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 할인받으면 100만원 써야 포인트로 상환

입력 2011-07-02 08:00:00

카드 포인트 선지급 약정의 함정

카드 수수료 때문에 현금만 깎아준다는 세상에 카드로 70만원을 깎아준다면? 소비자들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일 것이다.

카드사가 최대 70만원까지 포인트를 미리 줘 돈처럼 쓸 수 있게 하는 '포인트 선지급 서비스'. 당장 나가는 돈을 줄일 수 있어 절약 쇼핑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서비스를 이용해 구매 대금의 일부를 지원받을 경우 신용카드 이용 실적을 쌓아서 상환해야 하는 '소비 의무'가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신용카드사들이 선지급 서비스를 내놓는 목적은 당연히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다. 상품을 구입할 때 1만원의 선지급을 받는다면 100만원을 써야 포인트로 상환할 수 있다.

◆급증하는 포인트 선지급 서비스 이용자

포인트 선지급 상품은 상환방식에 따라 두 가지로 구분된다. 물품 구매 시 신용카드사로부터 일정 포인트를 선지급 받은 뒤 카드 이용 실적에 따라 적립된 포인트로 약정기간(통상 36개월) 내에 상환하는 '선포인트'와 선지급된 포인트를 약정 기간 동안 매월 분할해 할부 원금 및 수수료를 적립된 포인트로 상환해야 하는 '포인트 연계할부'(세이브 포인트)가 그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0년까지 신용카드 발급 장수는 1억1천659만 장으로 2009년(1억699만 장)보다 9% 증가했다. 1인당 카드 보유 장수는 전체 인구 기준 2.4장, 경제활동인구 기준으로는 4.8장에 달한다.

포인트 선지급 서비스 이용 잔액은 2010년 기준 1조7천600억원으로 2009년 대비 9.9% 증가했다. 포인트별로 구분하면 선포인트가 약 3천억원, 세이브 포인트가 1조4천600여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용회원 수는 549만 명으로 2009년(456만명)과 비교해 20.3%로 급증했다. 이 중 선포인트 이용 회원은 108만 명, 세이브 포인트 이용회원은 441만 명에 달한다.

◆포인트 선지급은 빚이다

주부 김윤정(30) 씨는 결혼 당시 혼수물품을 구입하면서 포인트 선지급 서비스를 이용했다. 냉장고를 사면서 A사 카드로 70만원을 할인받고, 소파를 구입하면서 B사 카드로 70만원을 포인트 선지급으로 결제했다. 김 씨는 저렴하게 혼수를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두 카드사의 이용실적을 채우지 못해 현금으로 대금을 지불했다.

포인트 선지급 서비스로 미리 할인을 받았다가 신용카드 이용실적이 부족하면 지원받은 금액을 현금으로 상환해야 한다. 현금으로도 상환하지 못할 경우 미상환 금액에 대해 연체료가 부과되고 연체되면 신용등급이 하락하기 때문에 '독'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포인트 선지급은 이용금액을 따지고 본인의 상환 능력을 판단해서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균 포인트 적립률인 1.25%가 쌓인다고 할 때 선지급으로 70만원을 사용했을 경우 향후 36개월 동안 신용카드로 월평균 약 156만~170만원을 사용해야만 포인트로 전액을 상환할 수 있다.

또 2개 이상의 카드사에서 포인트 선지급을 중복 이용할 경우 카드 이용실적이 부족해 현금으로 상환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순간적인 할인 효과보다는 포인트 선지급 상품은 '빚'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가급적이면 1개사의 서비스만 이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특히 포인트 선지급 서비스를 이용하면 포인트 상환을 위해 최장 3년 동안은 해당 카드만 사용해야 하고 다른 카드를 사용하는 데 제약이 따른다. 통상 신용카드사들은 포인트 선지급 이용 후 연속 3개월 이상 카드 이용 실적이 없을 경우 미상환액을 일시에 청구하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선지급 서비스는 해지 가능

성급하게 포인트 선지급을 받기로 결정했더라도 되돌릴 수 있는 길은 있다. 신용카드사는 회원의 포인트 선지급 약정 후 계약 체결 여부와 중요 상환 조건에 대한 재확인 절차(happy call)를 운영하고 있다. 나중에라도 불필요한 서비스였다는 판단이 든다면 서비스 이용약정을 해지하거나 해당 가맹점에서 물품구매를 취소할 수 있다. 해지 시 선지급 받은 포인트 금액만큼 다음 카드대금 결제일에 상환해야 한다.

포인트 선지급 서비스를 이용할 때는 본인의 소비패턴을 파악해 주로 지출하는 가맹점의 적립률이 높은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신용카드사들은 일반 가맹점 이용 금액에 대해서는 0.5~1%, 카드사가 지정한 쇼핑'주유'통신 등의 특정 가맹점에 대해서는 3~7%의 적립률을 적용하고 있다.

쌓아놓은 포인트가 많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카드사에 따라 포인트 선지급 서비스 이용 이전에 적립된 포인트로는 상환이 불가능하거나, 월별 포인트 적립 한도가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포인트 적립 기준과 대상, 적립 제한 대상 등 상세 조건을 카드 상품안내장이나 포인트 선지급 서비스 약관'약정서 등에서 꼼꼼히 확인한 뒤 이용해야 한다. 서비스 내용을 구두로 안내받더라도 반드시 서면으로 이용 조건을 확인하는 것이 현명하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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