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광장] 대학, 지금 꼭 가야 하는가?

입력 2011-07-05 11:09:17

청년 구직자의 78.3%가 취업을 포기하고 싶어한다는 최근의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서 마음이 복잡해진다. 청년 실업률 증가에 대한 일회성 대응은 별반 성과도 없이 너무 자주 반복되어온 터라 이러면서 만성적 사회문제로 체념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불안마저 생긴다.

청년 실업에 접근하는 정부의 자세를 보면 대학들이 주된 해결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취업 역량을 강화하라고 대학에 막대한 국고를 지원하고, 졸업생 취업률로 대학의 우열을 평가하는 등 기업보다는 대학의 역할에 무게를 실으려는 의지가 보인다. 기업들은 청년 실업 해결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가끔 표명하나 눈에 띄게 일자리가 늘었다는 이야기는 안 들리는 걸 보면 취업 장벽을 낮춰주기보다는 구직자가 능력을 더 갈고 닦으라는 '갑'의 자세를 여전히 가지고 있나 보다.

최근의 반값 등록금 논쟁 역시 정부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교육에 대한 암묵적 동의를 드러내 보이고 있는데 성공적 사회 진출을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대학 교육을 받아야 하며, 그 시기는 고등학교 졸업 직후라야 한다는 것이다. 등록금의 무게에 눌려 교육의 기회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급변하는 세상에 대처하기 위해 고등교육의 최고 기관인 대학이 취업 교육의 중심지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지난 십여 년의 정부 '노력'이 무색하게 점점 자포자기에 빠져드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게다가 나라는 부자라고 소문나는데 국민은 더 어려워지는 소위 선진국형 경제로 접어드는 걸 체감하면서 이제는 청년 취업에 대해 보다 유연하게 대처해야 할 시기가 왔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우선 누구나 다 가는 대학, 반드시 가야 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자고 제안한다. 고등학교 나와도 취업해서 생활을 꾸려 갈 수 있다면 온 나라 젊은이들이 굳이 대학에 갈 필요가 없다. 전체 인구의 85%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는 기형적인 고학력 사회에서 대학 졸업장은 인재를 차별화시켜 주는 도구가 더 이상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 국민이 대학 진학을 당연시하는 것은 대학 나와야 사람대접 받을 거라는 집단적 불안 때문이다. 얼마 전 한 학원에서 수납 담당 여직원을 구한다기에 참한 고졸 아가씨를 추천했다가 된통 핀잔을 들었다. 학원 이미지가 있는데 전문대는 나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공부에는 도통 뜻이 없는 딸내미를 새벽까지 과외시키며 대학 못 가면 사람대접도 못 받으니 어쩌겠느냐고 푸념하는 어머니도 만났다. 군대에 갔더니 출신 대학을 기준으로 인원 차출을 하더라며 분노하는 청년들도 봤다. 체면 세우기, 이미지 만들기, 막연한 능력의 기준 등으로 대학 교육을 인식하는 이 분위기가 가계 부채 800조 시대에 88만 원 세대가 될 것을 염려하면서도 대학 가라고 등 떠미는 주범이다. 대학이 필수라는 집단적 교육 강박증, 다 같이 내려놓으면 모두가 홀가분해질 수 있다.

사회적 인식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려면 기업들이 인재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삼성건설이나 현대차가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소비해 줄 사람이 없으면 기업은 지속되기 힘들다. 미래의 소비자가 구매력을 가질 수 있도록 기업은 사람과 시장에 대한 장기적 투자를 해야 한다. 그 중 하나가 고등학교 졸업생들을 많이 채용하는 것이다. 기업 업무가 반드시 대학을 나와야 처리할 수 있는 것들로만 구성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고등학교에서 집중적으로 연마한 기술을 높이 사고 인정해 줄 때 사회 건강도도 기업 건강도도 동반 상승할 수 있다. 마이스터 고등학교에 대한 관심이 여기저기서 환기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고, 기업의 인재관이 재정립될 때 대학 역시 시대가 요구하는 양질의 교육을 보다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사회 경험을 하면서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발견한 젊은이들에게 야간 강좌, 인터넷 강좌 등을 통해 요긴한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하고, 그 학점들이 쌓여 수년 후에는 경력 관리에 필요한 졸업장이 되게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평생을 두고 이루어져야 할 자기 계발의 동반자가 될 수도 있다. 다 같이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 대학, 지금 꼭 가야 하는가?

양정혜(계명대 교수·광고홍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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