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가 열리면서 '60 청춘, 90 환갑'이 현실화 되고 있다. 노년 생활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지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셈이다. 건강하고 활기찬 노년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실천하는 삶 속에서 건져 올려야 한다. 아름다운 노년을 가꾸기 위해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을 실천하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실버 강사들이다. 톡톡 튀는 캐릭터로 무장해 제2 인생을 즐겁게 살고 있는 김부승(66'대구 수성구 범어동) 웃음'건강강사(만담 재주꾼), 손병학(70'대구 수성구 황금동) 마술사 지도사, 이춘실(70'여'대구 남구 봉덕3동) 크로마하프 강사를 만나 그들이 펼치는 인생 2모작 이야기를 들어봤다.
◆발명은 우연, 마술은 필연
손병학 씨는 발명특허를 가진 발명가다. 그가 발명특허를 갖게 된 것은 사고(?) 때문이다. 그는 젊은시절 "타이어 펑크 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획기적인 것이 발명됐다. 투자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사업을 시작했다 실패했다. 특허품도 아니었고 제품의 질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것이 계기가 돼 손 씨는 직접 제품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발명전선에 뛰어들었다. 그것이 1975년의 일이다. 그는 전국의 화공약품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조언을 구하고 직접 실험을 하며 펑크방지액 발명에 혼신의 힘을 다했다. 실험은 번번이 실패로 끝났지만 그때마다 오기가 발동해 악착같이 매달렸다. 결국 손 씨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펑크방지액을 발명해 1980년 특허를 받았다.
하지만 발명이 끝이 아니었다. 발명도 힘들었지만 더 힘든 것은 판로개척이었다. "펑크방지액은 펑크 난 곳을 효과적으로 메워주는 역할을 한다. 타이어에 주입해 놓으면 펑크가 발생했을 때 곧바로 구멍을 메워준다. 그런데 사람들이 액체로 타이어 펑크를 방지할 수 있다는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물건을 팔러가면 미친놈 소리를 들었다."
그가 발명한 펑크방지액이 오토바이 타이어에 효과적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황은 곧 반전됐다. 전국에서 주문이 쇄도하면서 연 2억, 3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이를 계기로 그는 특허청장 표창장도 받고 방송에도 출연해 일약 유명인사가 됐다. 손 씨는 "사업실패가 전화위복이 됐다. 펑크방지액 덕분에 돈 걱정 없이 자식 셋 모두 서울에서 대학 공부를 시킬 수 있었다. 지금은 돈이 되지 않는다. 오토바이 사업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수입도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했다.
손 씨는 펑크방지액 발명은 우연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정작 그가 관심을 가진 분야는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마술을 배우고 싶었다. 10세 때 서커스단 마술을 본 뒤 매료되어 언젠가는 마술을 배우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 3년 전 교회 모임에서 칠곡 덕산교회 조석준 목사가 마술하는 것을 보고 또 오기(?)가 발동해 마술에 입문했다. 처음에는 마술도구를 사면서 기술을 한두 가지 전수받았다. 이후에는 책을 보면서 독학으로 마술을 익혔다.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끝에 100여 가지 마술을 펼칠 수 있는 전문가가 됐다. 지금은 조 목사가 오히려 한수 가르쳐 달라고 할 정도다. 2년 전에는 한국마술연맹이 발행하는 마술사 지도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발명가에서 마술사로 화려한 변신에 성공한 손 씨의 주 활동무대는 교회 부설 노인대학이다. 대구 동신교회'청송 화목제일교회'영천제일교회 등 대구경북 교회 80여 곳을 다니며 노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마술을 선보이고 있다. 왜관교회 시무장로인 그는 작년 7월 전국장로수련회에 참가해 3천500명 앞에서 마술을 선보여 스타 장로가 되기도 했다. 손 씨는 "관객들의 반응이 좋으면 기분도 좋아지고 보람도 느낀다. 마술을 하면서 정신과 육체 모두 젊어진 느낌이다. 특히 나이를 먹을수록 뇌를 많이 사용해야 하는데 마술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음악은 평생의 친구
이춘실 씨는 대학에서 종교철학을 전공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그녀의 아버지는 딸이 목회자가 되길 바랐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게 했다. 목회자가 되려면 교회 음악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그녀는 목회자가 되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도 마음에 걸렸던 그녀는 결국 종교철학을 선택했다. 종교철학은 아버지의 기대와 자신의 욕구가 절충된 접점이었다.
비록 목회자의 길은 걷지 않았지만 그녀는 꾸준히 피아노를 배웠다. 그 덕에 음악이 평생의 친구가 됐다. 취미로 피아노를 배우면서 합창단 활동도 했다. 크로마하프와의 만남도 합창단 활동이 인연이 됐다. 이 씨는 계명대 평생교육원합창단 단원으로 활동하던 40대 초반, 크로마하프를 처음 접했다. 크로마하프와의 첫 인연은 오래 가지 않았다. 합창 활동하는데 필요해서 잠시 동안 크로마하프를 배웠기 때문이다.
다시 크로마하프를 잡은 것은 60세가 되던 10년 전이다.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집안 한 구석에 처박혀 있던 크로마하프를 발견하고 옛추억이 되살아 나 본격적으로 크로마하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크로마하프 입문 3년 만에 강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이 씨는 대구 남구 봉덕3동에서 개인교습소를 운영하며 크로마하프 강사로 왕성한 노년기를 보내고 있다. 2008년에는 광음크로마하프 연주단을 창단해 단장을 맡고 있다. 광음크로마하프 연주단 멤버는 9명. 모두 50대 이상 여성들이다. 광음크로마하프 연주단은 2009년 팔공산에 있는 북카페에서 1회 정기연주회를 가진데 이어 올 10월 두 번째 연주회를 열 계획이다.
이 씨는 "크로마하프는 여성스러운 악기다. 크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아 나이 드신 분들도 배우기 좋다. 특히 아기를 안은 듯한 자세로 악기를 잡고 심장 가까이서 연주를 하기 때문에 마음을 순화시키는데 그만이다. 우울증을 앓기 쉬운 노년기에 크로마하프를 배우면 생활이 즐거워진다"고 설명했다.
◆스타 웃음강사 되는 것이 꿈
김부승 씨는 다재다능하다. 웃음'건강강사 외에 전국팔도유람관광버스 사회자, (사)한국연예예술인협회 소속 가수라는 직함도 갖고 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끼가 많았다고 했다. 말 잘하고 남을 웃기는 재주가 있어 동네 어른들로부터 '크면 한가닥 하겠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는 것. 그는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살려 3년 전 웃음치료사'레크리에이션강사'펀리더십 강사 자격증을 한꺼번에 거머쥐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노래 실력도 수준급이어서 지난해에는 한국연예예술인협회 가수분과위원회로부터 가수 인증서도 받았다.
남을 웃겨야 하는 직업의 특성상 웃음소재 발굴은 가장 중요한 일과 중 하나다. 그가 웃음소재를 발굴하기 위해 애용하는 것은 일기장과 사전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정보는 보지 않는다고 했다. 인터넷에 떠도는 웃음소재는 대부분 많이 알려져 있어 식상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36년째 매일 일기를 쓰고 있다는 김 씨는 일기장을 들춰보면 생각지도 못한 웃음소재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사전은 만담 재주꾼에게 필요한 신용어 개발을 위해 자주 본다. '서빙'(서서 빙글빙글 돌아다니며 서비스 하는 것), '거지'(거대한 지식), '건달'(건드리면 달려든다), '무식'(무진장 식사를 많이 하는 것) 등은 김 씨가 사전을 보며 머리를 짜내 만든 웃음소재다.
웃음'건강강사가 된 후 김 씨는 봉사하는 삶을 살고 있다. 대구 효목동 진명재가노인복지센터를 매주 두 차례 방문해 6개월 간 무료 봉사를 펼치는 등 자신의 재능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의 꿈은 웃음'건강강사로 전국에 이름을 알리는 것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늦은 나이에 웃음'건강강사가 되었지만 누구 못지 않게 많은 웃음을 선사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축적된 웃음 지식을 갖고 전국을 다니며 웃음꽃을 피우고 싶습니다. 특히 어렵고 힘든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을 찾아주려고 합니다."
◆나! 나만의 세계를 찾고 웃! 웃어야 행복해져요…활기찬 노년을 위한 조언
실버 강사들과 인터뷰를 마치면서 활기찬 노년을 보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이 씨는 의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나이 많은 것은 무기가 될 수 없다. 어른 행세하면서 가만히 앉아 대접받으려 하면 안 된다. 나이를 먹을수록 품위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자신만의 세계를 가져야 한다. 10년 전부터 독서토론 모임에도 나가고 있는데 인문학은 저를 살찌우고 지키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했다. 손 씨는 "자신의 소질과 적성이 무엇인지 파악한 뒤 이를 살릴 수 있는 일을 찾으면 활기찬 노년을 보낼 수 있다. 나이 많다고 가만히 있으면 희망이 없다"고 조언했다.
김 씨는 "적당한 소일거리와 운동은 건강한 노년 생활에 필수적인 요소다. 그리고 웃을 일이 없어도 억지로 웃어야 한다. 억지 웃음이라도 스트레스 해소에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웃음'건강강사를 하면서 많이 웃다 보니 더욱 건강해졌다. 웃음은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건강까지 지켜주는 보약 같은 존재다"고 말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