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수명연장 무엇이 문제인가] <2>'반면교사' 고리원전

입력 2011-07-18 10:35:30

첫 수명연장 고리原電 잇단 사고…"주민들 불안 품고 산다"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에 위치한 우리나라 최초 원전인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가 2007년 처음으로 수명연장을 했지만 잇따른 가동중단 사고로 다시 원전 폐지논란에 휩싸이는 등 여전히 갈등을 겪고 있다. 사진은 기장 앞 바다를 배경으로 지어진 고리원전. 우태욱기자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에 위치한 우리나라 최초 원전인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가 2007년 처음으로 수명연장을 했지만 잇따른 가동중단 사고로 다시 원전 폐지논란에 휩싸이는 등 여전히 갈등을 겪고 있다. 사진은 기장 앞 바다를 배경으로 지어진 고리원전. 우태욱기자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자력발전소 입구에 길천리 주민들이 고리1호기 수명연장에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우태욱기자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자력발전소 입구에 길천리 주민들이 고리1호기 수명연장에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우태욱기자

지난달 30일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자력발전소 입구. '지역도 주민도 없이 막 나가는 한수원! 누가 이 땅의 주인인가'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고리원전 옆 마을인 길천리의 박갑용(48) 이장은 "2007년 정부는 고리 1호기 수명연장 계획을 일방적으로 세워놓고 주민에게 동의를 강요했다"며 "길천리에만 2천800여 명이 사는데 수명연장 뒤에도 사고가 발생해 여전히 불안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주민들을 이주시키거나 수명이 다한 원자로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 21개 원전 중 2008년 처음으로 수명연장을 했던 우리나라 최초 원전인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가 잇따른 가동중단 사태로 폐지논란에 휩싸였다. 고리원전을 반면교사로 삼아 월성원전 1호기의 수명연장에 대한 신중한 재검토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잇따른 원전 가동중단 불안

최근 고리원전에서 연달아 사고가 발생, 주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4월 12일 오후 8시 46분쯤 고리 1호기가 전력계통 고장으로 원자로 가동이 중단됐다. 원자로 이외의 시설로 흘러가는 전기를 제어하는 장치인 '인압차단기'가 문제를 일으킨 것.

고리 1호기는 사고와 고장이 유난히 잦았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따르면 1978년부터 지금까지 전국 21개 원전의 사고는 모두 646건. 이 중 고리원전(1∼4호기)에서 281건이 발생했으며, 고리 1호기가 128건으로 가장 많았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안전분석실 이덕헌 담당자는 "고리 1호기 사고는 노후 때문이 아니다"며 "수명연장을 위해 교체한 전기차단기의 일부 부품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부품을 교체하고 다시 정상가동을 해 안전성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호기 외에도 사고는 잇따랐다. 4월 19일 3호기에서 전기설비 점검 중이던 작업자가 실수로 고압전선을 건드려 3호기와 4호기의 일부 설비에 전원 공급이 중단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6월 21일에는 농사용 비닐이 송전선로에 날아들어 합선을 일으켜 원자로 가동이 중단됐다.

원전사고가 이어지자 주민들의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양성봉(55'부산시 기장군) 씨는 "수명을 연장한 고리 1호기뿐만 아니라 다른 원전에서도 고장이 잦아 불안감을 느낀다. 앞으로 실수와 천재지변 등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다. 노후된 원전을 우선적으로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원(37'부산 해운대구) 씨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보듯 반경 30㎞ 이내의 부산시 역시 안심할 수 없다"며 "정부는 안전하다고 하지만 농업용 비닐에 핵발전소가 멈추는 걸 보고 어떻게 안전을 자신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원전 안전성보다 사회적 갈등 비용 더 낭비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전발전소본부 측은 안전성과 경제성을 내세우며 수명연장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고리원전발전소본부 관계자는 "고리 1호기는 수명연장 이후 대대적인 계획예방정비를 통해 설비 개선을 했다"며 "4월 고장 정지 뒤 추가 정밀점검결과 주요 기기와 설비는 운전에 적합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고장의 원인이었던 부품도 교체해 성능시험결과 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지진과 해일 같은 자연재해에도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리히터 규모 6.5 기준의 내진설계는 물론 해일에 대비한 해안방벽 역시 향후 개선할 예정이고, 침수를 대비해 비상발전기와 축전지를 확보할 계획을 세웠다는 것.

또 고리원전 측은 "경제성 평가결과 연간 1천888억원의 이득이 있고 약 2조5천억원이 드는 신규원전 건설보다 훨씬 경제적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는 여전히 안전성과 경제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최수영(39) 사무처장은 "수명을 연장해 가동한 후쿠시마핵발전소 사고에서 보듯 누구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고장이 제일 잦은 고리 1호기의 폐로가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고 말했다.

부산반핵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50년간 폐쇄된 세계 원자로의 평균 수명이 23년인 것에 비해 고리 1호기는 30년을 채워 수명을 연장했다"며 "고리 1호기는 이미 2006년 원자로가 견딜 수 있는 최대 흡수에너지 허용기준을 만족하지 못한 것으로 측정돼 수명이 다한 것임이 확인됐다"고 했다.

경제성도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많다.

환경과 자치연구소 서토덕 기획실장은 "숨겨진 비용을 포함하면 핵발전 전기는 훨씬 더 비싸진다"며 "발전소 설치비용뿐만 아니라 핵폐기물 보관시설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비용과 지역사회 지원금까지 계산에 넣는다면 원전은 결코 경제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높아지는 노후 원전 가동중지 요구 목소리

원전의 가동중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부산지방변호사회 환경특별위원회는 4월 12일 시민원고인단 97명을 모집해 고리 1호기 가동 중지를 요청하는 가처분 소송 신청서를 부산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지방의회에서도 '고리 1호기 폐쇄 결의안' 채택이 잇따르고 있다. 부산 북구의회(4월 13일), 울산 시의회(4월 15일), 부산 연제구의회(4월 15일), 부산 남구의회(4월 18일), 울주군의회(4월 20일), 부산 해운대구의회(5월 17일), 양산시의회(6월 15일) 등이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부산지역 시'군'구의원 63명은 공동 선언문에서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반경 30㎞ 이내 주민을 대피시켰다. 고리원전 반경 30㎞ 이내 322만 명의 시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수백만 시민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김해동 교수는 "재가동한 지 4년째지만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고리 1호기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며 "앞으로 정부와 한수원은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을 서둘러 밀어붙이면 안 되고 주민과 시민사회의 여론을 귀담아 듣고 안전성과 경제성을 꼼꼼히 따져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이영철기자 busan5161@msnet.co.kr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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