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밀히 말하면 내가 사는 집이 아니고 사무실이 있는 동네 이야기이다. 우리 동네는 서민층이 주로 사는 주택가인데 얼핏 보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저 그런 풍경을 가진 아주 평범한 동네다.
그런데 이렇게 별 특색 없는 이곳엔 사람 사는 향이 그윽하다. 우리 사무실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들어가면 전통시장 입구인데 골목 좌우로 돼지국밥집, 분식점, 과일가게, 횟집 같은 가게들이 쭉 늘어서 있다.
내가 "살 빠졌네" 하면 가장 좋아하는 볼살이 통통한 여중생과 입시를 앞둔 고3 아들을 둔 부부가 운영하는 돼지국밥집이 있다. 이곳에 가면 항상 웃는 낯으로 밥과 국을 더 챙겨주려고 하는 주인아주머니 덕에 음식맛보다 더 맛있는 인심을 먹고 온다.
바로 건너편 분식집 부부는 어느 날 이웃한 횟집에서 우연히 만난 김에 소주 한두 잔을 같이 나누었다. 나가면서 보니까 이분이 우리 테이블 계산까지 같이 치러놓고 갔다. 며칠 후 이웃한 다른 동네의 가게로 이사 간다면서 그동안 가끔씩 분식점에 들러줘서 고맙다는 인사말을 남기고…. 정말 마음이 아프도록 미안하고 고마웠다.
그리고 온 동네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매운탕이 일품인 횟집 사장님 부부는 항상 주문한 음식 외에 멍게나 개불, 때로는 양미리도 구워서 서비스로 주곤 한다. 집은 허름해도 모 일간지에 맛집으로 소개된 내공이 있는 집이다.
사무실 길 건너편에 있는 매생이 굴국밥집은 요즘처럼 더운 날에 보양음식인 굴갈낙탕(갈비탕에 생굴과 산 낙지를 넣은 것)이 일품인데 좀 한가한 시간에 가면 덤으로 전도 얻어먹을 수 있다. 그냥 음식만 푸짐하게 내는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가득 담아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짐작건대 이분들이라고 어디 고통이 없고 애환이 없으랴. 슬픔 없는 삶이 있겠는가. 다들 넉넉지는 않지만 먼발치서 보면 이웃끼리 서로 따뜻한 정을 나누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 덕에 나도 덩달아 좋은 인심을 나누어 가지게 된다.
문화적으로 풍요롭고 소득 수준이 높은 선진국보다는 최빈국에 속하는 바누아투라는 섬나라가 행복지수 1위에 선정되는 등 가난한 나라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더 높은 결과를 본 적이 있다. 최근 세 번째 도전 만에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평창 덕에 그 감동적인 선정 순간을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2018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예측기사도 나왔다.
최빈국에서 이른 시간 내의 고도성장을 통해 선진국 문턱에 다다른 대단한 우리 민족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성장지상주의를 추구한 결과 현실에 만족하고 작은 데서 행복을 찾는 마음들이 없어져 버린 것이 아닐까. 어딘지 나에게 위압감을 주는 멋진 현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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