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배 함께 암벽 '자일파티' 35년간 산사나이 의리
"대구에서 대구고 출신 산악인을 빼고 산악인을 얘기하면 어색합니다. 대구고 산악인들은 전문 산악인이 많고 대한산악연맹 태동에도 앞장섰습니다."
대구고 OB산악회 정광현(18회) 회장은 대구고 출신 산악인들이 35년간 산악회의 명맥을 이어오면서 산악인 저변확대에 크게 기여해왔다고 자부했다.
대구고 OB산악회는 1977년 한국 첫 에베레스트 원정대에 박상열(2회) 동문이 부대장으로 출정한 것을 기념해 창립됐다. 현재 회원은 졸업기수 1회부터 44회까지 140여 명이 있고 창립 멤버도 10여 명 활동하고 있다.
창립은 김종욱(1회), 조영길(1회'초대회장), 박태언(3회), 손익성(7회) 등이 주도했다. 대구고 OB산악회의 모태인 대구고 산악부는 대구지역에 산악활동이 시작된 1958년 창단된 이후 대구경북 학생산악연맹과 경북산악회에 가입해 눈부신 활약을 했다. 또 대구고 산악부 출신들이 1962년 대한산악연맹 창립에도 앞장섰다.
대구고 산악부는 대구경북 학생산악연맹 주관 '60㎞ 극복 전국 등행대회' 1회 대회에서 5회 대회까지 고등부 부문 5년 연속 우승했고, 1978년에는 20회 60㎞ 극복등행대회 우승은 물론 대통령기 등 전국등산대회를 석권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직전 회장인 최창웅(17회) 고문은 "학창시절 산악부는 거의 주말마다 1박 2일로 팔공산에서 훈련을 받았다. 암벽훈련은 물론 파계사~파계재~서봉~동봉~수숫골 종주산행까지 힘들었지만 모두 잘 소화해냈다"고 했다.
당시 선'후배들이 함께 암벽에 매달려 벌인 '자일파티'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특히 60㎞ 극복등행대회를 앞두고는 매일 밤 운동장 50바퀴를 돌고, 배낭을 메고 학교에서 충혼탑까지 걷기훈련도 했다.
대구고 OB산악회는 대한산악연맹 발전과 함께 세계 고산 등정에 족적을 남긴 산악인이 많다. 임문현(1회), 박상열, 손익성 동문은 대한산악연맹 대구시산악연맹 회장을 역임했다. 특히 박상열 동문은 1977년 한국 에베레스트 원정대 부대장으로 출정한 것은 물론 쵸오유 원정대 대장, 남미 아콩카구아 원정대 대장으로 활약했다. 김특희(5회) 동문은 초모랑마 원정대 대장, 동계 에베레스트 원정대 대장, 동계 안나푸르나 원정대 대장을, 안덕근(7회) 동문과 현 회장인 정광현 동문은 킬리만자로를 각각 등정했고 원영진(36회) 동문은 촐라체 동계 등정을 했다.
대구고 OB산악회는 매월 셋째 주 일요일 월례등반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405회를 넘겼다. 또 매년 OB산악회와 모교 재학생 합동 동'하계 훈련등반을 해오고 있다. 올해 하계 훈련등반은 8월 중에 영남알프스나 가팔환초(가산산성~팔공산~환성산~초례봉) 등반을 계획하고 있다.
1992년 중국 장백산을 시작으로 1993년 말레이시아 코타 키나발루 원정, 1994년 일본 북알프스 원정, 1995년 중국 황산 등반, 1996년 킬리만자로 원정, 2000년 히말라야 히운출리 원정, 2002년 히말라야 2회 원정, 2003년 대마도 시다라케 등반, 2007년 일본 구중산 등반 등 해외 명산순례 원정등반도 해마다 갖고 있다.
조일민(21회) 총무는 "대구고 OB산악회는 전국 각 학교 동문 산악회 중 유일하게 산장을 갖고 있다. 2004년 팔공산 신무동 부인사 근처에 1억5천여만원을 들여 완공했는데 이곳 산장에서 매년 4월 셋째 주 등반행사 때 회갑을 맞이한 동문 회원들을 초청해 회갑연을 열고 있다"고 했다.
OB산악회는 매년 1월 시산제를 지내고 연말에는 송년의 밤 행사를 연다. 특히 작년부터는 6월에 대구고 총동창회 산행대회인 달구산악축제를 2회째 주관했는데 동문 1천여 명이 참가할 정도로 성황을 이룬다. 2007년까지 매년 신입생 환영 등반대회를 가졌고, 모교 산악부 학생들에게는 등반장비와 장학금을 지급해오고 있다.
산악회 회보도 매달 1회 발행해 1995년 100호 기념 '산이 좋아 산에 가노라네'라는 문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매년 팔공산 등반 때는 산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쓰레기 줍기 등 환경정화활동도 펼친다고 했다.
정광현 회장은 "회원 동문 평균 연령대가 50, 60대다. 동문 건강을 생각해 앞으로는 고벽 오르기 등 무리한 등반보다 가벼운 산행 위주로 산악회를 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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