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농촌 희망찾기] 농업 소중함을 일깨워 준 G20 농업장관회의

입력 2011-07-12 07:06:31

지난 6월 22일부터 이틀간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G20 국가 농업장관회의에 참가하였다. 드골공항에 내리자 마중 나온 안내원이 숙소로 인도하였고 짐을 풀자마자 바로 사르코지 대통령이 주재하는 행사장으로 갔다. 교통체증이 심한 파리시내이다. 제시간에 도착하기 위해 교통경찰 에스코트를 받아 차량 사이를 요리조리 헤치고 엘리제궁으로 달렸다. 오토바이를 타고 에스코트하는 교통경찰의 절도 있는 수신호 동작이 멋있게 보였다. 가끔씩 운전대를 놓고 양팔과 두 손으로 교통안내하는 모습은 거의 스턴트맨 수준의 묘기였다. 역시 프랑스 파리는 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엄한 경호 속에 행사장에 도착하여 기념사진 찍고, 참석자들과 환담한 지 한 시간 정도 지나서야 사르코지 대통령이 나타났다. 언론에서 익히 보던 얼굴이었으나, 가까이 대하니 매우 의지가 강한 인물로 보였다. 20개국의 농업장관들을 상대로 사르코지 대통령은 금번 G20 농업장관회의의 취지를 중심으로 개막연설을 했다. 연설에 귀를 기울이고 있자니 앉아있는 의자가 너무 작고 공간이 좁아 불편했다. 프랑스가 G20 농업장관들을 좁은 의자에 앉혀 놓고 군기를 잡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옆자리에 앉은 톰 빌색 미국 농무장관은 큰 덩치인데 작은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 매우 불편해 보였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기상이변과 곡물파동, 농업 여건변화에 대비하는 G20 농업장관들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곡물시장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근본적으로 자본주의 체제의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농산물은 시장에만 맡겨 두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시사하면서 "규제가 없는 시장은 시장이 아니다"라는 말로 다국적기업위주의 세계 농산물시장구조를 간접적으로 비판하였다. 농산물시장에 대해서는 적절한 규제와 정부개입이 필요하다는 사르코지 대통령 주장이 강하게 남아있다. 비행 중에 읽은 하버드대학 대니 로드릭 교수의 "더 나은 세계화를 말한다"에서 지적한 일방적 글로벌화에 대한 비판과 맥락을 같이하였다. 역시 프랑스는 좀 특별한 나라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농업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그간 시장경제 일변도식 접근방법에서 과감히 벗어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세계무역기구(WTO)와 자유무역만으로 곡물파동을 방지하거나 절대빈곤을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식량위기 상황에는 인류가 공동 대응을 해야 하고, 적절한 규제도 필요하다. 특히 G20 국가가 주도적으로 지도력을 발휘하고 행동으로 옮겨야한다. 식량문제뿐만 아니라 세계경제 발전을 위해 G20 국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금융위기 시에 선진국이 대응한 것처럼 식량위기나 세계농업의 구조적 문제해결을 위해 G20 국가가 주도적으로 앞장서야 한다.

이번 G20 농업장관 회의에서 여러 과제를 논의한 후 선언문을 발표하였다. 세계 곡물시장 변동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가격변동 완화와 시장 투명성 확보가 시급하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 산하에 농산물시장정보시스템(AMIS)을 설치하여 농산물 생산, 소비, 교역, 재고 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하여 곡물시장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이기로 하였다. 농업생산 증대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를 강화하며, 특히 밀과 쌀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기로 한 것도 큰 성과이다. 식량위기 발생 시는 관련 국가들이 공동으로 신속대응 포럼(RRF)을 운영하기로 하고, 인도주의 목적의 식량구매에 대해서는 수출금지나 수출 물량제한 등 수출규제를 금지하기로 하였다. 농업 파생금융상품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적절한 규제를 하고, 금융당국과의 공조를 강화하며 재무장관들과의 협조체제를 강화한 것도 의미 있다.

금번 회의는 세계 농업정책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G20 국가 농업장관들이 모인 역사적인 회의였다. 농업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G20 국가 농업장관이 모인 최초의 국제회의인 만큼 기대가 컸고 상당한 성과도 거두었다. 식량가격 불안이 세계경제 불안으로 이어진다는 인식을 공유한 것도 성과이다. G20 농업장관회의를 마치면서 27% 수준에 있는 우리 곡물자급률과 농업 미래를 생각해본다. 쌀은 안정적인 자급 수준에 있으나, 기상이변으로 언제든지 수급 불안과 가격 파동에 빠질 수 있다. 쌀 수급불안은 민심 혼란으로 이어지고 나라경제 안정을 크게 해칠 수 있다.

G20 국가들도 기초식량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머리를 맞대 대응책을 강구한다. 식량수급 안정과 기후변화 대비, 농업과 비농업 부문의 균형을 이루어야 지속가능한 경제발전도 가능하다. 선진국 문턱을 넘기 위해 우선적으로 대비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준 소중한 국제회의였다.

김재수(농림수산식품부 제1차관)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