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신주류 급부상 친박 '낮은 포복'

입력 2011-07-08 10:56:49

한나라당의 신주류로 떠오른 친 박근혜 전 대표 진영(친박계)이 겸손모드에 돌입했다. 당 공식 지도부와의 충돌을 예방하고 견제세력들의 공격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서다.

박근혜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유승민 최고위원은 7일 잇따른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를 통해 "7'4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당은 홍준표 대표체제가 된 것"이라며 "친박이 내게 표를 준 것은 사실이지만 '박근혜 체제가 됐다'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당 주도권의 바통을 친이계로부터 이어받은 친박계가 이처럼 한껏 몸을 낮추는 이유는 '호사다마'(好事多魔)를 우려한 때문이다.

먼저 당의 공식 선출절차를 통해 구성된 신임 지도부와의 불필요한 충돌이나 갈등을 피하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된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를 중심으로 세가 형성되는 정치권의 생리를 감안하면 친박계가 굳이 힘을 과시하거나 별도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더라도 원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며 "친박계가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신임 지도부와 충돌하면서 구설을 만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당내 공식지도체제외 비선라인이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부각될 경우 당무와 관련, 실질적인 권한을 쥐고 있는 신임지도부와의 충돌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향후 총선과 대선정국에서 지도부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친박계가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자 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더불어 당내 경쟁그룹들의 견제를 피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처럼 친박계가 정국운영과 관련, 과도한 자신감을 보이거나 특정 목적을 이루기 위해 집단행동을 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박 전 대표와 경쟁하겠다고 나선 진영에서는 친박계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예의주시 하고 있다"며 "친박계로서는 긴 안목으로 자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유 최고위원은 "박 전 대표에게 '내가 친박의 밥그릇 챙기기를 위해 들어간 것은 아니고, 당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모든 일을 원칙과 명분에 맞춰 하겠다'고 말했고, 이에 박 전 대표도 '꼭 그렇게 해 달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유 최고위원의 이 같은 발언은 향후 19대 총선 공천과정에서 친박계 지분 요구를 넘어서는 정치활동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유 최고위원은 현역의원 퇴진과 새인물 영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당내 모든 구성원이 수용할 수 있는 공정한 공천기준 마련을 요구하기도 했다. 유 최고위원은 또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에서 친이계라고 공천에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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