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테일러·슈바이처·피카소·오드리 헵번…
사진 한 장의 힘은 위대하다. 특히 위인이나 거장의 깊은 내면을 단 한 장으로 보여주는 사진인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인물사진의 거장 카쉬가 20세기 영웅들을 카메라 앞에 세웠다. 14세의 엘리자베스 테일러, 알베르트 슈바이처, 샤갈, 오드리 헵번, 파블로 피카소, 알베르토 자코메티, 레너드 번스타인 등 이름만 들어도 전 세계인들이 경의를 표할 만한 거장들을 찍은 인물사진의 거장, 카쉬전이 9월 30일까지 호텔인터불고엑스코 아르토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193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4천여 장의 작품 가운데 대표작 95점을 엄선해 전시한다. 카쉬의 대표작인 인물사진뿐 아니라 손 시리즈, 풍경 사진도 함께 전시돼 눈길을 끈다.
20세기 역사적 인물들을 흑백 필름으로 찍은 카쉬의 사진은 그 인물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유섭 카쉬(1908~2002)는 아르메니아 공화국에서 태어나 1930년대 캐나다에서 초상사진사진관을 경영했다. 그는 총 1만5천312명의 사진을 찍었고 15만 장의 필름을 현상했다.
그의 인물사진은 사진 속 인물과의 '소통'이 담겨 있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그는 찰나의 순간에 모델의 내면을 드러낼 수 있는 사진을 통해 관람객과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인물들의 손짓, 얼굴의 움직임, 몸짓, 응시 방향 등 사진 속 모든 요소는 그 피사체에 대한 명확하고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한다.
특히 카쉬는 지금까지도 조명 사용에 있어 천재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백라이트 조명을 사용해 인물에 대한 새로운 효과를 보여주었다.
이번 사진전은 카쉬가 당시에 직접 암실에서 인화했던 오리지널 빈티지 필름으로 선보인다. 필름 카메라는 누가 인화하느냐에 따라서도 사진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다. 그런 만큼 카쉬의 숨결과 미학적 완성도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사진과 함께 모델과의 에피소드를 적은 카쉬의 일화도 소개된다. 새 매장이 오픈하기 얼마 전, 철통 같은 보안 속에서 만나야 했던 크리스티앙 디오르, 상처받기 쉬운 연약함을 보여주었던 오드리 헵번, 자살하기 4년 전 수줍음을 많이 탔던 헤밍웨이와의 일화 등이다. 피카소를 찍을 당시 카쉬는 고심 끝에 여체가 그려진 도자기 소품을 이용했다. 여성이 늘 함께했던 피카소의 인생을 상징처럼 보여준 것이다.
카쉬의 예술적인 사진뿐만 아니라 20세기 영웅들의 얼굴을 대면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관람의 이유가 된다.
아르토 갤러리 손근수 대표는 "당시 카쉬는 A4 종이 하나 크기의 필름을 사용했기 때문에 지금의 디지털 기술로는 따라올 수 없는 정교한 사진과 풍성한 표정을 감상할 수 있다"면서 "카쉬가 만났던 인물들의 내면을 따라가다 보면 20세기 문화의 한 단면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인 8천원, 초중고 학생 6천원, 유아 5천원. 1566-1360.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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