고 있는 정도에 이른 것이다.
◆"저가항공 펄펄 난다"
현재 운항 중인 저가항공사는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의 5개사다. 2008년만 해도 9.7%에 머물렀던 저가항공사의 국내선 점유율은 2009년 27.4%, 2010년 34.7%, 올 상반기에는 40.5%를 기록하며 껑충껑충 뛰어오르고 있다. 이런 현상은 대형 항공사가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국내선을 2천405편 줄인 반면 저가항공사는 3천291편을 늘린데 따른 결과다. 특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5개 저가항공사등 7개 우리나라 국적사가 모두 취항하면서 치열한 승객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는 김포~제주 노선의 경우 저가항공사의 여객분담률이 52.8%를 기록하면서 사상 최초로 50%를 넘어섰다.
저가항공사들의 국제선 강화도 두드러지고 있다. 저가항공을 이용하면 일본과 홍콩, 마카오, 태국, 대만, 필리핀 등 동남아 상당수 국가는 저가항공을 이용해 다녀올 수 있는 것. 현재 제주항공이 11개로 가장 많은 국제노선을 확보하고 있고, 에어부산이 6개, 진에어가 6개, 이스타항공이 3개의 국제선을 운항 중이다.
조만간 국제 노선은 더욱 급증할 전망이다. 지난 4일 티웨이항공이 국토해양부로부터 국제선 운항증명(AOC)을 취득하면서 올해 안에 일본과 태국 등으로 노선 확충을 계획 중이며, 제주항공 역시 상하이와 베이징 증 중국 노선을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최근 국제선 100만 승객을 돌파한 제주항공은 "올해 매출의 절반을 국제선에서 올린다는 계획"이라며 "올 상반기 매출만 따져도 벌써 국제선 매출이 564억원을 기록하며 국내선 526억원을 앞질렀다"고 밝혔다.
◆대구공항은 아직…
저가항공 노선은 김포와 김해공항에 집중돼 있다. 그 외에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청주~제주 노선을 운항 중이며, 이스타항공은 군산~제주 노선도 갖고 있다. 하지만 대구에서 이용할 수 있는 저가항공 노선은 아직 한 편도 없는 상태. 이 때문에 대구경북 사람들은 김해공항까지 가야 저가항공을 이용할 수 있는 형편이다.
한국공항공사 대구지사 정상철 차장은 "대구시와 공항공사가 함께 지속적으로 저가항공사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소식이 없다"며 "저가항공사들이 대구공항은 수지가 맞지 않는다며 계속되는 러브콜에도 고개만 젓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특히 문을 닫은 영남항공이 과거 대구~제주 노선을 운항하다 6개월 만에 수지가 맞지 않는다며 노선을 폐쇄한 전례가 있어 더욱 꺼리는 상황이라는 것.
하지만 현재 대구시와 공항공사는 제주 노선 유치를 위해 적극 공세를 벌이고 있다. 대형항공사들의 제주 노선 평균 탑승률이 80% 선이지만,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표를 구하기 힘들 정도여서 유치 가능성이 있다는 것. 더구나 제주 올레길 관광 활성화 등으로 인해 제주 여행객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과거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 분석이다. 공항공사는 "각종 인센티브 등을 제공해서라도 공항을 활성화하고 시민들의 항공 이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면에서 합격점
저가항공을 이용해 본 승객들은 일단 '좁은 좌석'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 좌석 클래스 구분이 없는데다 기존 대형항공사들의 일반석보다 좌석 배치가 좀 더 좁게 돼 있는 것. 이 때문에 최근 중국을 다녀왔다는 한 승객은 "짧은 거리였기 때문에 참을만 했지만 아무래도 장거리는 무리일 것 같다"고 했다. 친절한 기내 서비스에 이미 익숙해져 있다보니 신문이나 잡지, 음료, 주류, 담요 등의 서비스가 없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가항공사에 대한 이용객 대다수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가장 큰 이유는 합리적인 가격 때문. 김혁동(42) 씨는 "지난 4월 가족들과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면서 저가항공사를 이용했는데 김해공항까지 왕복 기름값과 통행료, 주차비를 제외하고도 10만원 이상 절약할 수 있었다"고 했다.
고나우여행사 서영학 사장은 "요즘은 아예 저가항공권을 구매해달라고 요구하는 여행객들도 많아졌다"며 "일본 노선의 경우만 해도 대형항공사를 이용할 경우 40만~50만원이 드는 반면에 저가항공사는 30만원 이하의 가격에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으니 평균 20~30% 저렴하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정부 고위인사를 비롯한 VIP급 인사들이 잇따라 저가항공을 이용하면서 '값싼' 이미지까지 벗었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경남 의령 출장길에 저가항공사인 에어부산을 이용한 것을 비롯해,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제주에서 열린 학술대회에 참석한 뒤 기상악화로 전용헬기 이용이 어렵자 제주항공편으로 서울로 돌아간 것.
더구나 행정안전부에서는 지난해 공무원 출장 규정을 담은 '공무원 여비업무 처리기준'을 정비하면서 과장급 이하 실무자가 국내 출장을 할 때에는 운항 노선이 없거나 시급한 경우를 빼고는 가급적 저가항공을 이용하도록 노력하라고 정한 바 있다.
◆가격 더 낮춰야
저가항공사들이 급성장을 거듭하면서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많다. 가장 시급한 것이 조종사 수급 문제. 항공사들이 1천시간 이상 비행 경력을 갖고 있는 부기장을 육성하는데 드는 비용은 대략 2억원. 하지만 워낙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다보니 업체들 간 조종사 쟁탈전이 치열한 것.
얼마 전에도 아시아나가 운영하는 에어부산과 대한항공이 운영하는 진에어 간의 조종사 빼가기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항공사들은 조종사 수급 안정을 위해 기본 훈련 후 4년의 의무복무 기간을 두지만 이런 관례를 어기고 조종사를 빼갔다는 주장이다.
항공업계에서는 대형항공사와 신규 저가항공사들이 신규 항공기를 도입하고 취항지를 늘리면서 공급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국토부는 2016년까지 약 1천600여 명의 조종사가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조종사 인력 수급 문제는 승객들의 안전과 곧 직결된다. 얼마 전에도 한 항공사 기장이 술이 덜 깬 상태로 조종간을 잡으려다 적발된 바 있고, 조종사의 실수로 항공기의 기내 압력을 조절하는 여압장치를 뒤늦게 작동하면서 승객들이 귀에 통증을 호소하는 사고도 일어난 것. 저가항공사들은 "개별 항공사에서 조종사 양성과 수급을 책임지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으로 우후죽순 늘어날 외국계 저가항공사와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어서 원가절감 등을 통해 대형항공사의 절반 수준까지 가격을 낮춰야 경쟁력이 있다는 지적도 터져나오고 있다. 일본과 싱가포르 등도 저가비행기를 띄울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데다 베트남, 태국 간의 운항 항공사 제한이 폐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더 많은 항공사들이 추가 취항이 가능해지면서 현재 상승세를 타고 있는 국내 저가항공사들의 입지가 위협받고 있는 상항이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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