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경제 통합엔 찬성, 정치는…" 국회의원들 몸사린다
대구경북이 하나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 공방만 난무했던 지난날과 달리 통합을 주장하는 지역민들의 기대와 열망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이 문제는 내년 총선과 대선과정에서 핫이슈가 될 전망이다. 내년 양대 선거에서 이러한 논의가 쟁점화할 경우 지역경제 침체 극복을 열망하는 지역민들의 기대에 힘입어 대구경북 통합론은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 이처럼 여론이 무르익고 있으나 현실적인 여건만 보면 쉽지만은 않다. 통합이란 논의 자체가 지난한 과정인데다 현실화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그리고 공무원 등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지난 10여년간 그래왔던 것처럼 공염불이 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실제 많은 정치인들이 이해득실에 따라 경제'행정적 통합을 주장하고는 있지만 정치적 통합에는 애매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초의회를 폐지하는 등 지방의회 광역화를 비롯한 정치적 통합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치적 통합이 없이는 대구경북 통합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대구경북 통합론이 경제'행정적 정당성에서는 의심할 바 없지만 정치적 절차가 수반되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정치적 불이익 우려에 통합 미온적
경제와 행정적인 분야에서 대구경북 통합론이 활발하게 진행되는데 비해 정치적 통합의 목소리는 작다. 실제 정치적 통합을 추진해야 하는 정치인들 중 상당수가 경제'행정적 통합에는 찬성하면서도 정치적 통합에 대해서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본사가 최근 대구경북 지역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실시한 대구경북 통합론에 대해 긴급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잘 나타난다. 경북 일부지역 국회의원들을 제외한 상당수 국회의원들이 통합론에 찬성했다.(표참조)
대다수 정치인들은 취수원 이전 등 대구와 경북이 맞물려 있는 각종 현안이 시'도 간 갈등으로 문제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점과 신공항과 과학벨트 입지 선정 등 대형국책사업 유치 과정에서 통합의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사실에 공감했다. 그러나 찬성하는 국회의원 중에서 대다수는 정치적 통합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단순히 국회의원 숫자만 합치면 파워가 커질 것이라는 생각은 난센스다', '경제'행정적 통합보다 급하지 않다' 등의 이유에서다.
정치통합에 소극적인 이들의 태도에 비정치권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국회의원을 비롯해 지방의회 의원들이 통합으로 인한 지역구 분산과 기초의회 폐지 가능성 등 정치적 불이익을 우려해 통합에 미온적이라고 비판한다. 정치적 이해 관계가 통합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대구경북 전체의 공동체 속에서 문제점을 찾아야지 모든 책임을 정치인에게만 떠넘겨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지역의 한 국회의원은 "어차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것이 정치인의 숙명이다. 공직사회나 대학 등 지식인들이 기득권 지키기에 나서고 있는 마당에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정치인만 탓하는 것은 잘못이다"고 했다.
◆파워게임에서 밀린다
위천공단 무산, 첨단의료복합단지의 반쪽 유치, 신공항 백지화와 과학벨트 유치 불발 문제 등 대구경북은 굵직굵직한 국가 정책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셨다. 중앙의 정치무대에서 대구경북이 얼마나 초라한지를 입증한 셈이다. 특히 대형국책 사업 유치 과정에서 대구와 경북이 때때로 온도차를 보여 인구 10%를 넘는 정치적 목소리를 극대화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하기도 했다. 대구와 경북이 하나가 되지 않고서는 어떤 국책사업도 지역발전도 이끌어 내기 어렵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 계기였다. '쪽수'에서 밀리다보니 각종 예산배정 등에서도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 1990년대 위천공단 추진에 앞장섰던 백승홍 전 의원은 "위천공단 유치에 성공했다면 대구경북은 20년을 앞섰을 것이다. 경북 일부 지역에서 대구와 공조를 이루지 못하고 팔짱만 끼고 있었던 것이 부산'경남에 뒤진 결정적 이유였다. 대구경북의 정치적 공조와 통합이 아쉬웠다"고 했다.
실제 대구경북의 정치적 공조 플레이는 낙제점에 가깝다는 평가다. 지역의 한 국회의원은 "경북출신 공무원들은 대구출신 국회의원 방에 잘 오지 않고 반대로 대구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라며 "각종 정책과 관련해 대구경북의 공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고 자조했다. 대형 국책사업뿐만이 아니다. 평소 행정'경제적 통합을 주장하다가도 구미 취수원 이전 등 지역 간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에서는 입장이 극명하게 달라진다. 통합의 틀로 접근하지 않으면 해결이 어려운 대목이다.
◆정치적 통합 공론화
오래전부터 지역 경제계와 학계, 사회단체 등에서 통합의 필요성에 대한 주장과 논의가 상당히 깊게 이뤄져 오고 있다. 2006년 대구시와 경북도의 경제통합 추진에 관한 양해 각서를 체결하고 2007년 대구가, 2008년 경북이 대구경북경제통합 추진 조례를 제정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들도 정치적 통합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만 남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한마디로 정치적 통합은 대구경북 통합의 초석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때마침 최근 정치적 통합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매일신문 정치아카데미 초청 강사로 나온 김문수 경기지사와 김두관 경남지사 모두가 대구경북의 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데 이어 지난달 30일 열린 대구시의회의 연구단체의 모임에서 최외출 영남대 부총장은 대구경북 통합을 위해 대구시의회의 역할을 주문하기도 했다. 최 부총장은 "일부의 반대도 없지 않겠지만 의회에서 먼저 미래 지향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통합론의 불씨를 대구시의회가 살려 나가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통합은 단순히 행정'경제권만 통합해서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없으며 오히려 지역 간 갈등과 대립만 부추길 수 있다. 정치적 통합을 선행해서 하나의 광역체로 통합하면 이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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