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심을 가로지르는 신천 둔치를 걷다 보면 재미있는 광경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백로가 물고기를 잡아먹는 장면이다. 긴 부리로 물고기를 건져 올린다. 잠시 숨을 고른 뒤 다시 물고기를 살짝 던져 먹기 좋게 아가미 쪽을 물고 그대로 삼킨다. 목구멍을 넘어간 물고기는 백로의 긴 모가지를 통과하면서 계속 버둥거린다. 시골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을 도심에서 직접 볼 수 있으니 이 얼마나 행운인가.
이뿐만 아니다. 봄이 되면 오리들이 귀여운 새끼들을 졸졸 달고 다니며 고무보에서 놀고 있다. 아줌마들의 인기를 독차지한다. 4, 5월이면 산란기를 맞은 잉어들이 마치 경주하듯 신천 상류로 올라간다. 순식간에 강바닥은 잉어들의 무도장이 된다. 때를 잘 맞추면 마치 강물이 끓어오르듯 물결이 요동치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요즘 동신교를 건널 때면 잠시 발을 멈추고 다리 밑을 보라. 어른 허벅지만 한 시커먼 잉어들이 득실거리고 있다.
산업화가 한창이던 시절, 신천에서 이 같은 기적이 일어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니 악취로 인해 신천을 기피하던 때가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 시민들의 사랑과 보호 속에 백로와 오리 개체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으니 산책하는 시민들의 발걸음도 덩달아 가벼워진다.
무엇이 신천을 이토록 변하게 만들었는가. 바로 '물'이다. 물이 맑아졌기 때문이다. 내륙 도시 대구가 이처럼 물과 친하다는 것은 흥미로운 사실이다. 일단 신천과 금호강, 그리고 영남의 젖줄 낙동강을 끼고 있다. 금호강에는 습지도 많다. 서거정이 '대구 10경(景)'을 읊으면서 금호범주(琴湖泛舟), 즉 금호강에 배 띄우기를 제1경에 넣은 이유를 알 만하다. 대구가 이런데 낙동강을 품고 있는 경북은 어떠하겠는가. 굽이마다 명승이요, 줄기마다 이야기가 넘친다.
이런 대구경북에 '물 올림픽'으로 불리는 2015년 세계 물 포럼을 유치하기 위해 시와 도가 본격 시동을 걸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세계 물 포럼은 3년마다 개최되는 국제 행사로 지난 2009년 제5차 터키회의 때는 120개국 대표 2만 5천여 명이 참석했고, 제6차 대회는 내년 2012년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개최된다.
며칠 전 실사단이 지역을 다녀갔다. 친수(親水) 도시 대구경북의 이미지를 한껏 담아갔으리라 짐작된다.
윤주태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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