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이라기보다는 '유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더 잘하라는 격려이기도 하고요."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68)이 지난달 20일 금융위원회로부터 1년 연임을 공식 통보받았다. 금융공기업 CEO로서는 처음으로 임기가 연장됐다. 특히 신보 이사장이 연임된 것은 신보가 1976년 창립된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안 이사장은 "내가 잘해서 연임이 됐다기보다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 한 해 동안 신보직원들이 퇴근하지도 못하고 휴일에도 근무하는 등 엄청난 고생을 하면서 9조원 수준이던 보증물량을 17조7천여억원으로 늘린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먼저 금융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당시 국내 은행권이 중소기업에 대출해 준 총액 중 순증분이 21조원가량되는데 그 중 42%에 이르는 8조8천억원을 신보가 보증한 것이기 때문에 신보가 금융경제위기 극복의 일등 공신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기술보증기금이 22%, 신용보증재단이 25%를 부담한 반면 은행이 자기리스크 부담을 안고 대출해준 순증분은 11%에 불과했다.
그 밖에도 안 이사장은 보증심사에 기업의 성장성과 미래가치를 포함하는 획기적인 보증심사기법을 처음으로 도입했고 중소기업 온라인 대출장터를 통해 대출금리를 떨어뜨리는 한편. 일석e조 보험을 출시. 중소기업이 매출채권에 대한 보장만 받는 것이 아니라 그 보험에 가입하면 기업은행에서 계약금액의 80%를 대출받도록 했다. 그래서 안 이사장과 신보는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안 이사장이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한 '친이'계 중진이라는 점이 이번 연임 결정의 주요 배경의 하나로 보기도 한다. 또한 대구에서 3선 국회의원을 역임한 그가 신보이사장직을 연임하게 됨으로써 사실상 내년 총선에 출마하는 것을 포기했다는 관측이 많다.
그는 이에 대해 "내 본심은 (여의도로) 다시 돌아가는 것인데 그렇게 될지는 알 수 없다. 시간이 조금 더 가봐야 알 것 같다"며 "지금은 다른 일을 하기 때문에 아주 신중하게 심사숙고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라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전히 19대 총선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은 모습이다. 그는 ▷정치권 변화 ▷지역구 사정 ▷경쟁구도 등의 세 가지를 3대 변수로 꼽았다.
"마음을 정해야 하겠지만 그것보다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는데 우선 정치권 변화를 지켜봐야 한다. 그 안에는 이번 전당대회 결과도 있고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지역(지역구였던 대구 북구을)에서 나를 정말로 지지하는 주민들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도 알아야 하고 누구와 경쟁하게 될지 공천구도도 살펴야 한다."
그의 말과는 달리 금융공기업 수장의 자리를 1년 더 맡게 된 이상 총선 출마가 멀어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연임을 흔쾌하게 받아들였지만 상황변화에 따라 임기를 다 채우지 않을 수도 있지 않느냐"며 "너무 확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며 가능성을 닫지는 않았다.
그는 "내 마음은 항상 지역구에 가 있다"며 "지역구 활동을 하라며 채근하는 주민들이 많지만 공천상황 등 여러 가지를 판단하려면 9월까지는 지켜보고 판단하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지난 총선 공천 과정에서 낙마한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는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피감 기관장으로서 국회에 출석해 동료와 후배 의원들에게 머리를 숙이는 일이 탐탁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처음 1년 동안은 입장이 바뀌어서 그런지 찝찝한 기분을 털어버릴 수가 없었지만 의원들이 전직이라고 예우를 해주고 인간적으로 대해줘서 괜찮다. 국회에 나가면 내가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들을 의원들로부터 얻고 배울 점이 적지 않다. 3년쯤 지나니까 수련이 다 됐다"고 했다.
정치권 바깥에서 보는 구경꾼으로서의 훈수를 잊지 않는다. 정치권을 떠난 지 3년이지만 여전히 날카로움은 유지하고 있었다.
"한나라당이 이런 식으로 가서는 지역민들의 지지를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전당대회도 이런 식으로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이전투구를 하니 국민의 관심은 고사하고 한나라당에 대한 기대마저 사라질 지경이다. 대구 민심도 신공항과 과학벨트가 안 되니까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가 크게 줄어들고 있지 않은가. 또한 저급한 정치가 계속되면서 정치불신의 강도가 심각한 수준에 있다. 아예 국회를 폭파시키고 한나라당을 해체시키고 싶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