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시대별 진화상…편리한 주거공간에 이미지·디자인 더해져

입력 2011-07-09 07:15:55

▷1960년대=아파트가 뭐래?

우리나라 최초의 아파트는 1920, 30년대 독신 근로자들을 위한 기숙사와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 미꾸니아파트와 서울 종로구 적선동의 내자아파트 등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아파트'가 새로운 주거 형태로 본격 등장한 것은 1960년대 말부터다. 1962년에 지은 서울 마포구 도화동의 마포아파트는 주택공사가 건설한 우리나라 최초의 단지형 아파트로 계단식, 개별온수난방, 수세식 화장실을 갖춘 최고 10층 건물 10개 동의 임대아파트였다. 당시 마포아파트는 편리한 신식 주거공간으로 평가받으며, 영화촬영장으로 애용될 만큼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1967년에는 상가와 주거공간이 합쳐진 13층 높이의 서울 세운상가 아파트와 종로의 대림상가아파트가 등장하기도 했다.

▷1970년대=강남 아파트 전성시대

1970년 지어진 서울 한강맨션은 51'55평의 큰 평수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부동산 투기 분위기를 조장,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첫 사례로 꼽힌다. 이전에는 서민용 아파트에 치중하던 주택공사가 중산층용 아파트를 건설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민간업체들이 대거 아파트 시장에 진출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후 1971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시범아파트와, 반포구 반포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복부인'이라는 유행어가 돌기 시작했다. 강남 아파트 전성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급격한 개발 과정에서 부실공사로 인한 문제도 불거졌다. 1970년 4월 서울 마포의 와우아파트가 붕괴하면서 입주자 34명이 사망하고 40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대구에서는 1971년 처음 아파트가 등장했다. 신암시영아파트와 효목군인아파트를 시작으로 대구에도 아파트 시대가 열렸다.

▷1980년대=88올림픽과 아파트 붐

1980년대 아파트 붐의 시작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현대아파트부터였다. 강남 지역 아파트는 주변 상권과 교육환경 등의 인프라가 어우러지며 유명세를 탔다. 또 아파트 주거문화가 대중화하면서 구조가 더욱 다양해졌다. 1982년에는 입주자대표회의의 법제화와 하자보수 절차의 강화 등을 골자로 한 공동주택관리령의 개정이 이뤄졌다. 특히 88서울올림픽에 참가한 선수와 임원, 기자들의 숙소로 제공된 선수촌'기자촌 아파트는 아파트 문화를 한 단계 더 성숙시킨 계기로 평가받는다. 대구에서는 1980년대를 기점으로 '맨션' '아파트'가 우후죽순 자리 잡았다.

▷1990년대=아파트의 다양화

아파트 건설이 붐을 이루면서 미분양 아파트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경쟁이 과열되면서 마감재 고급화와 외벽에 색채 입히기, 창문과 발코니의 차별화 등이 이뤄지기 시작한 시기다. 주택공사는 영구임대, 공공임대아파트 등 도시서민 주거안정에 관심을 쏟기 시작해 1998년에는 수원 정자지구에 최초의 국민임대아파트를 선보였다. 전용면적 18평 이하의 10년 임대와 15평 이하의 20년 임대주택으로 구성된 이 아파트는 전세시세의 절반 수준에 장기간 거주할 수 있어 주거안정에 일조한다는 평을 받았다.

정부의 주택 200만 호 건설 정책과 함께 대구에서는 지산'범물 단지가 본격 형성됐던 시기다. 1988년부터 택지개발에 들어간 지산'범물지구는 1990년대 초 많은 사람들이 대거 이주하면서 신흥 주거지로 급부상했다.

▷2000년대=아파트 브랜드화와 주상복합 신드롬

이미지와 디자인을 중시하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아파트가 브랜드화된다. '푸르지오' '자이' '아이파크' 등이 대표적이다. 아파트 단지가 단순히 주택으로서의 기능을 뛰어넘어 삶을 영위하는 주거공간이자 여가를 즐기는 곳으로 인식되면서 주거의 '질'을 따지는 시기가 된 것이다. 특히 1998년 실시된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와 맞물려 고분양가 논란의 시발점이 됐다.

초고층 주상복합형 아파트가 급증한 시기이기도 하다. 서울에서 시작된 주상복합 아파트 청약 열풍은 대구나 부산, 심지어 대전, 광주까지 번져나갔다.

▷2010년대=아파트의 개념 재정립 움직임

투기의 대상으로 각광받으며 천정부지로 치솟던 아파트 가격은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거품이 가라앉고 있다. 일각에서는 '실거주'라는 본연의 목적을 회복하는 과도기적 단계에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여전히 투기수요는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는 상태로 기회만 생기면 부동산 투기 조짐이 재연될 것이란 시각도 팽배해 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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