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의 인물] '바람이 분다…' 시인 폴 발레리

입력 2011-07-20 07:50:25

'바람이 분다…살아야겠다!/ 대기가 내 책을 열었다가 다시 닫고/ 박살난 파도가 바위돌로부터 마구 솟구치니/ 날아가라, 온통 눈부신 책장들아!…' (해변의 묘지)

난해한 상징시다. 젊은 시절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몰랐지만, '바람이 분다…살아야겠다!'는 싯구만 보고 이런저런 상념에 잠긴 적이 있다. 이 시를 쓴 폴 발레리(1871~1945)는 "내 시는 그것을 읽는 독자가 부여하는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독자 자신의 느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시인'비평가인 발레리는 항구도시 세트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고독한 학생이었다. 자신을 드러내기 싫어하고, 시인이 되려하지 않았던 시인이었다. 앙드레 지드가 강권해 46세 때인 1917년 첫 시집 '젊은 파르크'를 냄으로써 대표적인 상징시인이 됐다. 1922년 이후에는 시를 전혀 쓰지 않고 새벽에 일어나 산문과 평론만 썼다. 1945년 오늘, 사망하자 드골 정부에 의해 국장으로 치러졌고 고향에 있는 '해변의 묘지'에 묻혔다. 그의 글 중 가장 인상적인 구절이 있다. '생각하는대로 살지 않는다면 우리는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박병선(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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