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세론은 어딜 가나 실감 난다. 정치를 화제로 한 대화에서 단골은 '박근혜 되나'다. 그의 당선 여부가 궁금한 사람들이 '된다. 안 된다'로 엇갈리고 '되고 안 되는' 이유 또한 가지각색이다. 정치 프로들의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세론은 독"이라는 청와대 참모의 말은 곧바로 논란을 빚기도 했고 야권의 잠재 후보로 거론되는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거품이 아니라 실제로 막강하다"고까지 말한다. 어느 분은 "박근혜 대세론은 이회창 대세론이 아니라 이명박 대세론" 즉 현실로 이어지는 것이라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박 의원과 여타 예비 후보들의 지지율은 격차가 엄청나다. 박 의원은 여전히 30%대의 지지율을 얻고 있지만 나머지 후보 중 두 자릿수 지지율을 얻는 이는 보기 힘들다. 이런 지지율과 관심이 있기에 일단 다음 대선 무대에서 박 의원은 가장 유리한 자리를 차지한 셈이다. 그런데도 친박 일부에서조차 장담할 수 없다고 한다.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 당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이미 실감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지지율을 현실화시키지 않도록 만드는 변수는 유권자들의 마음에 있다. 다음 대통령을 선택할 유권자들의 마음은 아직 감추어져 있다. 확고부동의 마음들도 없지 않겠지만 상당수는 미정 상태라고 보는 게 맞다. 결정의 순간까지의 행로는 멀다. 드러나지 않은 마음들을 찾아내는 일이 다음 대선의 승패를 좌우한다.
한나라당 대표를 지냈던 최병렬 전 의원은 2002년 한일월드컵 전 사석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월드컵에서 한국이 16강을 넘어서면 의외의 선거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잠재된 국민적 열정이 결집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폭발, 말로만 회자되던 유권자들의 선거 혁명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주목받지 못한 국민들의 마음이 모아져 새로운 정치 지도자가 등장할 수도 있다는 그의 예측은 현실화됐다. 당시만 해도 야권 후보 중 선두 주자는 이인제 의원이었고 노무현은 약체 후보였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기존 정치 질서와는 다른 국민들의 열망을 외면했다. 후보 아들의 병역 문제를 둘러싼 공방에 힘겨워하면서도 이를 전파시키는 인터넷의 단점과 폐해를 말하는 데만 분주했다. 대세는 인터넷으로 표방한 국민의 열망과 결집이었지만 근본은 외면한 채 곁가지에만 매달린 것이다. 게다가 당시 이회창 후보는 한나라당에서 절대적 권위를 가지고 있었다. 누구도 그를 거스를 수 없었다. 공식회의 결과가 나중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에서 바뀌어졌다는 불평들도 곳곳에서 나왔고 그 결과는 패배였다.
복지 문제를 두고 포퓰리즘이냐 아니냐 논쟁이 벌어지고 양극화로 인한 불만의 증대로 공정사회의 구호가 끊이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복지로 대표되는 양극화 해법은 내년 선거의 핵심이 될 공산이 크다. 양극화의 현실화는 경제와 정치의 반비례를 낳는다. 양극화 사회에서 약자들은 그러나 수적으론 우세다. 정치는 수적 우세가 좌우한다. 약자가 대선의 주인공을 선택하는 키를 쥐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주변에서는 포퓰리즘을 경계한다. 마찬가지로 대다수 국민들도 포퓰리즘을 경계한다. 퍼주기는 결국 국민의 호주머니를 털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이라고 재벌과 대기업을 미워한다고 여기면 오산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대기업과 재벌의 공로와 자유 시장경제의 장점을 인정한다. 다만 상대적 열등감을 느껴야 하는 왜곡된 현실을 조화와 균형으로 풀어달라고 한다. 조화와 균형은 말로 가능한 게 아니다. 실천 의지가 없으면 신뢰를 받지 못한다.
유승민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전당대회 경선 시 "한나라당은 왼쪽으로 한 발 옮겨야 한다"는 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 의원은 이회창 총재 시절 여의도연구소장으로 스카우트돼 나중 박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다. 자유경제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경제학 박사다. 그런 그가 양극화로 인한 사회적 위험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다수는 사회적 약자다. 그들도 공짜로 막 주겠다는 사람을 믿지 않듯 유 의원의 말도 자유경제 체제를 부정하는 게 아니다. 정치는 조화와 균형이다. 유 의원의 말이 국민에게 신뢰를 얻느냐 여부가 박근혜 대세론 현실화의 핵심이 될 수도 있다.
徐泳瓘(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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