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개발 '캔두형' 원자로, 세계적으로 연장사례 없다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경주 시민과 사회단체들은 수명연장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노후 원전인 월성 1호기를 17일부터 재가동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월성 1호기는 임계시점인 1982년 11월 30년 설계수명으로 상업운전에 들어갔으며, 2009년 4월 압력관 교체 등 정비에 들어갔다.
원전 측은 주기적인 평가결과 안전성 증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핵심설비인 압력관 교체공사를 마무리하고 발전재개를 한다고 했지만, 주민들은 수명연장을 위한 수순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월성 1호기의 설계수명은 가동률 80%를 기준으로 했으나 실제 가동률이 90% 가량 되면서 조기에 노후화가 진행됐다"며 수명연장에 반대하고 있다.
◆1년여 가동을 위해 2년 3개월 정비?
우리나라의 경우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 등 초창기에 지어진 원자력발전소는 설계수명이 통상 30년이며, 최근에 짓고 있는 원자력발전소의 설계수명은 60년이다. 지금까지 원자력발전소 수명연장 문제는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에 그쳤지만, 고리 2, 3호기가 오는 2023년 설계수명이 다하는 등 갈수록 노후 원전이 잇따를 것으로 보여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수명연장이 신규건설보다 경쟁적이다.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충당해야 한다. 수명연장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라며 신규 건설보다 수명연장에 비중을 두고 있다.
한수원 측은 월성 1호기의 압력관 교체 등과 관련해 '수명연장이냐, 고장 정비를 마친 재가동이냐'는 질문에 아직 단 한 번도 수명연장이라고 한 적이 없다.
최근 언론에 밝힌 자료에서도 "월성 1호기 발전 재개는 정부가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계속운전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원자력법의 정기검사에 근거한 통상적 계획예방정비 이후 발전소를 가동하는 것"이라며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전력대란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원자력은 우리나라에서 없어서는 안 될 에너지원이다. 원자력은 신재생에너지가 효율적인 에너지원으로 정착할 때까지 대체에너지원으로서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정비를 마치고 남은 기간 발전을 재가동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월성 1호기 수명연장 문제를 오랫동안 지적해온 경주환경운동연합은 "설계수명이 내년 11월이어서 1년 남짓 남은 발전을 위해 2년3개월짜리 정비를 거친 것은 누가 들어도 우스꽝스런 얘기"라며 "수명연장을 염두에 둔 정비"라고 말했다.
한수원은 1년 발전을 위한 고장정비에 3천200억원을 투자한다고 했지만, 익명을 요구한 한수원 한 관계자는 "고장정비에 당초 예산의 2배 이상인 7천억원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일본 원전사고 이후 러시아와 독일은 원전과 결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통해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에 대한 안전성 우려가 높다.
후쿠시마에는 10개의 원전이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1~4호기다. 폭발순서는 원전의 나이 순인 1, 3, 2, 4호기로 이어졌다. 후쿠시마 원전은 1971년 1호기 운전을 시작으로 1974년 2호기, 1976년 3호기, 1978년 4호기가 운전을 시작했다. 1980년대 시작한 5호기 이후 6개 원전은 같은 지진과 해일을 겪었지만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노후된 원전일수록 지진 등 자연재해에 취약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수명연장 문제에 있어서 우리나라와 외국의 사례가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독일은 일본 원전사고 직후 선진국 가운데 유일하게 원전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수십년간 물리학 박사로서 학문적 이성에 따라 원자력을 합리적 에너지 공급수단이라고 생각해온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결단을 내린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일본 사태 이후 노후 원전 7기의 가동을 전면 중단시켰다.
세계 최악의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겪은 러시아는 앞으로 계획된 발전기간을 제외하고는 수명연장은 일절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또 이탈리아에서는 지난달 12일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대한 찬반투표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국민의 94%가 핵발전에 반대, 핵없는 나라가 될 전망이다. 프랑스의 경우 주민들이 현재 운전되고 있는 노후 원전에 대해 폐쇄요구를 하고 있다. 이처럼 유럽을 비롯한 원전 국가 국민들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건립과 수명연장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익중(동국대학교 교수) 경주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은 "아무리 견고한 원자로 내부도 1천℃ 이상의 높은 열과 방사능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압력용기 등이 금이 가고 부식이 되는 등 경년열화는 당연한 것"이라며 ""일본 원전 사고에서도 '경년열화' 현상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캔두형 원자로의 위험성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관련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주장하는 것은 캔두형 원자로의 위험성이다.
캔두(CANDU)형인 월성 1호기에 대한 안전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캔두형 원자로는 1950년대 후반 캐나다원자력공사에 의해 만들어졌다. 캔두형의 가장 큰 특징은 중성자 감속재로 중수를 사용하며, 연료는 천연우라늄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다른 원자력발전소가 감속재로 경수를 사용하며 연료로 농축우라늄을 사용하는 것과 구분이 된다.
김익중 의장은 "캔두형은 세계에서도 희귀한 타입이다. 처음 캔두형을 만든 캐나다에서조차 안전성과 삼중수소 과다 배출 등으로 더 이상 짓지 않고 전 세계에서도 신규 발주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캔두형의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캔두형은 수명연장 사례가 없고 캐나다도 신청을 했다가 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라는 것.
실제 올초 경주시 민간환경감시센터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의 체내에 삼중수소가 높게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월성원자력본부 인근인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주민의 체내 삼중수소 농도는 평균 23.6Bq/ℓ로 16.4~31.4Bq/ℓ의 범위를 보였다. 또 읍천리 주민들도 8.97~19.0Bq/ℓ로 검출돼 평균 14.3Bq/ℓ로 나타났다.
이는 비교지역인 일반 경주시민의 평균 검출값 0.919Bq/ℓ보다 읍천리는 15.6배, 나아리는 25.7배나 높은 수치이다.
다만 삼중수소 피폭선량이 연간 일반인의 선량한도 제한치 1mSv/y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원전주변 주민의 체내에 삼중수소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경주 민간환경감시센터는 지난해 9월 "월성원전 주변지역의 삼중수소 방사능 농도가 빗물의 경우 다른 원전에 비해 5배 이상 높다"며 주민의 피폭선량 평가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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