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은 곧잘 현대 의료에 대해 '장칠기삼'이라는 표현을 쓴다. 진단과 치료에 있어 장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0%, 의사의 손기술은 30%라는 말이다. 물론 아무리 첨단 장비를 쓴다해도 이를 해석하고 응용하는 의사의 기술이 떨어진다면 무용지물. 하지만 지역 의료진의 역량은 통계나 수술 실적 등에서 이미 최고 수준에 올라와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장비 도입에 있어서도 지역 대형병원들은 수도권에 뒤지지 않는다. 지역 병원들이 갖추고 있는 최첨단 진단 및 치료 장비에 대해 알아본다.
◆64채널 PET-CT
PET-CT는 인체의 분자영상을 만들어 내는 PET(양전자단층촬영)와 몸의 구조적 이상 유무를 검사하는 CT(컴퓨터 단층촬영)의 장점을 합한 최첨단 영상진단장비. 몸 속 작은 암을 조기 발견하는데 효과적이며, 암의 진단'병기'전이에 대한 판별이 가능하다. 협심증, 심근경색증 등 심혈관질환 진단'치료에 유용하며, 치매나 뇌혈관질환, 간질 진단에도 효과적이다. 최근 도입된 '64채널 PET-CT'는 작은 종양이나 전이암까지 정확하게 찾아내며 기존 방사선 피폭도 50% 이상 줄였다.
동산병원 핵의학과 원경숙 과장은 "암은 초기 발견이 가장 좋은 치료법"이라며 "PET-CT 촬영은 아무 증상이 없는 일반인의 경우 초기 암을 미리 발견해 완치율을 높이고 사망률을 낮추는데 있어 가장 확실한 의료장비"라고 말했다.
◆최신형 MRI
MRI는 자기력과 고주파를 이용해 인체에 해가 없으며 뇌, 심장, 간, 근골격계 등 신체 대부분 검사에 유용하고 암의 전이까지 판단할 수 있는 최신 진단장비다. 최근 도입된 장비는 기존 장비에 비해 소음이 30dB 이상 줄어 검사 시 소음으로 인한 불편을 크게 줄였고, 환자의 위치 고정이 필요없어 보다 편안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촬영시간이 짧아 움직임이 조절되지 않는 소아나 의식이 불투명한 환자의 검사도 가능해졌다. 최신 기술로 꼽히는 TIM(Total Imaging Matrix)을 이용할 경우, 환자의 머리에서 발끝까지 전신검사가 12분 이내에 가능하다. 종전 장비에 비해 촬영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는 것이 특징.
◆128채널 다중검출 CT
종전 CT는 한 개 튜브에 최고 64개의 검출기를 갖췄지만 최신 기종은 2개 튜브에 128개의 검출기가 있다. 촬영시간이 4분의 1로 줄어 노인, 어린이, 응급환자 등 숨을 참기가 어려운 환자들도 빠르고 정확한 검사가 가능하다. 영남대병원 영상의학과 조재호 교수는 "기존 CT는 12초 정도 걸리지만 새 기종은 심박동수가 60∼65회 이하일 경우 0.25초 만에 가능하다"며 "특히 심장박동을 인위적으로 낮추기 위해 사용하는 베타차단제의 투여량도 대폭 줄여 그에 따른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내시경을 넣지 않고도 대장 전체를 진단할 수 있어 대장암 조기 발견이 가능하다. 혈관의 협착이나 기형, 이상 확장증, 혈관 절단증, 폐혈관 색전증 등 다양한 혈관 질환이 가능하며, 뇌졸중 환자의 경우 보다 정밀한 진단이 가능하다.
◆다빈치 로봇수술 시스템
기존 복강경 수술에 로봇 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환자의 복벽이나 가슴에 작은 구멍을 뚫어 4개의 팔을 가진 로봇 손이 사람 몸 속에 들어가고, 정교한 3차원 입체 카메라를 통해 눈보다 세밀한 영상을 보며 수술하게 된다. 로봇 손목은 최대 540도 회전이 가능하고, 손떨림도 없어 정밀하고 섬세한 수술이 가능하다. 특히 신경, 혈관 등의 손상이 적어 수술 성공률이 높고, 까다로운 암 수술에도 큰 효과를 보인다. 다빈치 로봇은 미국에선 500여 대, 서유럽에선 150여 대가 보급돼 비뇨기과 전체 전립선암 수술의 50%를 맡고 있으며, 위암 및 대장암 수술에도 많이 쓰인다. 다만 아직 환자의 비용부담이 큰 것이 단점이다.
◆래피드아크
현존하는 방사선 암 치료 장비 중 가장 최신 장비로 꼽힌다. 기존 방사선치료기인 토모테라피, 사이버나이프, 감마나이프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최신 치료기이다. 치료 오차 범위가 2~3㎜에 불과해 정상조직 손상이 미미하다. 치료기가 환자 주변을 360도 회전하며 종양 전체를 한꺼번에 인식하기 때문에 한 번 회전하면 모든 치료가 끝난다. 뇌종양, 두경부암, 간암, 폐암, 전립선암, 자궁경부암, 골전이암, 척추암 등에서 발생하는 암 치료에 이용된다.
대구파티마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김시운 과장은 "한 번 치료시간은 약 2분으로, 기존 5~40분보다 훨씬 짧다"며 "특히 종양 주변에 방사선에 민감한 장기가 있거나 방사선치료 부위에 종양이 재발한 경우에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IMRT(세기조절 방사선치료)
컴퓨터 제어 시스템에 의해 암 조직에는 최대량의 방사선을 쏘되 인접한 정상조직에는 극소량만 닿도록 컴퓨터가 부위별로 방사선의 세기를 조절, 부작용을 최소로 줄여주는 치료 시스템이다. 암의 방사선치료 영역에서 최첨단 분야로 꼽힌다.
특히 두경부 종양 중 비인강에 발생한 암은 주변이 방사선에 민감한 조직으로 둘러싸여 병변은 비록 치료가 돼도 타액선 손상에 의한 구강 건조증, 방사선에 의한 중이염과 청력저하 등 후유증으로 심각한 삶의 질 저하를 초래할 수 있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이호준 교수는 "이런 후유증 때문에 전립선암, 두경부암, 자궁암, 식도암 등 환자의 경우 IMRT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며 "방사선치료 부작용은 치료 효과를 크게 높였다"고 밝혔다.
◆4세대 레이저수술법 레볼릭스(Revolix)
전립선 비대증 수술에 쓰이는 레이저 수술기기. 기존 전립선 제거수술에 비해 출혈이 훨씬 적고 입원기간도 짧다. 특히 크기가 큰 전립선(100g 이상)인 경우 개복 또는 복강경으로 전립선 적축술을 했지만 이것은 내시경 수술로 통증이 거의 없으며 흉터도 남지 않는다. 비대해진 전립선을 피막부분까지 접근해 완전 제거가 가능하고, 전립선 부위에만 선택적으로 레이저가 작용해 다른 장기의 손상을 줄여준다. 수술과 동시에 전립선 조직검사도 가능하다. 보건복지부도 신의료기술로 인정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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