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찾아온 태풍과 장마 덕에 여름을 실감하고 있다. 며칠 바람이 많이 불고 비가 간간이 내리더니 오늘은 날씨가 맑을 것이라고 첫새벽부터 다양한 새들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시내에서 많이 떨어진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거실 바로 앞으로 산이 있어 새벽부터 여러 가지 새소리를 들을 수 있다.
병원과는 거리가 있어 출퇴근은 힘들지만 첫새벽에 일어나서 자동차소리 대신에 새소리를 들으면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달성습지가 지척에 있어 가끔씩 습지 한가운데 갈대밭을 걷고 있으면 아무도 없는 미지의 땅을 걷고 있는 기분이다. 습지를 걷다보면 갑자기 고라니나 족제비를 만나고 새들이 날아서 놀라기도 하는데 아마 그들도 나를 보고 놀라서 숨느라고 정신이 없을 것이다.
다양한 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치료하다 보면 뜻하지 않게 놀라는 경우가 있는데 최근에는 고등학교 과정의 여학생을 치료하게 되었다. 발달장애가 있음에도 치료에는 협조적이어서 치과치료가 어렵지는 않았는데 치료 중간 중간에 아주 낮게 실제 본인의 목소리와 다르게 무슨 말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치료가 끝난 후에도 계속하여 낮고 차가운 소리를 내면서 중얼거리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치료 횟수가 반복되면서 직원들이 진료 보조하는 것을 꺼려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하는지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원장님은 모르세요. 계속 욕을 해요"하고는 목소리가 너무 차가워 진료하다 보면 가끔씩 소름이 돋는다는 것이었다. 직원들의 말을 듣고 자세히 들어보니 정말 욕을 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치료를 하기 싫어서 욕을 하나 생각했는데 매번 치료할 때마다 치료는 잘 받는데 반복되어 음성 틱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틱장애는 아이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나 목, 어깨, 몸통 등의 신체 일부분을 아주 빠르게 반복적으로 움직이거나 이상한 소리를 내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자신도 참지 못하고 계속해서 욕을 하는 틱 증상을 욕설 틱장애라 한다. 욕설 틱장애는 가장 복잡한 형태의 음성 틱장애로 사회적 상황에 맞지 않는 무례하거나 용납할 수 없는 단어나 문장을 쓰는 경우이다. 이러한 욕설 틱장애는 의도적으로 하는 욕과는 달리 본인이 통제할 수 없는데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더욱 잘 나타난다. 아마도 치과치료가 본인에게는 상당한 스트레스여서 자신도 모르게 틱증상이 나타났을 것이다. 직원들에게 틱증상에 대해서 말해주고 일부러 욕을 하는 것이 아님으로 신경 쓰지 말라고 하였다. 최근 지하철에서 어른에게 막말을 하는 동영상을 보면 틱장애보다 사회적인 막말장애가 더 심한 것 같아 마음이 섭섭하다.
장성용 민들레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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