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삶] '결혼이주여성들의 맏언니' 한국어 강사 박정선 씨

입력 2011-07-08 09:53:13

말 통하지 않아 갈등… '오빠 보고 싶어요·사랑해요' 부터 가르쳐요

"여러분 남편에게 '오빠, 보고 싶어요' '사랑해요'라는 표현도 하고 시어머니께는 '어머니, 건강하세요'라는 말도 해 보세요."

박정선(48) 씨는 계명대 다문화사회연구 및 교육센터와 대구 수성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결혼이주여성들에게 7년째 한국어를 가르치며 한국 정착을 돕는 맏언니 역을 톡톡히 하고 있다.

"수강생들 중엔 한국 시어머니가 무섭다고 호소하는 이들도 있고 남편들은 '시어머니에게 너무 못한다'는 전화를 하기도 해요. 이 모든 게 대화 부재에서 비롯된 것으로 다문화가정의 갈등 해소는 언어문제 해결에서 찾아야 합니다."

박 씨는 언론매체를 통해 한국으로 시집온 외국여성들이 남편의 폭행과 학대에 시달리고 시어머니와 갈등을 겪는 것을 접하고 국어교사 경험을 살려 한국어를 가르치려고 2005년 대구종합사회복지관을 찾았다.

"처음엔 결혼이주여성 수가 적어 할머니들의 문예교육 반에서 함께 한국어를 가르쳤죠. 소문이 나면서 점차 수강인원이 늘면서 나중엔 따로 반을 나눠 교육을 했습니다."

박 씨는 한국어 강사 봉사활동을 하며 2009년 한국교원자격증 3급, 2010년 다문화사회전문가 2급을 땄다. 그는 이주여성들의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해 '부부생활 한국어 회화'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어렵다는 조사활용과 존칭어는 수업시간에 반복훈련을 한다.

"시어머니들은 보통 외국 며느리에게 잘해주다가도 나중엔 갈등을 겪는 수가 많아요. 드문 경우이긴 하지만 며느리가 도망갈까 봐 외출을 통제하는 경우도 있어요."

박 씨는 외국인 며느리들이 눈물을 글썽이며 어려움을 호소할 때마다 한국 문화의 특성을 설명하며 이들의 이해를 돕고 그들의 편에 서서 이국의 힘든 삶을 달래주는 맏언니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수업을 하다 보면 많은 결혼이주여성들이 한류열풍을 타고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이곳으로 시집왔다가 문화적 차이로 큰 실망감을 느끼고 좌절할 때도 많아요."

박 씨는 이 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선 결혼이주여성들이 2년 이내에 한국어를 배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임신과 가정 사정으로 늦게 한국어를 배우면 언어의 화석화가 일어나 결국 2세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 한국정착 10년째인 한 베트남 여성은 일상생활에 큰 불편이 없을 정도로 한국어를 구사하지만 동네 아주머니와의 대화를 통해 익힌 어설픈 한국어 때문에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과의 대화가 잘 안 돼 그의 한국어 강의를 수강하게 됐다.

"정부는 2009년 들어서 다문화가정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결혼이주여성과 자녀들의 복지 등을 강화하고 있지만 언어 교육 이외 다양한 프로그램이 더 필요합니다. 물론 법무부와 여성가족부가 주관하는 사회통합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사회 이해과정 등이 개설되고 있지만 수강생들의 교육정도와 눈높이에 맞춰야 합니다."

한글을 전혀 몰랐던 수강생이 어느 순간 '선생님, 고마워요' '사랑해요'라는 말을 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는 박 씨는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역할을 꾸준히 해 나갈 계획이다. 그는 지난 5월 '세계인의 날'을 맞아 아름다운 지역 공동체 구현에 기여한 공로로 대구시장상을 수상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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