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년이 친부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배심원들의 판결을 앞두고 있다. 판사는 배심원들에게 만장일치로 유무죄를 가려줄 것을 부탁하고, 12명의 배심원들은 최종 판결을 위해 배심원실로 들어선다. 배심원단의 분위기는 거의 유죄판결로 기운 상태. 하지만 한 남자만이 무죄 쪽에 손을 든다. 2명의 증인이 소년이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증언했고, 현장에서 범행에 쓰인 칼이 발견됐으며, 소년은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명하는 데 실패했음에도 그 사나이는 피고인 측 변호인의 무성의한 변호와 사소한 의심을 하나씩 꼬집어가며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배심원들은 하나둘 그의 논리적이고 타당한 지적에 수긍하며 점차 무죄 쪽으로 마음을 바꾸기 시작한다. 드디어 유죄와 무죄가 6대6 동수를 이루고 증인들의 증언에 오류가 있음이 밝혀지면서 판결은 역전되기에 이른다. 유죄를 주장하는 이들은 흥분해서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고 무죄를 증언하는 측의 주장은 오히려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데….
배심원실에 모인 12명의 남자들은 일면식도 없던 이들이다. 이들은 친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한 소년의 유무죄를 판결해야 한다. 1급 살인죄로 기소된 상태라 유죄판결이 나면 소년은 사형선고를 받게 된다. 한 인간의 목숨을 다른 사람들이 결정하는 막중한 결정권을 부여받았지만 배심원 중에는 판결이 늦어져서 프로야구 티켓을 못 쓰게 될까 전전긍긍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짜고짜 소년의 유죄를 주장하며 그를 무조건 단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비좁은 공간에서 서로를 설득하고 윽박지르고 타이르는가 하면 폭력을 행사하려고 하는 이도 있다. 유죄 11, 무죄 1에서부터 시작하는 이들의 판결과정이 여느 스릴러물 못지않은 극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베를린영화제 금곰상을 수상한 시드니 루멧의 감독 데뷔작. 좁은 배심원실에서 배심원들 간에 펼쳐지는 치열한 논리싸움이 극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 인간의 목숨을 죽이고 살릴 수 있는 배심원들은 진지한 모습보다는 농담 따먹기나 하고 별다른 고민 없이 무조건적인 '유죄'만 부르짖는다. 그런 과정에서 각 배심원들의 인간성과 성품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마치 영화를 보는 이가 12명의 배심원들과 논쟁을 하는 기분이 들게 하는 작품이다. 캐릭터가 분명하고 강인하며 한정된 장소에서 펼쳐지는 작품이지만 알프레드 히치콕의 작품처럼 치밀한 시나리오로 진행되는 덕분에 지루한 느낌이 없다. 러닝타임 96분.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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