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물가 올리는 '엿가락 프라이스'
도입 1년 만에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고 있는 오픈 프라이스 제도(판매자가 물건 가격 결정)가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본지가 대구 지역 내 주요 시설에 입점한 편의점 물건 가격을 조사한 결과 최대 60% 이상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한 편의점에 들러 먹을거리(500㎖ 물, 콜라 한 병, 맥주 한 캔, 과자 한 봉지)를 사고 5천원을 계산했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대구 야구장 편의점에서 같은 물품을 샀더니 6천500원을 내야 했다. 야구장은 임대료가 비싸고 부스마다 인력이 많이 필요한 탓에 비싸게 팔지 않고는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특성상 잔돈을 만들지 않기 위해 천원 단위로 가격을 책정하고 있는 것도 비싼 제품 가격의 원인이었다. 바가지 논란이 일자 야구장은 일부 품목 가격을 조정했다.
편의점 관계자는 "야구장 편의점은 점포 운영일수가 60여 일로 일반 점포의 6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고 점포 유지보수비, 빠른 시간 내 거스름돈 교환 등의 어려움으로 다소 상품 가격이 비싸게 책정돼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시장조사를 통해 다른 지역 야구장 점포와 가격차이가 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같은 브랜드의 편의점끼리도 가격 차이가 났다.
성서 모다아울렛 주변 편의점. 50m 간격으로 동일 브랜드 편의점이 위치하고 있었지만 가격 차이는 컸다. 같은 과자 가격이 한 곳은 1천200원인 데 반해 다른 곳은 1천500원으로 300원이나 비쌌다. 동일 음료수 역시 1천200원과 1천300원으로 값이 달랐다.
달서구의 한 편의점 경우 도로 하나 사이에 꼬깔콘과 하늘보리 등이 각각 300원, 100원 차이가 나는 등 고무줄 가격이었다.
이곳 점원은 "가격이 오르기 전 물건을 들여 놓은 탓에 가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가장 차이가 많이 난 것은 소주. 동대구역 근처 편의점에서는 병당 1천100원, 수성유원지 인근 편의점에서는 1천200원이었지만 대부분의 매장들은 1천450원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참이슬, 처음처럼 등 전국구 소주는 1천100원으로 동일하지만 참소주는 매장마다 다르게 판매하고 있다. 소주 소비량이 많은 주택가나 역 주변 점포는 1천100원으로 판매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말했다. 이날 엑스코나 시내 쪽은 모두 1천450원이었다.
대학가에 입점해 있는 편의점은 가격이 저렴했다.
영남대에서 바나나 우유와 흰 우유 하나를 사고 1천650원을 계산한 반면 중구의 같은 편의점에선 2천150원을 지불해야 했다.
대구소비자연맹 양순남 사무국장은 "오픈 프라이스 제도를 확대 시행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오히려 아이스크림 등의 가격 상승만 시켜놨다"며 "법적으로 이상이 없고 임대료가 비싸다지만 앵커 시설에 입점해 있는 편의점 물품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은 것은 휴양지의 바가지 요금이나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지식경제부는 1일 소비자 가격만 올리는 부작용을 가져왔다며 라면, 과자, 빙과류와 아이스크림 등 4개 품목을 오픈 프라이스 품목에서 제외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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