每日新聞 정치아카데미 끝장토론…대구경북 정치 어떻게

입력 2011-07-18 10:01:39

"박근혜 대선 승리 위해선 텃밭 TK부터 물갈이 해야"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박근혜 전 대표가 중심이 되어서 대구경북에 대한 물갈이를 시작으로 부산경남의 인물교체에 성공해야만 야권의 수도권 공세를 막아내고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 같은 주장은 16일 오후 대구 팔공산온천관광호텔에서 열린 매일신문정치아카데미 워크숍 행사로 진행된 '대구경북 정치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끝장토론에 참가한 패널들로부터 나왔다. 이날 패널로는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달희 한나라당 대구시당 사무처장 등 4명(가나다순)이 참여했다. 사회는 이동관 매일신문 정치부장이 봤다.

▷사회: 대구경북 현역 국회의원들에 대한 비판 여론이 물갈이 주장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전망도 함께 해달라.

▷고성국 : TK지역 정치인은 언론에서 주목하는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전체적으로 자질이 더 떨어지는 것은 아닌데 이슈파이팅에 약한 것은 박근혜 전 대표나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가 주요한 정치적 동기와 이슈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TK지역 국회의원들에 대해서 용기가 없거나 무기력하고 무능력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김능구 : 내년 총선의 1차 승부는 민주당은 호남, 한나라당은 영남에서 얼마나 물갈이를 하느냐가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TK지역은 물갈이가 쉽지 않은 것 같다. 기존 정치인뿐만 아니라 새로운 세력이 맞붙어줘야 하는데 신진 세력 의지가 약하다. 또 폐쇄적이다. 이는 정치인뿐만 아니라 유권자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변화보다는 안정, 정책이나 비전보다는 관계를 따지는 보수성 때문인 듯하다. 이 부분 변화되지 않으면 변화는 쉽지 않을 것이다.

▷김태일 : 한나라당이 야당이었던 시절 이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무능을 덮을 만한 핑계가 있었다. '우리는 권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래서 지역발전을 위해 일을 할 능력과 수단이 없다'는 논리로 자신들의 무능을 은폐해왔다. 그러나 이제 그러한 핑계가 통하지 않고 있다.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의 존재감은 형편없다. 그 이유는 첫 번째로 정치 시장의 독점적 구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의 고연령 구조도 원인이다. 이러한 이유로 지역 발전에 대한 비전과 꿈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달희 : 지역에서 한나라당의 독점구조는 '국정운영에서 전체적인 균형이 필요하다'는 지역민들의 생각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호남과 영남의 양자 구도가 깨지지 않으니까 계속 이런 구도가 되는 것 같다. 신공항 등의 문제에서 나름대로 혼신을 다해 노력를 많이 했지만 '팀웍'이 부족했다는 점은 반성한다.

▷고성국 : TK가 주류였나 묻고 싶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권 때나 이명박 정권 때나 과연 주류였나. 제일 슬픈 건 주류가 아니면서 주류인 척 착각하고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서울TK, 지방TK 등 자조섞인 말이 나온 것이다. 그런 착각에 대한 자각이 일어나고 있어 내년 총선이 심각한 지각 변동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싶다.

▷김태일 : (지역 현역 국회의원들은) 우선, 지방 분권적 문제의식을 가지고 확보하려는 노력이 0점이다. 지역 정치 엘리트들이 지방분권 관련 현안이 있었을 때 모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내생적 발전전략 개념 역시 부재다. 중앙 권력을 쟁취해 지역 위해 쓰겠다는 생각만 있고 대구경북이 가지고 있는 장점에 대한 고민이 없다.

▷김능구 : 시대정신을 TK정치인들이 함께하지 못했다. 또 정치시장의 독점적 구조가 유권자 의식을 마비시켰다. 마냥 시간만 흐른다고 기성정치의 벽을 넘기란 상당히 힘들 것이다. 내년 총선에서도 이러한 독점적 구조속에서 (인물만) 교체 되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박근혜 전 대표의 가장 큰 역할은 TK의 물갈이를 얼마나 이뤄낼 것인가에 맞춰질 듯하다.

▷김태일 : 지역 정치 시장의 독점구조와 비경쟁성은 당분간 없어지지 않을 듯하다.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에 대한 반감, 능력에 대한 비판이 있지만 변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변화를 위해서는) 우선 한나라당 공천 과정이 공정, 준엄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적 신인들도 발굴할 수 있고 정치적 개방성이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실제적인 인재풀 양성 필요하다. 매일신문 정치아카데미처럼 좋은 정치 풀, 정치 엘리트들 키울 수 있어야 한다. 무능하다고 평가되는 정치인을 교체할 수 있는 실질적인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이달희 : 공정하고 준엄한 공천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하루아침에 독식 구조를 바꾸지는 못할 수도 있지만 바꿔야한다는 변화의 분위기가 크다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공천권을 당원과 국민에게 돌려주는 정당민주화와 변화요구를 수용한 젊은피 수혈이라는 두가지 욕구를 충족시켜 나가야하는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

▷고성국 : 내년 총선, 대선 관련해 두 개의 전선을 봐야 한다. 물론 수도권 전선이 여전히 중요하지만 영남권 특히 PK지역에서 전선이 구축되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은 수도권과 특히 PK 전선을 반드시 사수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표가 수도권, PK사수 두 가지 과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대선에서) 승패가 갈릴 것이다. 방법은 인적 교체 말고는 없다. 야권도 이기기 위해선 PK전선 총사령관이 필요하다. 총사령관직을 하려면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필요하다. 부산에서 출마할 거라고 생각한다. 출마하면 한나라 독식구조는 끝나는 것이다. 이렇게 안되려면 여권이 먼저 바뀌면 된다. 박근혜 전 대표가 이기려면 자기 텃밭인 TK부터 많이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그 힘을 바탕으로 PK를 바꿔 PK전선을 사수하고 이를 수도권으로 이어가 승리할 수 있는 것이다.

▷사회 : 그러면 어떤 국회의원을 뽑아야 하나.

▷김태일 : 지방분권적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초집중적 체제로는 21세기를 이끌어나갈 수 없다. 수도권은 영양과잉으로 각종 성인병에 시달리고 지방은 영양실조가 걸리는 상황에 대한 인식을 갖고 있고 대구가 지방분권운동이 처음 시작된 곳이라는 자부심을 가진 인물이어야 한다. 덧붙여 여성후보 공천 의무화가 대구의 엄숙주의와 보수주의를 쇄신하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달희 : 여성의원들의 역할 부분에서 민주당이 먼저 앞서가고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어떤 국회의원을 뽑아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한 답은 '자기희생의 진정성'을 갖춘 인물을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본에 충실한 사람, 진정성을 갖춘 사람, 그리고 열정이 충만한 사람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고성국 : 여성 정치인이 느끼는 벽이 높지만 18대 국회에서 여성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대변인급에 머물고 있는 한나라당보다는 정책위의장과 전략홍보본부장 등 활약상이 두드러진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에서 여성의원의 역할이 훨씬 더 두드러진다.

▷사회 : 고성국 박사와 김능구 대표는 박근혜 대세론에 대한 생각이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매일신문 정치아카데미 특강에서도 서로 다른 주장을 했다.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밝혀 달라.

▷김능구 : 내년 총선은 여소야대가 될 것이다. 홍준표 대표도 120석, 친서민으로 가면 140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래도 과반이 안 된다. 노태우 대통령 때인 1988년 13대 총선에서 여소야대 상황이 된 바 있다. 내년 총선 이후에 여소야대는 필연적이 될 것이다. 야권이 가만히 있겠느냐. 대선 전 각종 청문회와 특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MB 정부 평가에서 한나라당이 자유로울 수 없다. 박 전 대표가 되더라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박 전 대표가 총선에 '올인'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박 전 대표는 가상대결서도 누구와 붙여도 10~15% 앞서는 걸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야권 단일후보를 내세우면 야권 후보가 이기는 걸로 나오기도 한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앞선다고 해서 대세론은 아닌 것 같다.

▷고성국 : 박근혜 대세론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 때와 비슷한 것 같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확산성을 갖지 못한 후보였다. 그래서 JP와 손을 잡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DJ와 비슷했다. 내년 총선이 여소야대가 될지 안될지 모를 일이다. 지금부터의 문제다. 또 여소야대가 되더라도 한나라당이 1당이 되면 박 전 대표가 회복불능한 타격은 아닐 것이다. '박근혜 청문회'가 열리면 문제지만 안 될 것이다. 동생인 박지만 정도가 약한 고리다. 다만 위기가 오긴 올 것이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박 전 대표의 진정한 리더십이 될 것이다. 지지층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웬만한 위기는 버틸 힘이 있는 것이다.

▷김능구 : 우리나라 대선은 세력과 세력의 대결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상처를 입고 헤어나지 못하면 박 전 대표가 대선 후보가 되어도 정권재창출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여소야대가 된다면 1당이 되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13대 총선 이후 민정당도 1당이었지만 아무것도 못했다. 야당에 끌려 5공청문회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의 야당은 그 경험을 알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시대정신에 맞는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 수도권에서 젊은 친구들이 20~40대가 66%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대선에서 어렵다. 높은 지지도와 확산성을 가지고 있다지만 고연령, 영남 중심의 표다. 그래서 확신할 수 없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백경열기자 bky@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