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인에게 유리한 룰…정견발표 권력욕 난무, 신뢰회복 의지 있는가
"나는 가수다"라는 모 방송국의 프로그램이 인기다. 이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 하나는 그야말로 립싱크가 아닌 가창력이 있는 가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노래 실력을 심사위원들로부터 검증받아 순위를 매겨 탈락시키는데 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도 잠깐 존폐의 위기까지 몰린 적이 있다. 그것은 심사위원단의 심사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제작진이 임의로 탈락자를 구제하려 하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시청자들과 네티즌들의 분노와 항의 속에 결국 제작진이 교체되고 공정한 룰을 통한 프로그램의 진행 속에 다시 인기를 회복할 수 있게 되었다.
집권당인 한나당의 임시 전당대회가 막이 올랐다. 이번 전당대회는 4월 27일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 그야말로 참패를 당한 당지도부가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를 한 시점에서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절박함으로 절체절명의 위기감 속에 치러지는 것이다. 그래서 한나라당의 당원들과 국민들은 출사표를 던질 후보들이 누구이며 어떠한 방식으로 치러질 것인지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 그러나 막상 전당대회의 규칙이 확정되고 후보등록이 마감되자마자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한나라당이라는 비난을 모면하기 어려운 지경이 되고 말았다. 21만 명이라는 선거인단의 숫자도 문제지만 여론조사 30% 반영이라는 규칙은 그야말로 민주주의의 기본도 알지 못하는 어리석음의 발로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광주에서 열린 전남'전북'제주 합동 정견 발표회에서 만난 당 관계자는 절반 이상이 허수인 선거인단을 가지고 무슨 전당대회를 치르느냐는 볼멘소리를 쏟아부었다. 1인 2표제는 정책적 선명성보다는 담합이라는 합종연횡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또한 여론조사 30% 반영은 중앙언론에 노출된 인사들에게만 유리한 방식에 불과하다. 결국 이 규칙은 당원들과 국민들에게 신뢰를 무너뜨린 책임을 져야할 전임 지도부들이 부끄러움도 모르고 출마해 도로 한나라당을 만드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이러한 이상한 구조 속에서 이미 4번의 정견 발표회가 치러졌다. 사실 4번의 정견 발표회는 대구 시당의 대변인이라는 직책을 던져버리고 싶을 만큼 참담한 것이었다. 전당대회를 통해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는 이미 실종되고 없고 세를 과시해 오로지 당 대표에 앉겠다는 치졸한 권력욕만이 난무한 일부 몰지각한 후보들의 행태는 한나라당에 과연 미래가 있느냐라는 의문을 던지기에 충분했다. '감출 것이 많은 권력은 지킬 수 없다'라는 자명한 진리를 모르는 사람들이 어찌 당 지도부가 되어 총선과 대선을 이끌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세종시 수정안, 영남권 신공항, 과학비즈니스 벨트 등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는 기폭제가 되었을 때, 거수기 노릇을 하던 사람들이 부끄러움도 모르고 다시 추진하겠다거나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표를 구걸하는 모습은 비참하다 못해 추악하다. 또한 지방에 손바닥 만한 합동 정견회장을 만들어 오로지 힘(?)있는 후보들의 선거운동원들만의 잔치를 만들고 있는 비상대책위의 의도는 무엇인지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14억원이라는 돈을 들여 하는 전당대회임에도 불구하고 지방의 정견발표회장은 고작 700여 명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장소에서 치른다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가, 그 자리에 실제로 얼마나 많은 유권자들이 들어와 한나라당의 변화를 지켜보았는지는 불을 보듯 뻔하지 않은가? 서로 계파 줄세우기와 공천 협박을 일삼았다며 이전투구를 하는 후보들이 당 대표에 오른다면 누가 한나라당을 차기 집권 여당의 적자로 인정하겠는가? 지방을 겨우 수도권의 식민지로밖에 생각하지 않으며 선거철 표밭의 꼭두각시로밖에 인정하지 않는 후보들이 한나라당에 존재하는데 어찌 총선과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할 수 있단 말인가?
보수를 자처해온 한나라당이 보수에게마저 외면당한 현 시점에서 합리적인 보수로서 이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고 일궈야 할 후보가 진정 누구인지를 선택하는 몫은 여전히 당원들과 국민들의 것이다. 부끄러움을 모르고 눈 가리고 아웅하는 책임의식으로는 결코 변화에 대처할 수 없다. 한나라당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길에 두터운 불신의 벽을 뚫고 용감한 개혁의 깃발을 지켜갈 후보는 과연 누구인가? 변화와 개혁만이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
전태흥'한나라당 대구시당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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