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하고 소중한 사이 일수록 진정성 담아 자주 구체적으로
칭찬받으면 누구나 기분이 좋아진다. 가장 가깝고도 먼 사이라는 부부도 마찬가지다. 흔히 '연애할 때엔 단점을 찾으려 애쓰고, 결혼해선 끊임없이 장점을 찾아라'고 말하지만 사실 이와는 정반대로 하기 십상이다. 이렇게 되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쉽게 말하자면 '만만해지기' 때문이다. 흔히 사람들은 '편하고 친한 사이'와 '만만한 사이'를 혼동하게 된다.
◆칭찬과 빈정거림
결국 해야 할 말과 해서는 안될 말, 약이 되는 말과 독이 되는 말, 행복하게 만드는 말과 불행을 초래하는 말을 부지불식간에 내뱉게 된다. '말'(言)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무심코 뱉어낸 한마디 말 때문에 분위기가 마치 드라이아이스에 던져진 금붕어처럼 '사악' 얼어붙는다. 그리곤 당황해서 주워담는답시고 이렇게 말한다.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지."
하지만 이후에 던지는 말은 아무리 잘 포장해봐야 '변명'밖에 안 된다. 보다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가 '편한 사이'와 '만만한 사이'를 혼동하다 보니 '칭찬'과 '빈정거림'을 헷갈리는 것이다. 회사원 박정배(35) 씨는 얼마 전 절친하던 고교 동창과 대판 싸울 뻔했다. 키가 유난히 작은 그 친구에게 "이 녀석이 키는 작아도 속은 꽉 찼어"라고 했던 것.
누가 들어도 칭찬처럼 들리지만 정작 작은 키가 늘 콤플렉스였던 친구는 기분이 상했다. 이후로는 정배 씨가 아무리 칭찬을 해도 이렇게 들렸다. '키는 작은데도 똑똑해' '키는 작은데도 책임감이 강해' '키는 작은데도 친화력이 있어' 등등. 듣다 못한 친구는 급기야 "이 자식아! 사람 됨됨이하고 키하고 무슨 상관이야, 넌 내가 그렇게 만만하냐?"며 고함을 질렀다.
주위 사람들의 만류로 분위기가 가라앉자 정배 씨는 "오히려 작은 키 때문에 기죽지 말라는 뜻으로 한 말이야"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친구는 "상대방의 약점을 들먹이는 건 아무리 좋게 말해도 좋게 들리지 않아. 그런 말을 하는 자체가 늘 내 작은 키를 마음에 담아둔다는 뜻이잖아"라고 못내 마뜩잖아 했다. 정배 씨는 순간 '아차!' 싶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실수를 한 셈이다.
◆칭찬은 진심과 구체성이 필수
올봄에 결혼한 회사원 김모(33) 씨는 며칠 전 아내와 말다툼을 했다. 저녁 반찬 때문이었다. 밥상을 차린 아내는 "오늘 반찬, 어때?"라고 물었고, 김 씨는 "맛있네"라고 답했다. 건성으로 한 말은 아니었다. 그런데 아내는 "뭐가 어떻게 맛있냐고?"라고 되물었다. 김 씨는 "그냥 맛있는 거지, 어떻게 맛이 있냐니?"라고 답했다. 결국 대화는 반찬에서 '왜 만날 늦느냐' '주말에 빈둥거리지 마라' '평소 아내를 대하는 게 시큰둥하다' 등등으로 옮겨붙었고, 냉랭한 분위기 속에 저녁상을 물렸다.
며칠 뒤 계모임에 갔던 김 씨는 이 얘기를 꺼냈다. 가만히 듣고 있던 한 선배가 이렇게 물었다. "정말 반찬이 맛있었냐?" "예, 맛있어서 맛있다고 했어요. 그런데 뭐가 문제죠?" 그 선배는 칭찬의 시점과 구체성이 문제라고 말해주었다.
"직장 동료가 자판기 커피 한잔을 뽑아줘도 고맙다고 하는데, 왜 아내가 차린 저녁상에 대해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았지? 아내가 어떠냐고 묻기 전에 맛있다고 말하면 좋았을 텐데. '간이 알맞다, 맛이 깊다, 짭조름한 게 입에 딱 맞다' 등등 구체적으로 말하면 더욱 좋고. 아울러 '어떻게 만든거야? 요리 솜씨가 대단하네'라며 아내의 요리에 관심을 보이면 어떨까?"
결혼한 지 15년이 된 그 선배도 이런 문제로 자주 다퉜다고 했다. 하지만 '기술적인 칭찬'으로 권태기를 극복했다고 했다. 한마디로 '사소한 일에도 구체적으로, 예상 못할 때 미리 칭찬하라'는 것. 결론은 친한 사이일수록 자주 칭찬하라는 것. 사람은 누구나 자기 존재감을, 즉 자신이 소중한 사람임을 인정받을 때 행복해진다. 스스로 노력도 필요하지만 가까운 사람이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그런 칭찬을 해준다면 그 효과는 더욱 커진다. 특히 구체적인 칭찬일수록 더 그렇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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