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영의 의료백과] 의사에게 필요한 덕목 '소통의 기술'

입력 2011-07-21 14:25:40

3년 전 종합병원 성형외과 의사인 후배에게 환자를 보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선물한 적이 있다. '의료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책이었다. 오랜 기간 의료현장을 취재하면서 의사와 환자의 소통이 그 어떤 치료약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미국 의사가 쓴 것을 번역한 것으로 미국의 의료제도가 우리와 다소 달라, 소개된 커뮤니케이션 스킬들을 국내에서 활용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내용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이 책이 대형서점에서 발견한 유일한 의료커뮤니케이션 관련 서적이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의료커뮤니케이션'이란 말은 한국 땅에서는 낯선 용어였다.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관련 서적들이 많이 발간됐고, 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까지 만들어졌다. 환자와의 소통은 질병의 치유는 물론 병원마케팅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의료분쟁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많은 연구에서 확인됐다.

의사들이 소통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도 의사의 권위적인 진료(상담) 방식에 불만을 제기하는 환자들이 많다. 환자와 원활한 소통이 가능한 의료환경을 만들기 위해선 의료커뮤니케이션 관련 과정이 의대나 의사 수련과정에서 확대돼야 하겠다. 아니, 의대 입학시험에도 면접 형태로 도입하는 것은 어떨까?

미국 의과대학들이 신입생을 뽑는데 도입한 새로운 방식은 신선한 느낌을 준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미국 의과대학의 신입생 선발기준이 인성을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달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시험성적만 보던 것에서 벗어나 여러 차례의 짧은 인터뷰를 통해 예비 의사들이 동료나 환자들과 원만한 의사소통을 하면서 의술을 펼칠 수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의사가 되려면 먼저 다양한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인성을 가져야 한다는 전제에서 도입된 제도이다.

미국의 신설 버지니아텍 의대는 학생들에게 스피드퀴즈를 내는 방식의 면접을 도입했다. 작은 방 앞에 특정 상황을 적은 쪽지를 수험생들에게 보여주고 2분간 생각하게 한 뒤 그 방안으로 들어가 면접관들과 8분간 토론하게 된다. 또 종이 울리면 다음 방 앞으로 가서 다른 상황의 면접을 치르는 방식으로 모두 9차례 짧은 면접을 보게된다. 공개된 샘플질문을 보면 '검증되지 않은 대체치료법을 환자에게 권하는 것이 윤리적인가' '어린 아들에게 포경수술을 하려는 부모를 의사가 지지해야 하는가' 등 다양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물론 이런 질문에는 따로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다. 면접관들은 상대방이 다른 의견을 갖고 있을 때 어떻게 대화로 풀어가는지를 평가한다.

이런 상황 면접방식은 좋은 평가를 받아 스탠퍼드대와 캘리포니아 주립대, 로스앤젤레스대, 신시내티대 등 미국 내 8개 의대가 활용하고 있으며, 캐나다에서도 13개 대학이 이런 방식으로 학생을 모집하고 있다.

kimky@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