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우리 음악인들이 대거 입상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 쾌거 뒤에는 고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의 후원이 큰 힘이 됐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입상자 5명 중 4명이 1998년 출범한 금호문화재단의 영재 프로그램 출신이라는 점에서 유망주에 대한 조건 없는 후원이 어떤 결실을 맺는지 증명하고 있다. 기업이 예술'과학'스포츠 유망주를 돕는 것을 '메세나'(Maecenas)라고 하는데 고대 로마의 정치가 가이우스 마이케나스에서 유래한 용어다.
마이케나스는 로마 제정의 기반을 다진 아우구스투스 황제를 도우며 국정을 책임진 인물이다. 베르길리우스 등 시인들을 적극 후원해 신군(神君) 아우구스투스 황금기를 여는 데 공헌했다. 하지만 그의 진가는 메세나에 그치지 않는다. 행정'조세 제도를 정비해 제국을 반석 위에 올려놓은 공신이었다. 그는 로마제국 국민들의 조세 부담을 크게 줄여주었다. 당시만 해도 사경제 조직이었던 조세 제도를 직접 관장해 국정을 안정시킨 것이다.
요즘 반값 등록금, 유류세 인하 등 세금 정책을 놓고 여론이 뜨겁다. 정유사들을 압박해 기름값 인하를 유도했던 최중경 장관이 이번에는 "(정유사들이) 아름다운 마음으로 가격을 내렸으니 올릴 때도 아름다운 마음을 유지해 달라"는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유류세 인하 요구는 아랑곳없이 기업 옥죄기만 하고 있다는 불만이 그것이다.
사실 고유가로 가장 큰 이익을 보는 곳은 정부다. 기름값이 오르는 만큼 세수도 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 팔 비틀기만 하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을 부르는 꼴이다. 기름값 인하 종료 시한이 다가오자 빚어지고 있는 기름 품귀 현상이 한 예다. 정부가 서민 고충을 외면하고 "유류세 인하를 논의할 때가 아니다"고 되풀이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고 불만만 키우는 어리석은 일이다. 심지어 "유류세를 인하하면 고소득층의 소비를 부추겨 에너지 절약 방침에 반할 수 있다"는 최 장관의 궤변에 말문이 막힌다.
적절한 조세 정책은 지혜로운 정치의 덕목이다. 과도한 포퓰리즘은 경계해야 하지만 세금 경감에 인색한 것도 판을 넓게 보지 못하는 것이다. 정부는 아름다운 마음으로, 시의적절하게 유류세를 내려야 한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잘된 정책이 아우구스투스 시대를 연 힘이자 마이케나스의 교훈임을 알고 있다면 말이다.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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