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대통령실장이 '함께 사는 세상'을 현 정부 임기 후반 주요 국정 과제로 제시했다. 임 실장은 이를 위한 실천 방안으로 "경제적인 갑'을(甲乙) 관계 불공정과 납세'병역'교육'근로 등 국민의 의무에 대한 불공정 해소"를 들었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재벌과 사회 지도층을 겨냥한 발언이다.
이 발언에는 보수 진영이 느끼고 있는 위기감이 그대로 묻어난다. 국민들, 특히 30, 40대가 '공정사회'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를 포함해 현재 사회 곳곳에서 나오는 불만을 해소하지 않고는 정권 재창출은 물론 보수 정파의 존립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고백은 이를 잘 말해준다.
뒤늦게나마 이런 깨달음을 얻었다니 다행이긴 하다. 문제는 실천할 의지가 있느냐는 것이다. 당장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가 위장 전입 사실로 사과를 한 것은 물론 병역면제 과정도 석연치 않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한 후보자의 위장 전입 사실을 알고도 지명했다. 임 실장의 발언이 '립서비스'라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이런 식으로는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얻지 못한다.
우리 사회 지도층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는커녕 지켜야 할 것도 지키지 않는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병역 기피, 위장 전입, 부동산 투기는 국회 인사청문회의 단골 메뉴가 된 지 오래다. 이런 부도덕은 '일만 잘하면 된다'는 현 정부의 도덕적 허무주의가 가세하면서 더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 국민의 생각이다. 그것은 보수 정파의 위기만이 아니라 국가 자체를 분열과 대립으로 몰아갈 수 있다. 실천이 따르지 않는 말만으로는 그런 사태를 막을 수 없다. 과연 청와대는 실천 의지가 있는지 국민은 지금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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